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아주는 안전자산의 역할
퇴직연금으로 테슬라에 올인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위험이 아니라 무모함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에 눈먼 나는 그 길을 가고야 말았다.
25년 봄, 트럼프의 관세 전쟁, 그리고 트럼트와 일론의 결별은 테슬라 주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480달러가 넘던 테슬라의 주가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210달러까지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의 퇴직연금 계좌는 어떻게 되었을까?
한 때 2억 5천 가까이 불어놨던 계좌는 1억 8천까지 떨어졌다.
테슬라는 절반 이상 하락했는데, 어떻게 퇴직연금 계좌는 겨우 30%의 손실만 본 것일까?
바로 ETF라는 안전장치 덕분이고, 거기에 퇴직연금 계좌의 자산 비중 가드레일 덕분이다.
ETF는 하나의 종목만 담지 않는다. 내 포트의 주력인 ACE 테슬라밸류체인조차 테슬라의 비중은 50% 수준이다. 나머지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CATL 등 다양한 글로벌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테슬라 하락분의 30% 선에서 수익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는 퇴직연금의 안전자산 가드레일 덕분이다. 퇴직연금 계좌는 자산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분류하고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7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자산이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 채권 등이며, ETF 중에서는 채권 비중이 70%를 넘는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내가 보유한 테슬라채권혼합 ETF의 경우도 테슬라 30%, 국내채권 70%의 비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테슬라 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한 나의 욕심으로 선택한 종목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테슬라를 담겠다는 내 욕심이 결과적으로 내 계좌를 지켜냈다.
내 의도와 달리 테슬라채권혼합 ETF 중 70%의 채권, 전체 투자 비중으로 보면 20%의 채권 덕분에 널뛰기하는 테슬라의 주가 변동에도 덜 하락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퇴직연금이라는 제도는 끝없이 치닫는 내 욕망의 제동 장치 역할을 해주었다.
개별종목 투자가 금지되어 있고, 안전자산 비중 30% 룰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슬라에 빠져 있던 나는 퇴직연금이라는 안전장치, ETF라는 자동 분산 투자 장치 덕분에 폭락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덕분에 지난 4년간 퇴직연금 계좌는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돈을 벌어다 주는 복리의 마법을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다.
퇴직연금은 나를 대신해 일했고, 시간은 내 욕망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제 나는, 잃지 않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 투자해 본 적이 없이 단기 주식 투자 경험만 있던 내게 퇴직연금 계좌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의 마법을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