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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Satellite전략: Core는 테슬라였으나

Core는 믿음의 영역인가, 평균의 영역인가

by 은퇴설계자

나의 퇴직연금이 테슬라 ETF에 올인되어 있던 순간,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인 논쟁은 나의 수익률을 바닥으로 내몰았다. 정치 뉴스가 뜰 때마다 내 계좌가 푸르게 질렸다. 숫자가 아니라 믿음이 무너지고 있었다


기업이란 원래부터가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게 당연지사 아닌가?

그럼에도 기업 본연의 사업 활동이 아닌 정치적인 활동으로 인해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사업의 불확실성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떠안아야 한다면 이 투자의 리스크는 너무도 큰 것이다.


테슬라로 올인되어 있던 신념의 포트폴리오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내 마음속에는 테슬라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거의 믿음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테슬라의 비중을 한 번에 덜어내기는 힘들었다.


천천히 비중을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이 포트폴리오를 나만의 Core - Satellite 전략으로 명명했다.


원래 Core - Satellite 포트폴리오는 70%는 지수형 ETF로 Passive 한 투자를 하고, 나머지 30%를 테마형 종목에 투자함으로써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교과서는 코어를 지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투자 세상에서 지수는 의미가 없었다.

나의 포트폴리오에서 코어는 테슬라였다. 지수 ETF가 추구하는 우량기업으로 상징되는 기업 집단 전체의 성장에 대한 믿음보다 AI 시대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에 대한 믿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내게는 이미 지수만큼이나 굳건한 테슬라 ETF가 자리 잡고 있었기에, 지수 ETF의 자리에 테슬라 ETF로 채우고, 나머지 테마형 ETF는 새로 뜨는 종목군들. 예를 들면 양자컴퓨팅, AI전력 등 AI 영역으로 빛을 볼 수 있는 미래형 테마 ETF를 투자하기로 하였다.


위성은 끊임없이 바뀌었다. 금, AI인프라, 증권 — 욕망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위성의 자리는 쉴 새 없이 변하였다.


이런저런 종목들을 채워놓은 실험들은 운 좋게도 수익을 남겨주기도 했지만, 진득하게 오랜 기간 지켜보는 게 아니라 단타로 쫓다보니 시장의 파도에 휩쓸렸고 투자 리듬 측면에서는 혼동을 주기도 했다.


사실 테슬라에 대한 믿음이 여전한 상태에서 일시적인 정치적 충돌로 인한 내 멘탈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일론이 사업에 매진하면서부터 테슬라는 반등하기 시작했고, 나의 Satellite 들은 짧은 주기로 명멸하며 사그라져 들어갔다.


내 위성 종목들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서 인지 조그마한 시장의 출렁임에도 나의 위성 종목들에 대한 믿음은 쉽게 무너졌다.


애초에 뿌리가 얕은 시험대와 같은 위성 종목들이었기에 10일 선 아래로 하락하면 손절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Core - Satellite 전략 실험은 테슬라에 대한 믿음만 더 공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이만한 형님이 없군.


하지만 이미 한번 갈라선 후 위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내 마음에는 언제든지 비중 조절을 통해 시장 대응을 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크게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테슬라에 대한 Long View는 변함이 없지만, 100% 테슬라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변동성에 너무 취약하다는 걸 체험하게 되니, 점점 진짜 Core-Satellite 전략을 구사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믿음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이제 내 신념은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혀가고 있었다.

욕망은 여전히 출렁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균형을 배워간다.


그렇다면 Core는 어떤 종목, 어떤 지수가 되어야 할까?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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