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올웨더 포트폴리오: 평균의 미학

마법의 복리라는 시간의 안정감이 욕망에 무릎을 꿇고 만다

by 은퇴설계자

은퇴 자산의 안전한 운용이 제일 중요했던 시절


이제 내 손으로 굴리게 된 1억이 넘게 쌓인 퇴직금은 앞으로 10년 가까이 계속 투자해서 불려 나가야 하는 노후를 위한 안전장치였다.


노후 자금은 금지옥엽이라며 손실을 보면 안 되는 자산으로 인식되어 그저 회사의 운용에 맡겨두는 게 보통이지만, 개인이 직접 퇴직연금으로 굴릴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내 손으로 직접 굴려야겠다는 생각을 차츰 가지게 되었고, 21년 나스닥의 폭등장을 바라보며 22년 봄 퇴직연금을 직접 굴릴 수 있는 DC형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때 나름 주식공부와 투자공부를 병행하며 미국 시장에 주식 투자를 하고 있던 상황인지라,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리면 될지도 꽤 공부를 해두었다.


하지만 생애 처음 큰 투자금액을 굴려야 했던 순간이 막상 닥쳐오자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수익에 대한 기대를 짓눌렀다.


투자 공부하면서 늘 금과옥조처럼 듣는 이야기가 분산 투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분산 투자해야 할 것인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5:5로 나누고, 그중에서도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로 반반씩 나눠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사계절 모든 날씨에도 버틸 수 있다는 올웨더 포트폴리오.


그렇게 국내채권, 미국채권, 금, 국내 KOSPI 지수와 미국의 나스닥 지수를 종목으로 담고 있는 ETF에 투자하였다.


올웨더 포트폴리오의 상세한 ETF 종목 구성은 아래 링크 글을 참고.


22년 폭락의 나스닥을 견딘 올웨더 포트폴리오

By ChatGPT


올웨더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장점은 주식 시장의 등락에 크게 관계없이 큰 수익이 나지도 않지만, 큰 손실도 나지 않아 1개월에 한 번 수익률만 체크해 주면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기에 22년도의 나스닥 폭락장에서도 큰 손실을 보지 않고 자산을 잘 지켜낼 수 있었다.


미국 투자자들에게 22년은 고난의 행군 그 자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급격한 금리의 인상.

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식 시장에서는 썰물처럼 투자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 아무리 평균을 추종하는 지수형 ETF라도 평균의 하락은 어찌할 도리없이 ETF 가격의 하락으로 결론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국내 자산과 해외 자산을 구분해서 투자하고 있고, 채권과 주식을 또다시 반반씩 나눠서 투자하고 있었기에 다른 자산의 상승분으로 미국 주식 시장의 하락을 잘 방어하고 있었다.


22년도에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한 건을 큰 실패였을 수 있지만, 그 첫 포트폴리오를 올웨더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것은 작은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시간을 사는 복리의 마법은 인내와 함께 완성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만약에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했더라면 22년은 큰 손실을 보는 한 해였을텐데, 다행히도 올웨더 포트폴리오로 무장한 내 퇴직 연금 자산은 큰 하락을 견뎌내고 앞으로의 상승장에서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손실도 없지만 수익도 적다는 올웨더 포트폴리오의 덕목에 있었다.


큰 하락 뒤에 큰 상승이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당시 미국 주식 시장 공부를 열심히 하던 나는 22년의 하락은 앞으로 다가올 23년 이후의 대세 상승의 초입임을 직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락도 적지만 상승도 미미한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지루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끊임없는 내 욕망의 속삭임에 무릎을 꿇고 만다.


평균을 지켜내는 일은 고요하지만, 그 고요함을 조금씩 자라던 내 욕망이 끝내 깨뜨리고 말았다.


https://blog.naver.com/alddlnam/223166978975









keyword
이전 01화프롤로그, 평균의 함정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