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조직 생활에서 연말이면 항상 인사 발령은 피할 수 없다.
누군가는 새로 임원이 되고, 팀장이 되며, 누군가는 그냥 보직 명단에서 빠지게 된다.
특히 임원 인사는 잔인하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 그렇게 회사를 이끌 사람으로 대우하더니,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고 통보한다는 게 당사자가 아닌 남이 보기에도 억울하다.
멀쩡히 명패까지 달고 상무, 전무, 사업부장 타이틀을 달았던 분들이 하루아침에 자리를 내놓고 야인이 된다는 건 잔인한 일임에 분명하다.
올해는 유난히 또래 선배, 동료 임원, 팀장들이 자리를 많이 떠나게 되었다.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 회사 걱정이라지만, 그 누구도 퇴임임원 걱정이 쓸데없단 소린 안 한다.
한 명의 동료를 회사라는 울타리 밖으로 배웅하는 일은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다.
수많은 2차 베이비붐 세대들이 회사를 떠나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던 내 또래들은 퇴직하고서도 끝없는 일자리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내가 속한 조직의 팀장도 이번에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마침 재택근무 중이라 전화를 주셨다. 그동안 많이 못 도와드려서 미안하다고 한다.
때론 바늘처럼 콕콕 쑤시며 일했던 분이었지만, 그 전화에 담긴 목소리는 진정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난 미리부터 은퇴 이후를 가정하고 살아온 내 삶의 방향이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지금 회사밖을 나가면 이만한 직장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남은 시간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은 나의 업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젊은 시절 구직하던 심정을 다시 떠올리는 건 20년이 넘는 익숙한 회사 생활을 한 내게 쉽진 않은 일이지만,
바깥의 찬 공기를 생각하면 그래도 이만한 곳이 없겠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미래를 준비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그리고 글쓰기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일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