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사람들에게 상상은 두려움을 키우나 경험은 용기를 준다.
16일 PM3시경, 여름휴가 다녀온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이번에도 입원 수속과 퇴원엔 아들이 동행했다.
지난 7월 19일, 첫 입원 때는 아들 눈길조차 외면하고 혼자 바삐 10층 병실로 향하면서 그냥 울고 싶었다, 울진 않았지만.
이번엔 아들에게 씩씩하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여유롭게 13층 간호 병동으로 올라갔다.
경험이 이래서 중요한가 보다.
내일(17일) 정맥 채혈 후, 2~3시간 동안 정면을 향한 채 꼼짝 말고 누워있어야 한다니, 도움을 받기 위해 간호 병동 입원실을 선택했다.
간호 병동은 일반 병동보다 깔끔하단 느낌이 든다.
상주해 있는 간호사 수도 더 많고, 모두 친절하다. 아, 지난번 일반 병동 분들도 친절했다.
이곳엔 남녀 비율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남자 간호사가 많다.
벨을 누르면, 곧바로 달려와 준다.
나는 수술 환자도 아니고, 혼자 움직이는 것도 자유로웠지만, 내심 마음 든든하다.
도우미 여사 몇 분도 항상 상주해 있다. 모두에게서 전문적인 손길이 느껴진다.
6인 병실에 들어서니, 입원 중인 환자는 1명뿐이다. 창가로 안내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13층에서 바라보이는 하늘은 그냥 내 집에서 바라보던 하늘과 같다.
1시간 동안 아무 관심도 받지 않고 혼자 누워있으니 정말 휴가 온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곧 이곳이 병원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일단 입원하면, 굵은 주삿바늘로 혈액 채취 구멍을 만들어 둔다.
담당 주치의 허 교수님이 입원실을 찾아주셨다. 내일 오전 회진으로 알고 있던 차, 뜻밖에 PM 5시 넘은 시간에 만나니 반가웠다.
정맥 채혈 시술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내일 PM 5시쯤 퇴원해도 좋단다.
결과는 다시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8월 23일 오후, 외래에서 다시 만나 수술 여부와 날짜 등을 조율할 것이다.
왼쪽 팔에 주삿바늘이 꽂혀 있지만, 안락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순두부찌개와 제육볶음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깐 로비를 서성이다 돌아와 샤워도 했다.
8시경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Y 존을 제모해 주고 갔다. 어색하긴 했지만, 친절하게 재빨리 잘 처리해 주어 오히려 고마웠다. 정맥 채혈은 사타구니 서혜부를 통해 좌우 측 대퇴 정맥으로 도관 삽입 후, 부신 정맥을 찾아가는 시술이다. 내일 오전 중 정맥 채혈이 있을 것이니, 밤 12시부터 금식이다.
어서 꿈나라로 가는 것이 내겐 최선의 선택이다.
잠든 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혈압과 체온을 잰다.
오른쪽 손등에 커다란 수혈 바늘을 꽂고 간다.
밖은 아직 어둡다. 나는 비몽사몽 헤매는 중이고.
양쪽 팔과 손등에 주삿바늘이 꼽혀 있으니 별안간 몸 눕히기가 불편하다.
겨우 핸드폰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AM 4시 30분. 열심히 더 자야겠다.
양쪽 손과 팔이 불편하단 생각을 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
입원실 아침은 다른 곳보다 일찍 열린다.
더 자고 싶어도 부지런한 간호사 선생님들 손길과 발길로 적당한 웅성거림과 서성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밤새워 우리를 지키고 돌보았을 노고를 생각하면, 오히려 싫지 않은 울림이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복용 중이던 약을 최소한 물로 먹는다.
원래 금식일 때는 물도 먹지 말라하지만, 혈압이 높아지면 곤란할 테니 약을 챙겨 먹으라고 해서.
어제 늦게 한 사람 더, 아침에도 한 사람이 입실, 병실 환자는 4명이 됐다.
다들 서로 아는 체도 않고, 말도 없다.
일반실 환자들보다 개인적인 성향이 좀 더 강해 보인다.
지난번 일반실에서는 서로 몇 마디 정도는 나누었던 것 같다.
