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우주임을 되새김, 고 알도스테론 증 환자 졸업!

나란 존재를 깊이 무심하게 바라다볼 수 있던 시간

by Someday


더 늙어가는 건지, 더욱 익어가는지, 다시 성숙해지는 건지!?

난 내 심신의 변화와 그 연결고리를 다 알 순 없다.

오늘은 수술 후 10일째 되는 날이다.

아직 몸은 불편(不便) 하다.

마음은 불편(不便)을 넘어서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불편(不偏) 하다.

앞서가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나 뒤돌아보면 보이는 이들을 향한 마음이나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듯이.

이런 평온한 균형을 누릴 수 있다니!

거대한 무한 시공간 속에서 더할 수 없이 작은 존재.

유한 세상에 속한 티끌 같은 나란 존재를 깊이 무심하게 바라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9월 16일(목) PM 2:30 부신 절제 수술을 시작했다.

호흡기가 코와 입을 덮는다.

'마취 시작합니다!' 의료진 목소리가 멀어져 간다.

심호흡을 쉬다 안개 같은 분무가 퍼지면서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들일랑 더 이상 경험하지 않고 생을 마감했으면 참 좋겠다.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진 시간은 3시간 정도였을까!?

수술실로 들어가서 회복실을 나서기까지 정확히 4시간이 걸렸다.

수술은 1시간 30분 정도였다.

남편 '묵'이 나를 수술실로 들여보내 놓고 수술실 안내 정보를 실시간 촬영해 두었기에 시간을 가름해 보았다.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마취 전 의료진들의 분주한 모습과 수술 집도의 서 교수님이 '긴장하지 마시라'던 목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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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300g 무게로 보통 자신 주먹보다 약간 크다.

수술 후, 추위와 심한 불편함으로 스스로는 꼼짝도 못 하는 한 인간에게 이 작은 심장의 콩닥콩닥 뛰는 소리가 강하게 느껴졌다.

나의 심장은 폐와 장기에서 날아온 산소와 영양분을 혈액에 실어 부지런히 병든 내 온몸으로 펌프질을 하고 있었구나.

병실로 돌아와서도 강한 마취 기운으로 통증보다는 비몽사몽 멍한 느낌과 강한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수술이 잘 됐다고 '묵'이 여러 번 말해주었다.

아, 난 이제 '고 알도스테론 증' 환자가 아니다!

왼쪽 부신이 없지만, 잘 살아갈 것이다.

나는 이날 내가 소우주임을 다시 되새김했다.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내게 나보다 더 존귀한 이는 없더라!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지 않던가.


왼쪽 부신을 떼어내고 한동안 멈추지 않고 울려오던 내 신음 소리에서 전해지던 통증과 거북하고 괴롭던 순간들, 사라지거나 잊힌 것이 아니다.

그대로 모이고 쌓여 켜켜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아픈 그만큼의 상처로만 남을 줄 알았다.

몸의 수술 자리가 아물어가면서, 내 마음 균형을 꼭 움켜잡은 또 다른 내가 들어와 나를 항상 다독여 준다.

어느새 마음자리 꼭 움켜잡지 않아도 그냥 편하다.

더 성숙해진 건지, 더 익어가는지, 더 늙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균형을 잡고 조용하고 편안한 회복기에 있다.


고 알도스테론 증, 부신 절제 수술 일기는 몸이 좀 더 편해지면 곧 자세하게 써 올릴 생각이다.

나와 같은 병으로 걱정하거나, 갈등하는 분들을 위해 부신 절제 수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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