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달려온 해변도로는 '제주 올레길 8코스'에 속하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제주 중문 승마 공원에서 자동차로 30여 분을 달려 '마녀의 언덕'에 도착했다.
전망이 트여있어, 거실 창에 제주바다가 풍경화처럼 딱 박혀있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푸른 바다도 우리처럼 피곤했던지 회색빛으로 축 처져 보였지만, 차분한 느낌이 전해지는 이런 바다도 좋았다.
식탁 옆과 소파 뒤쪽에 걸린 2점의 그림은 노란색을 가득 품은 풍경화로, 구도나 분위기가 편안해 보였다.
우리는 25평을(15만 원/1박) 예약했는데, 주인장은 빈방이 있어서 업그레이드했다며, '코지' 1층과 2층 45평을 모두 사용하라 신다. 고맙긴 했지만, 우리는 그냥 1층만 사용했다. '당시, 6월이니까 가능했을 서비스였다.' 지금은 소위 말하는 성수기이니, '마녀의 언덕' 정도라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다.
2층을 오르내리기에 꾸미는 아직 어렸고 나는 이미 할머니였으니, 오르내릴 시간에 셋이 모여서 과자도 먹고, 차라리 잠을 더 자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ㅋ
2층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으나, 쓱 둘러보니 탁 트인 전망과 아늑한 실내 분위기는 좋았다.
허긴, 마녀의 언덕 펜션에서는 1층 뷰도 2층과 다를 바 없이 탁 트여 있으니, 욕심을 내지 않고 1층으로 내려왔다.
포장해 온 한라산 소갈비찜과 즉석밥으로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9시가 넘었다.
산책을 하기엔 너무 어두웠다.
어둠을 가르며, 테라스로 나가 짧은 동영상을 찍었다.
주의는 조용했고, 파도소리만 아련하게 들려왔다.
펜션 입구에서 멍멍이는 '마녀의 언덕' 펜션을 지키고 있었고, 어딘가에서 쓱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는 어두운 밤을 응시하고 있었다.
밤 11시경, 우리 숙소 테라스에서 고양이들이 심하게 합창으로 울어댄 작은 사건이 생겼다.
그냥 참고 넘기려고 했으나, 울음을 멈추질 않았다. 더구나 바로 우리 거실 창 앞에서.
그 당시엔 꽤 속상했다.
주인장에게 그 서럽게 우는소리를 녹음해서 카톡으로 보냈을 정도였다.
고양이는 계속 쉬지 않고 울었고, 결국 꾸미 맘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 고양이들을 테라스 밖으로 쫓아냈다.
꾸미 맘은 고양이를 예뻐하고 좋아하는 사람인데, 한밤중에 사람 아기처럼 계속 울어대는 소리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불쾌해했다.
다음날 아침, 주인장으로부터 '미안하다'라는 답변을 받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더 이상 문제 삼을 건 없었다. 고양이들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고양이들은 펜션에서 키우는 애들이 아니고, 바로 옆 건물 카페에서 키우는 애들이었다.
주인장도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웃에서 고양이 키우는 것에 뭐라 할 순 없을 테니까.
돌보는 사람이 있는데도 밤에 남의 집으로 와서 심하게 울어대던 이유를, 우리도 주인장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 이긴 했지만.
다정한 이웃들로 보이니, 주인장들끼리 이런 일쯤은 서로 대화를 나눠서 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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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고양이 때문에 작은 소동이 있긴 했지만, 단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기분은 상쾌했다.
꾸미 모녀가 자고 있는 맞은편 방은 아직 조용했다.
5시 45분경, 나는 혼자 살며시 '코지' 집을 나섰다.
제주 하늘은 잿빛 구름을 가득 품고 있었지만, 바다는 잔잔했다.
바다를 건너 불어오는 바람조차 가볍고 부드러운 이른 아침이었다.
마녀의 언덕 해변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내 취향을 완전히 저격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해변 아침 산책 스케치와 마녀의 언덕 카페에서 즐긴 간단한 아침 브런치 이야기는 다음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