뭐, 나도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못된다. 다들 아프고 피곤할 텐데 서로 무슨 말을 하랴!
아침식사 시간, 나는 금식 중이니 별다른 할 일 없이 3층 심혈관 조영실에서 어서 불러주기만 기다린다.
휴게실도 나가보고, 복도도 서성이다, 핸드폰도 좀 들여다봤지만 정신이 집중되질 않는다.
솔직히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 두렵고 불편하다.
혹 도움이 될까 싶어, 그동안 고 알도스테론 정맥 채혈 경험담을 검색해서 몇 건 읽어보기도 했지만, 하나같이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불쾌감을 토로한 것만 기억에 남는다.
부신 정맥 채혈(adrenal venous sampling)은 일측성 알도스테론 과분비를 측정하기 위한 검사라고 들었지만,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이 불안감을 더 부추긴다. 이럴 땐 상상력이 작동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의사 선생님도 직접 아파본 경험은 없지 않은가! 아무리 명의라 해도.
여름휴가 여행은 1박으로 끝났다. 8월 병상 시련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9시가 지나서야, 간호사 선생님이 수액과 진통제 2병을 침상 위에 달아준다.
수액을 주삿바늘로 주입하기 시작. 진통제는 시술 끝나고 통증을 없애주기 위해 주입시켜 줄 것이란다.
곧 친절하고 건강해 보이는 남자분이 와서 내 침대를 3층으로 밀어다 준단다.
양말을 벗을까 말까 망설이니 그냥 신으란다. 그곳은 무척 춥다고.
이렇게 눕혀서 비자발적으로 이동하니,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된 기분이다.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자니, 무심한 전등과 조명등 빛이 애처롭게 나를 내려본다.
심리적으로 민감해지는 내가 안쓰럽다.
지금은 좀 둔하고 멍청(?)해졌으면 좋으련만!
나의 두려움과 비참한 심정이 마스크 쓴 얼굴로도 다 드러났나 보다.
이 분은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다 잘 될 거라며, 마치고 나오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어쨌든 이 말이 힘이 된다. 간호사는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나 같은 환자들을 이동시켜 주면서 단시간에 힘을 북돋아 주는 천사인가 보다.
3층 심혈관 조영실 문안으로 나를 들여보내고 돌아나가면서 내 손 등을 툭 친다.
'걱정 마세요!'라고 한 마디 남기면서.
그래, 걱정 말자. 난 견뎌낼 수 있어. 이쯤은!
심혈관 조영실엔 9시 50분경 도착했지만, 다시 대기하는 시간이 30여 분 흐른다.
안쪽에서 시술 끝나가는 여자 환자분 소리도 들리고, 이 분이 침상에 실려 나간 후엔 시술실을 다시 소독하는 것 같다.
이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나는 이런 상황을 통해서만 수양을 해야 하나 봐! 진즉 제대로 수양하며 살아올걸.
드디어 시술대로 옮겨진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환자님 정맥 채혈을 담당한 000입니다'라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
그 귀한 이름은 생각나질 않고, 침착했던 낮고 작은 목소리와 반짝이던 눈동자만 기억난다.
어쨌든 난 그 눈빛과 목소리에 무한 신뢰를 느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얼굴에서 눈 빛은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나는 젊은 여의사를 좋아한다. 개인적인 취향이며, 의술에 남녀 차이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내분비과 주치의도 내가 선택한 분이다.
정맥 채혈을 담당할 분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에 무한 신뢰감이 전해지는 젊은 여의사다.
섬세한 손길이 그대로 느껴졌으니, 그런대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Y 존 시술 부위도 신경 쓰였는데, 난 복 받았나 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환자인 나까지 완벽한 여전사 군단이었다.
나만 빼면 백의 천사 군단이고.(그런데 얼룩덜룩 앞치마 같은 시술복 색깔이 좀 촌스러워 보였다.)
남자가 딱 한 분 있었는데, 계속 머물기보단 중간에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 정확지 않는 내 기억력?
보통 시술은 30분~1시간 정도 걸린단다.
아주 가는 관이 부신 정맥까지 도달하는 꽤나 까다로운 과정이라고.
