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욕망의 ETF 투자 연대기
ETF(Exchange Traded Fund).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여러 종목을 담아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이뤄지고, 시장 평균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퇴직연금처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자산에는 이보다 적합한 수단이 또 있을까. 평균은 살아남는 길이다. 안전하다. 그러나 안전은 곧 지루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루함은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이다.
나는 2022년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면서 ETF 투자에 발을 들였다. 수많은 책이 나를 안내했다. 강환국의 《거인의 포트폴리오》가 분산의 철학을 심어주었고, 김성일의 《마법의 연금 굴리기》는 복리의 힘을 알려주었다. 종목을 고르고 실패할 불안 대신, 시장 평균을 따라가면 언젠가 여유로운 은퇴가 보장된다는 믿음. 그 믿음이 나를 ETF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이 믿음은 지루함이라는 거대한 함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평균은 매일 조금씩 오르거나 내린다. 하루 단위로 창을 열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올라도 덜 오르고, 떨어져도 덜 떨어진다. 이 차분함 속에서 인간의 욕망은 속삭인다. “더 빨리,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뉴스는 매일 급등주를 전하고, 주식 커뮤니티는 단 하루 만에 10% 수익을 낸 사례를 자랑한다. ETF로는 2년에 걸쳐야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누군가는 단 하룻밤에 실현했다. 평균에 머무는 내가 바보처럼 보인다. 그 순간 FOMO(Fear of Missing Out), 놓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흔들었다. 평균은 안전을 보장하지만, 욕망은 그 안전을 참지 못한다. 이 아이러니가 ETF의 진짜 함정이었다.
나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 성장을 좇았다. 레버리지 ETF에 손을 대며 단기간에 10%, 20% 수익을 올리는 쾌감을 맛봤다. 그 순간만큼은 ETF의 심심함이 우스워 보였다. 그러나 리스크는 언제나 대가를 요구한다. 내가 얻은 단기 쾌락은 곧 고통으로 돌아왔고, 계좌는 푸르게 질렸다. ETF가 주는 잔잔한 안도 대신, 나는 욕망의 파도에 휘말려 흔들렸다.
결국 나는 깨달았다. ETF의 함정은 ‘평균’ 그 자체가 아니다. 평균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이야말로 진짜 함정이다. 생존을 보장하는 길이 눈앞에 있어도,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에 흔들린다. 안전을 추구하는 욕망과 성장을 향한 욕망이 교차하며, 투자자는 매일 멘탈 게임을 벌인다.
이 연대기는 그 멘탈 게임의 기록이다. ETF라는 평균의 도구와, 욕망이라는 불안정한 본능 사이에서 내가 좌충우돌하며 배운 생존의 흔적들이다. 평균을 붙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욕망은 그 평균을 배반하라고 속삭인다. 그 틈에서 나는 흔들렸고, 또 버텼다.
이제 나는 그 이야기를 기록하려 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한 투자자의 고백,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