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대하는 자세가 노후의 차이를 결정한다
퇴직연금이라는 제도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제도를 ‘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연금계좌를 ‘투자의 도구’로 삼고,
어떤 이는 ‘소비의 마지막 통장’으로 삼는다.
퇴직연금을 투자 계좌로 보는 시각과 안전한 연금 소비의 통장으로 보는 시각은 우리 삶을 어떻게 다를게 만들까?
퇴직연금으로 투자를 한다는 것은 미래의 보루인 자산으로 위험에 뛰어드는 일일 수 있다.
이런 투자 위험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는 사실은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4%의 예금 이자는 안전한데, 8%의 투자 수익은 왜 불안할까?
그것은 원금 손실의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축적된 다양한 주가 지수의 백테스트 결과는 이런 불안감을 잠재워준다.
때론 대공황,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 위기 등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해가 있지만, S&P 지수는 151년간 평균 수익률이 1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안정적인 대표 기업의 성장이라는 낙관을 가지고 투자한다면 8%보다 우수한 성정을 낼 수 있다.
역대 가장 처참한 기록한 1931년 대공황 시절의 S&P500 지수는 반대로 1933년과 1935년 역대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법. 시간을 버틴 자는 100%의 달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대공황 시절의 폭락을 고스란히 복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긴 세월을 두고 흔들림 없이 투자하기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간을 견디는 자에겐 수익의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안전한 은행 예금과 그 이자로 살아가는 인생은 어떠할까?
서울 사는 45세 김 부장과 박 부장은 입사 동기로 똑같이 승진하고 퇴직금도 8천만 원 수준으로 같았다.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여 투자 계좌로 운용하며, 꾸준히 S&P500 지수에 투자한 김 부장은 10년 후 3억의 퇴직연금으로 불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회사가 주는 대로 DB형을 유지하면 매년 3%씩 인상되는 안정적인 DB형을 선택한 박 부장의 10년 후 퇴직금은 1억 8천, 김 부장과는 1억이 넘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런 투자를 대하는 서로 다른 자세는 은퇴 후 삶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
퇴직연금 계좌로 계속 투자하며, 매월 연금 2백만 원씩 빼서 쓸 경우, 은퇴 11년 차인 김 부장의 퇴직연금 잔고는 3억 3천만 원으로 오히려 더 불어나 있는 반면, 4%의 예금 이자로 연금은 운영한 박 부장의 잔고는 10년 차에 이미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투자 수익률 8%와 예금 이자율 4%의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출발점의 퇴직 연금 규모와 차이와 복리의 시간으로 축적되는 수익률의 차이로 인해 무려 3억이 넘는 차이로 확대되는 것이다.
재직기간 10년, 은퇴 후 10년, 이렇게 20년의 세월은 두 사람의 삶을 이렇게 크게 차이 나게 만든 것이다.
복리는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시간이 오래 축적될수록 복리의 힘은 강력해진다.
복리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투자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때론 대공황, 금융위기와 같은 예상치 못한 시장의 하락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시장 하락을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늘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 보유를 유지하는 자산 배분의 룰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투자의 세상에서는 꽤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때론 FOMO에 시달릴 수 있고, 주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때 30%의 현금 비중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복리라는 시간의 힘을 믿는 자에게만 허락된 인내심이다.
원금 손실의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박 부장은 안전한 예금 이자를 택했고 9년 만에 연금은 고갈이 되었다.
그야말로 그렇게 두려워하던 원금이 바닥이 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바로 확실한 수익을 원했고 절대 손실이 있어선 안된다는 신념 때문일 것이다.
확실한 수익을 원한다는 말은, 복리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퇴직연금을 ‘보관’의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순간, 복리의 시계는 멈춘다.
DB형, 원리금보장형, 예금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모두 ‘시간을 죽이는 구조’다.
연금투자자는 돈을 불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지키고 인내로 버틸 수 있는 사람이다.
복리의 기술은 숫자가 아니라 태도에서 완성된다.
퇴직연금의 진짜 주인은,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