예를 들어, 혈관 주사를 놓을 때도 혈관을 찾기 위해 팔에 고무줄로 묶고 여기저기 누르면서 찾는다.
그런데 대퇴 정맥을 통해 몸 한가운데 가장 깊은 곳에 손톱만 한 크기로 달려있는 부신까지 도달, 부신 정맥을 채취하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병실에서도 계속 혈압과 체온을 여러 번 재면서 정상임을 확인하고 내려왔는데, 시술을 앞두고 혈압이 높게 나온다.
왼쪽 팔에 혈압측정기를 달고 왼손 검지엔 호흡 맥박 집게를 달고 누워있으면 15분마다 자동으로 측정된 수치가 작은 모니터 위에 뜬다.
나도 내 혈압 치를 15분마다 계속 쳐다봤다. (15분마다 자동으로 울리니, 4번만 울리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혈압이 계속 151~145mmHG를 넘나 든다.
의사 선생님은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하란다. 괜히 혈압만 올라간다고.
드디어 사타구니 서혜부 오른쪽에 마취를 시작한다. 시간은 10시 20분. 선생님은 마취하면 아플 일도 없다며 긴장을 풀어주신다. '예!' 일단 대답은 잘했는데, 계속 긴장되는 내 마음을 나도 어찌 못하겠다.
마취 주사는 꽤 아팠자만, 내 마음만큼 아프진 않아 참을만했다.
보통 긴장되면 심호흡을 하라 권하지만, 부신 정맥 채혈에서는 절대 안 된다. 계속 얕은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 너무 섬세하고 미세한 과정이어서 호흡만 크게 쉬어도 겨우 밀어 넣었던 가느다란 관이 다시 밀려 나온단다. 선생님이 숨 멈추라 하면 숨을 참았지만, 참았다 내쉬려면 얕은 호흡이 저절로 거칠어 지곤 한다.
가족 얼굴을 떠올리며 위안을 받는다. 그중 내게 가장 큰 힘이 된 건 세젤예 손녀 꾸미다.
8월 말, 첫돌 기념으로 미리 찍어 딸이 보내준 꾸미 사진이 머릿속을 맴돌 때마다 마음 편해지는 요술이 펼쳐졌다. 다시 건강해지고 활기를 되찾아야 꾸미 데리고 나들이도 다닐 테고, 코로나 멈추며 먼 나라 여행도 한 번 더 떠나고 싶구나!
그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하다.
내가 중간중간 두려움을 참아내며 읊조린 노래는 '낭만고양이'였다.
가사가 불편한 생각들 사이로 들고났다.
..... 깊은 바다 자유롭게 날던 내가
한없이 밑으로만 가라앉고 있는데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더 자유롭게)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데, 15분마다 자동으로 팔을 조이고 울리는 혈압계 모니터 소리도 4번을 넘어간다. 그 사이 긴장한 탓인지 소변을 참지 못하고 누워서 민망한 일까지 처리해야 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막상 소변기를 넣어주자, 일을 못 보겠더라.
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내 아랫배를 꼭꼭 눌러주면서, 대부분 침대 위에서는 일을 잘 못 보시더라며 다독여준다. 아랫배를 눌러주자 볼일을 보았다는...
계속 더 상세하게 말하긴 민망하지만, 당시 의료진들의 친절한 다독임이 고마웠기에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공개할 만한 이야기 아니겠나!
몸이 아프니, 부끄러움 따윈 이미 물 건너갔지만. 처리를 도와준 간호사 선생님에게는 미안했다.
그런데 오히려, '힘드시죠!' 하면서 내 이마와 뺨을 어루만져 주니, 천사가 내 얼굴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1시간 15분이 지나가면서 내가 많이 힘들어하자, 의사 선생님은 오른쪽 부신 정맥은 채혈됐다며, 나를 안심시킨다. 아마 하대정맥과 말초 정맥도 채혈된 듯했다.
왼쪽 부신 정맥 채혈만 남았다며 용기를 주셨으니까!
오른쪽 부신 정맥 채혈이 왼쪽보다 훨씬 힘들다며, 그 와중에 자상한 설명을 잊지 않는다.
