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양문화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노을빛 남해
독일마을의 나지막한 벽돌 담장은 경계를 허물고 교류를 상징하는 이곳의 상징처럼 보였다.
키 낮은 담장 앞에서 키 작은 노인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서서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모습이, 깊이 사유를 하는 철학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현재의 모습으로 남겨지기까지 쌓아온 삶의 긴 경험이 저 분만의 인자한 인생관을 넌지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아직 사유보단 자꾸 깜박거리는 기억 속을 꽉 채워 넣기 위해 사진 찍기를 반복하며 살고 있지만, 적어도 책을 읽고 있을 때 만은 사색하는 사람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기억의 정리조차 사진이 찍힌 순서대로 따라가지만,
이번엔 맨 처음 찍은 마을 입구 사진을 밀어 두고, 위 사색하는 모습을 앞에 두고 싶었다.
독일마을로 들어서는 유럽식 성문 앞에서는 한 쌍의 연인이 맘에 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각도를 시도하고 있었다.
아주 잠시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지만, '아름다운 청춘이니 어느 각도에서든 예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사진과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 속에는 독일마을의 낮은 담장 뒤로 산과 구름과 파란 하늘이 조화롭고, 광장에 무심하게 놓인 마차 2대는 달리질 못하고 있었다.
독일마을은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아름다운 남해의 조망이 어우러져 더 유명해졌을 것이다.
앞서 들린 '양화금'과 '금천' 마을은 천혜의 위치나 규모가 독일마을의 풍경과 같을 수는 없었다.
https://german-village.kr/ - -독일마을의 역사 알아보러 가기
독일마을의 유럽식 집들은 각기 독일 현지 지명이나 독일 유명인의 문패를 달고 펜션으로 운영 중이었다.
펜션을 쭉 사진으로 찍어 담는 것도 식상하다 보니, 건물보다는 아기자기한 조형물에 더 눈길이 갔다.
노친네들에겐 마을 길이 좀 가파르기도 했고 펜션에 묵어갈 계획도 없었으니, 아름다운 남해를 내려다보며 가볍게 걷는 것으로 만족하고, 마을 산책길을 다시 돌아 나왔다.
화살표를 따라 걷다 보니 다시 주차장에 닿았다.
독일마을 진입로를 향해 다시 달렸다.
독일마을로 들어설 때, 미리 눈도장 꾹 찍어두었던 '은성 쌈밥' 집에 도착했다.
음식은 전체적으로 맛깔났다.
우리는 메인 메뉴인 멸치조림보다 멸치 회 무침이 더 맛있었다.
우리가 이 식당으로 들어선 것은 이미 오후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홀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이 한 쌍이 식사 중이었다.
우리가 처음 주문했던 멍게비빔밥이 주문 불가였던 점은 이해를 했지만,
다른 손님들이 먹고 나간 지저분한 상이 4~5곳이나 널브러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들어설 때부터 눈에 거슬렸다.
이 정도면 식당 식탁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었다.
주방 안으로 일하는 분들이 적어도 3명은 있어 보이던데, 우리가 식사를 다 마친 후에도 손 한번 대질 않고 계속 방치하고 있던 것이 크게 아쉬웠다.
차마 대놓고 사진을 찍지 못한 것도, 치워달라고 말하지 못한 것도 괜히 기분만 상할 것 같아서였다.
저녁식사 준비 전까지는 아마도 이렇게 방치하는 듯 보였지만, 한 번 방문으로 그 내막을 알 순 없었다.
암튼, 맛집 음식 맛까지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으로, 초양대교를 향하는 동안 기분이 좀 찜찜했다.
초양대교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왔으나, 어느새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오전에 삼천포대교와 초양대교를 지나치면서 들리지 못한 초양도 휴게소와 초양 문화공원에 잠시 들렸다.
이곳 초양 문화공원에는 전망대가 있어, 한려해상국립공원 사천지구 청정 바다를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저녁노을 속으로 아득히 멀어져 가는 듯한 남해를 바라보자니, 바빴던 마음이 금세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전망대 위에서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 한려해상국립공원 사천 바다를 마주했다.
남쪽 바다와 하늘로 스며드는 노을빛과 서쪽 하늘과 바다 위로 드리워지는 노을빛은 한눈에도 크게 차이가 났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는 노을빛도 방향과 거리에 따라 우리 눈에 담기는 빛의 색깔과 풍경은 이렇게 달랐다.
깃대종(flagship species)은 유엔환경계획이 만든 개념이며,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을 뜻한다.
'깃대'라는 단어는 해당 지역 생태계 회복의 개척자적인 이미지를 부여한 상징적 표현이다.
'사천 바다 케이블카'는 바다와 산을 동시에 운행하는 국내 최초의 케이블카로 유명하다.
바다와 산으로 운행하는 이 케이블카는 국내 최장거리(19년 6월 기준)인 총연장 2.43km의 거리를 약 25분간 운행한다.
케이블카에 탑승 장소는 대방 정류장(사천시 사천 대로 18(대방동)), 초양 정류장(초양길 10(늑도동)), 각산 정류장(실안길 144-174(실안동)) 세 곳이다. 특히, 각산 정류장 전망대는 사천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케이블카는 오후 6시까지 운행하지만, 승차 표는 5시까지만 판매한다.
이곳 초양 문화공원은 탑승 장소가 아니었고, 시계도 6시를 향해 열심히 내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고개를 들어 바삐 오가는 케이블카를 올려다보는 것으로 대리만족해야 했다.
해남까지 월요일 당일치기 여행을 즐긴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물론 몸은 이미 지쳐 있었지만.
사천 바다 케이블카 이용방법과 요금 등은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http://www.scfmc.or.kr/cablec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