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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ug 11. 2024

제주 올레길 8코스, 마녀의 언덕 해변길 나 홀로 산책

'날려도 뒹굴어도 늘 맑은 영혼을 품고 살아야지...'

마녀의 언덕'은 '제주 올레길 8코스'에 속하는 아름다운 해변길에 있다.  

언덕 정상에 있는 '마녀의 언덕 펜션'에서 왼쪽(어제 해안 도로를 따라 들어선 곳)으로 내려갔다.

아침 6시 전인데, 이미 해는 꽤 높이 떠올라있었다.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눈부신 아침 햇살을 마주하며 걷노라니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평온했다.  

걷다 보니, 어제저녁 자동차를 타고 들어오면서 다 담지 못했던 풍경들이 비로소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주의 풍경이 모두 새롭기만 했다.

아침 햇살 배경으로 담긴 올레길 아름다운 역광 풍경들은, 깊고 사색적인 신비로움을 전해 주었고, 햇빛을 등지고 서서 담은 풍경들은 밝고 컬러풀한 여러 폭의 풍경화들처럼 고왔다.  


해변 도로 곁으로 놓인, 빈 의자 몇 개를 무심히 지나친다.

피곤하고 지친 누구에게나 잠시 쉬어가라 권하는 빈 의자다.

이날 아침 산책길에선 아직 쉬지 않아도 되었던 나였지만, 노란색 빨간색 빈 의자 놓인 한 폭 그림 같았던 조용한 올레길 풍경은, 그냥 지나쳐 가도 마음을 편히 쉬게 했다.

항상 이곳에 남아있을 빈 의자가 담긴 풍경은,

스쳐가는 한 나그네의 텅 비었던 마음의 여백까지 노랗게 파랗게 빨갛게 칠해버렸다.

아침노을에 물든 빛깔이어서 더 고왔지!


이 빈 의자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쉬었다 갔을까?

누군가는 가쁜 숨, 지친 다리 쉬게 하며,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갔을 것이고, 어떤 이는 혼자 않아 묵직했던 일상을 비워내고 일어서기도 했을 것이다.

"계속 갈까, 좀 더 쉴까?"

사람들의 추억 속에 마녀의 언덕 해변길 빈 의자는 쉼과 소통의 여백으로 남을 것이다. 빈 의자는 이곳을 지나치는 나그네들을 모두 품어 안는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품고와, 무거웠거나 텅 비었던 마음의 여백을 곱게 칠하고 갔으리라.


내려오던 길을 돌아서서 담은 컬러풀한 올레길과 마녀의 언덕 풍경                                 



제주 올레길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섬세하고 심오했다.

깊고 오묘한 제주바다를 건너온 바람이어서 일까?

한가로이 걷던 한 나그네를 어찌나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던지, 그 온아한 손길이 바닷바람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존재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바람의 손길이 이렇듯 부드러울 수 있다니...

흔들리며 살아가던 이 내 마음도 바람결에 안긴다.

파란 제주 하늘로 올라간 내 마음은 푸른 제주 바다 위를 뒹굴듯 건너와 안겼다.

'날려도 뒹굴어도 늘 맑은 영혼을 품고 살아야지...'


역광으로 담긴 풍경, 애니메이션


아침햇살 등지고 담은 풍경, 애니메이션


범부채
제주 찔레

다시 마녀의 언덕으로 올라와 반대쪽 올레길을 향해 걸어 내려간다.



꾸미 모녀는 아직 자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숙소인 '코지'를 지나친다.


'마녀의 언덕 펜션' 오른쪽 해안 도로에서 바라본 풍경

푸른 바다는 바다대로,

제주 천연 화석 용암석도 다양한 그 모습 그대로,

해안 도로를 따라 이어진 구불구불한 올레길은 올레길 대로 모두 함께 조화를 이뤄 더욱 아름다웠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사람보다 아름다운 꽃들이 화사한 웃음으로 지나치는 나그네를 반긴다.


송엽국(람프란서스)


가자니아 - 이 꽃들은 오후가 되면 모두 활짝 피어난다


'마녀의 언덕 카페' 앞, 선인장


마녀의 언덕 카페도 역광으로 담긴 바다 풍경                                



평소 보기 힘든 선인장 꽃을 이곳 올레길 8코스인 '마녀의 언덕' 해변길에서 만난 것도 귀한 인연이다.

긴 가시를 온몸에 두른 투박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선인장 꽃 봉오리에서 피워낸 노란 꽃은 곱디고웠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들고 있던 예쁜 얼굴이 왠지 수줍어 보였고.


해안 도로에서 보이는 하얀 등대


수국
낮달맞이꽃


해변 도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또 다른 펜션 단지


황매화 / 수국과 황매화
아기 달맞이꽃
물양지



올레길 8코스 마녀의 언덕 아래서 바라본 제주 바다 풍경

마녀의 언덕을 다 내려오면 평지 올레길이 계속 이어진다.

숙소인 '코지'를 나선 지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예쁜 딸과 손녀 꾸미에게 "좋은 아침!" 인사를 건네기 위해, 서둘러 마녀의 언덕을 향해 다시 올라갔다.


코지' 테라스에서 ~ / 마녀의 언덕 펜션 '코지'

마녀의 언덕 펜션으로 돌아와,  

테라스에서 눈부신 제주 바다 풍경을 한 번 더 가슴에 담고, '코지' 문을 열었다.


꾸미 모녀도 일어나서 밝은 얼굴로 할미를 맞았다.  

모두에게 행복한 아침이었다.

테라스로 나가 사진도 찍고, 청동풍뎅이를 만나 아침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청동풍뎅이도 우리가 자기를 칠 사람들이 아닌 것을 아는 눈치다.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관찰하는 것 같기도 했다.


꾸미가 깊은 관심을 보인 청동풍뎅이



청동풍뎅이는 제 갈 길로 갔고,

우리는 '마녀의 언덕 펜션' 바로 곁에 있는  '마녀의 언덕 카페'에서 브런치로 아침식사를 즐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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