오른쪽은 관이 한 번 휘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일반적으로 오른쪽 정맥 채혈에 70% 이상 시간과 집중이 필요하고, 왼쪽 부신 채혈과 대조군인 하대정맥과 말초 정맥 채혈에 30%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면 적당하다.
하대정맥과 말초 정맥은 부신 정맥 채혈 적절성과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대조군이므로 꼭 함께 채혈해야 한다고.
휴우~! 나는 1시간 30분 만에야 시술이 끝냈다.
남들보다 긴 시간 동안 부신 정맥 채혈에 애써주신 의사 선생님 노고에 저절로 고마운 마음이 솟았다.
곁에서 오랜 시간 날 지켜보고 돌봐 준 간호사 선생님과 시술이 끝난 후부터 꼼짝도 할 수 없는 나를 번쩍 들어 병상 침대로 옮겨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아까 힘을 북돋아주던 천사가 다시 나타나 미소를 짓는다.
PM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 13층 병실로 돌아왔다.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내가 예정 시간보다 늦게 올라왔다며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아침도 굶어 일단 점심 식사를 주문해 놓았고, 2시간 후 데워주겠단다.
아직 시술 부위에 주삿바늘이 그대로 꼽혀 있으니 꼼짝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20분 후, 다른 선생님이 와서 주삿바늘을 빼준다. 아프진 않았지만, 그냥 느낌이 불편했다.
손바닥으로 시술 부위를 서너 차례 아플 정도로 강하게 압박해 주셨다.
모래주머니를 시술 부위에 올려놓은 후, 널따란 압박붕대로 아랫배와 등 전체를 6~7번 정도 돌아가며 칭칭 감았다. 2시간 후에 떼어 주겠단다.
그전엔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고. 그냥 천장만 보고 있으란다. 윽! 두려움은 가셨으나, 이도 고역이다.
동맥 채혈은 4시간~6시간까지 움직이지 못한다는데, 그나마 정맥 채혈이라 2시간으로 끝난다니, 이도 다행인가 싶다.
정확히 2시간 후인 2시 35분, 압박붕대 감아 주셨던 선생님이 다시 와서 붕대와 모래주머니를 떼어준다.
시술 부위를 다시 확인하고 소독약도 꼼꼼히 발라준다. 이 분의 친절한 처치도 고맙다.
3시경,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니, 간호사 선생님이 5시 퇴원 확정 통보를 알린다.
세상에, 금방 죽을 것만 같았는데 살금살금 걸어보니 크게 아픈 곳이 없어서 놀랐다.
아들이 5시 전, 1층 입원 수속실 앞으로 와 주겠다고 하니, 모든 일들이 잘 마무리됐다.
그런데 내가 천천히 걸어 화장실에 다녀오니, 친절한 여사님들이 내 침대 시트를 싹 갈아 놓았다.
5시 퇴원인 테 3시 30분 지난 시간에 침대 시트를 다 갈아 주니, 이 또한 송구스럽다.
퇴원 때, 혼자 옷 가방과 노트북 들고 나서는 나를 불러 세워 짐을 대신 들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 주신다. 이런 친절 다 받고 있는 나는 누구? 여긴 다 천사들만 있는 곳인가 봐!
PM 5시 30분경, 아들과 집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름이 슬쩍 물러가고 가을이 저 만 치서 어슬렁거리며 올 듯 말 듯 주춤거리는 여름 끝자락 비다.
'깊은 바다 자유롭게 날던 내가
한없이 밑으로만 가라앉고 있는데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더 자유롭게) 이 비를 맞으며.....'
마취약 효과가 풀려가는지, 긴장했던 탓인지 시술 부위보다는 손목과 다리, 허리까지 모두 들고일어나서 아프고 저리고 쑤신다며 아우성이다. 입원 전부터 불편했던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더 쑤시고 아프다.
겨우 저녁식사를 몇 숟가락 뜨고 눕다 앉았다를 반복하다가 9시 40분경 잠자리에 들었다.
혼자 신음소리를 내니, 그 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계속 내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자니 온몸이 더 아팠다.
그래도 어느새 잠이 들었던지, AM 4시경에 한 번 깨어났다 다시 자고 6시 30분경에 일어났다.
