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란 이름의 ETF
22년 11월. 나의 잔잔한 올웨더포트폴리오를 균열가게 한 상품이 등장한다.
이름하여 Tiger 테슬라채권혼합.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ETF 종목 중 테슬라의 비중을 30%를 담고 있는 ETF.
당시 소위 말하는 알주식으로 테슬라를 투자를 하고 있던 내게 퇴직연금의 자산이 올웨더포트로 잠겨 있는 게 마냥 불만이었지만 그렇다고 퇴직연금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기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테슬라와 채권을 3:7로 구성한 테슬라채권혼합 ETF는 내게 구세주와 같은 상품이었다.
퇴직연금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30% 안전 자산의 비중을 채울 수 있으면서 테슬라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니 테슬라에 더 투자할 재원이 필요했던 내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상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채권혼합은 23년 5월에 출시된 ACE 테슬라밸류체인 ETF에 비하면 순한 맛이다. 물론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는 고유의 장점은 대체 불가이지만.
현재까지 퇴직연금으로 투자 가능한 상품 중 레버리지 종목으로 구성된 ETF는 ACE 테슬라밸류체인 ETF가 유일하다. 금감원에서 어떻게 이런 종목을 퇴직연금 투자 가능한 종목으로 허가를 내주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퇴직연금은 은퇴 후 삶의 보루와 같은 존재이기에 몇 가지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안전자산 비중 30% 유지, 그다음으로는 레버리지, 인버스 ETF 투자 불가.
그런데 ACE 테슬라밸류체인은 그 30%가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종목이 차지하고 테슬라 본주는 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간접적으로 테슬라 2배 레버리지를 살 수 있는 ETF라고 할 수 있겠다.
테슬라 투자 재원에 목말랐던 내게는 테슬라 채권 혼합과 테슬라 밸류 체인 ETF의 조합은 최강의 테슬라 투자를 위한 조합이었다.
언제인가 내 포트폴리오는 테슬라채권혼합(안전자산 30%)과 테슬라밸류체인 (위험자산 70%) 두 종목으로 바뀌어 있었다.
테슬라에 내 미래를 걸었던 것이다.
자율주행, FSD(Full Self Driving), 옵티머스 로봇, 미래 AI가 지배할 세상에서 테슬라가 주인공이 될 것 같은 꿈을 그리며 내 몰빵 투자는 합리화되고 스스로를 세뇌시키게 되었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 주는 기대의 쾌감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바로 이 험준한 차트의 봉우리에 오를 생각만으로도 몰빵한 투자자에게 큰 기쁨을 준다.
높이 솟아오른 만큼 수익의 크기는 창대할 것이기에
하지만, 사실은 이 기대감의 다른 한쪽 면은 바로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FOMO (Fear of Missing Out)다.
테슬라는 유난히도 변동폭이 심하다. 아래 차트를 보면 느끼겠지만 깊은 골짜기와 높은 봉우리는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우습게 보일 정도의 험준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거래량을 보면 어떤가? 험준한 봉우리와 골짜기에서 터지는 저 큰 거래량들.. 이게 다 욕망의 잔해물 아닌가?
FOMO가 뭔가? 남들 부자 될 때 그 길에서 소외되고 뒤떨어지는 감정.. 바로 이 감정이 우리를 투자 세상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몰빵의 순간 잠시 부자가 된듯한 쾌감의 순간이 있었지만 저 골짜기에 차트가 처박힐 때 그 쾌감은 어느 새 사라지고 남는 건 침묵과 존버의 비참함뿐이었다.
몰빵의 끝에는 언제나 FOMO의 그림자가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