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유 Feb 17. 2024

엄마 없는 가족여행

작년 가을, 준비 없이 아빠를 떠나보내고 가장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연말 가족 모임은 특별히 호텔, 뷔페 룸에서 다.


식사 중 갑자기 여행 얘기가 나왔다.

엄마 모시고 아빠와 가려던 부산에 가자, 아니면 울릉도 갈까, 제주도 갈까. 국내 여행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최종 대만으로 결정됐다.


19명, 우리 가족만 단독으로 진행하 3박 4일 패키지여행이었다. 예약금을 보내고 여권사진까지 전송한 상태에서 일이 생기고 말았다.


갑작스레 엄마가 입원하게 된 것이다.

엄마는 담도관이 막혀 담즙 배액관 시술을 받았 주머니를 6주간 달고 지내야 했다.


퇴원하고 우리 집에서 지내 엄마가 주머니 달고 다니는 것도 불편하고 아무래도 힘들어서 못 갈 것 같으니 엄마 빼고 가라고 했다. 엄마랑 가고 싶어 준비한 여행인데 그동안 편히 쉬며 잘 회복해서 조심조심 다녀오자고 했다.

매일 환부소독하고 주사기로 멸균 식염수를 넣어 막히지 않게 관 청소 해야 하는데 여행 가서도 관리 잘해주면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켰. 자식들 성화에 엄마는 알겠다고 했고 여행사에 잔금을 완납했다.


여행 가기 이틀 전, 외래 진료가 있는 날이라 아침 일찍 엄마와 집을 나섰다. 공복에 몇 가지 검사를

하고 교수를 만났다. 간 수치와 염증 수치도 정상이고 담즙도 잘 배출되고 있으니 3주 후 다시 보자고 했다. 나는 대만 가족 여행을 이야기하며 영문 진단서를 부탁드렸다.


"아니, 이 상황에 꼭 해외여행을 가셔야겠어요?"

교수가 미간을 찡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가족 모두 가는 여행이고 아프시기 한참 전에 예약해서 티켓 발권까지  상태라 취소가 안 돼요."


"가셔야겠다면 진단서는 써드리지만 문제 생기면 저는 책임 못 집니다. "


"엄마 혼자소독 못하세요. 제가 지금껏 해드렸는데 저만 여행 가면 어떡해요. 가서도 제가 잘 케어해 드릴게요."


"대만 도착해서 혹시나 문제 생기면 거기 병원 가면 된다지만 비행기 안에서 관이 빠지면 어쩌실 거예요?"


비행기가 높이 갈수록 생기는 압력차에 의해 담낭에 끼웠관이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정말 큰 일이라고. 예상치 못한 교수 나는 말문이 막혔다.


"선생님,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살살 움직이며 조심히 다닐게요. 돈도 다 내서 못 받을 텐데."

애걸하듯 말하는 엄마 눈가가 젖어있었다.


"비행기 탑승에 위험한 환자라고 병원 소견서를 여행사에 보내면 아마 환불해 줄 겁니다."


함께 가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진행시키다 결국 엄마에게 실망과 서운함 주게 된 것 같아 속상했다.


"아무래도 불안했는데 잘됐어. 내 걱정은 말고 재밌게 잘 다녀와." 


엄마를 두고 떠나는 자식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까

되려 우리를 토닥이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큰 용돈까지 챙겨주셨다.


일 때문에 여행에 참여할 수 없었 남편이 엄마를 챙기며 소독까지 해준다고 하니 너무 든든하고 고마웠다. (남편은 서울 갈 일이 생기면 처가에 혼자 가서 밥 먹고 잠도 잘 만큼 부모님과 허물없이 지냈다.)


그렇게 엄마를 위해 준비한 가족여행은 엄마 없는 여행이 되고 말았다.


일정이 타이트한 데다 비까지 자주 내려 엄마가 왔으면 힘들어 고생했겠다 싶다가도 좋은 곳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엄마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공항에서 저녁 먹은 후

가족들과 헤어졌다.


고생한 남편과 엄마를 위해 준비한 형제들의 선물을 가득 안고 아이들과 바쁘게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 드디어 우리 왔어. 남편, 힘들었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독까지 끝낸 엄마와 남편은 배를 먹으며 오붓하게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환한 얼굴의 두 사람을 보니 고생은 어째 내가 더 한 얼굴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반짝인데이에도 웃지 못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