어젯밤보다는 개운했지만, 온몸이 욱신거린다.
특히, 손목이 아프니 손 전체가 떨리기까지 한다.
퇴원했지만, 어제(18일)는 하루 종일 병원에 있듯이 대부분 누워서 몸조리를 하며 보냈다.
다른 분들 경험담을 읽어보면, 보통 시술한 다음날 오전 퇴원하던데 나는 좀 일찍 퇴원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시술이 잘 됐다는 증거라 확신한다.
그동안 많이 지쳐 있었으니 면역력이나 컨디션이 계속 떨어지는 상태여서 온몸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오후엔 병원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내 몸 상태를 체크하길래, 온몸이 쑤시고 저리고 아프다고 하니, 모두 시술 후 생긴 증상이냐고 되묻는다.
일부 증상은 시술 전에도 불편했다고 하니, 통증이 지금보다 더 심해지면 지체하지 말고 당장 병원으로 달려 오란다.
에고, 이 천사 분들은 왜 이렇게 자꾸 겁을 주는지 몰라! ㅠ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두는 조언인 건 잘 알지만, 난 너무 지쳐있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론 지친 내 몸을 토닥거려 주기도 쉽지 않다.
수술 여부도 아직 확정 짓지 못한 상태인데, 너무 빨리 '자유롭게 바다로 떠나'보려고 했나 보다. 낭만 고양이처럼 떠나고 싶었지만, 조금 더 기다리기로...
이 글을 쓰기까지 몇 번이나 멈췄다 쓰길 반복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찌 즐기며 글을 쓸 수 있겠나!
앞으로 당분간 왕성한 활동은 어렵겠지만, 천천히 먼 길 가는 마음으로 내 글을 쓰고 다른 분들 글을 읽어야겠다.
알도스테론 병상일기는 나처럼 경험담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나 같은 환자를 위해 쓴다.
이 경험담은 최근 것이기에 절실하게 필요한 분도 혹 있지 않을까?
내가 열심히 읽은 3~4년 전 당시 생생했던 경험 글들은 2021년 현재 의료 상황과 차이가 있었다.
그동안 부신 이상 증후와 고 알도스테론 수술 및 치료도 더 발전해 온 것이 분명하다.
정맥 채혈도 시술 부위가 3~4년 전 경험담을 읽고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작고 깨끗해서 놀랐다.
시술 부위에 작은 바늘구멍이 3개 있는데, 이틀 지난 오늘은 2개 자국은 어디 있는지 표도 나질 않는다.
시술 중에도 통증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음을 다시 밝힌다.
그래도 시술 과정을 맨 정신으로 동행했으니, 이도 큰 경험이다.
병상에서는 특히, 경험만 한 힘이 없다.
상상은 두려움을 키우나 경험은 용기를 준다. 경험이 최고다.
고 알도스테론 증을 꼭 경험해야 하는 사람이 나란 것이 좀 서글프긴 하다.
이젠, 정맥 채혈 검사 결과가 나오는 23일(월)을 기다린다.
기다림도 점점 익숙해진다.
P.S. : 토요일(8월 21일) 오후 현재, 시술 관 삽입 구멍 한 개는 갈색 표시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구멍 2 곳은 얼핏 보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조금 힘을 준다던가, 1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있으면 시술 부위가 쿡 차이는 듯 뻐근한 느낌이 살짝 든다.
조금 무거운 것을 들어도 마찬가지다.
걸음걸이도 평소보다 느려져 있다. 평소와 같은 속도를 내려면 힘이 든다.
개인적인 차이도 있겠고, 느낌이란 것이 워낙 미묘하고 섬세하지만,
시술 부위의 뻐근한 느낌은 일상의 움직임을 멈짓하게 만들 만큼 확실히 전해진다, 아직은.
브런치 매거진에 올렸던 [잘 가, 내 왼쪽 부신!]을 8월 28일 『Bye, 내 왼쪽 부신!』 종이책으로 출간했고,
9월 6일 오후, e북도 출간 승인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글 만 남기고 [잘 가, 내 왼쪽 부신!] 관련 글은 모두 발행 취소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722137
http://www.epubple.com/home/home.page?cmd=home-book-view&book_id=8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