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과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조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어떤 도시락에도 들어 있었고,
아이들이 그리던 과일 그림에도,
언제나 중앙에 있었다.
그는 모든 과일의 기준점이었고,
과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얼굴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는 오래되었고,
그건 동시에 위험했다.
그날, 아보카도가 들어왔다.
브런치 바구니 한가운데에,
토스트 위에 얹힌 채,
라임 한 방울을 등에 이고,
사진 찍기 가장 좋은 각도로 눕혀진 모습이었다.
사과는 묵직한 시선을 내렸다.
아보카도는 신선한 미소를 올렸다.
둘 사이에 말은 없었지만,
껍질 아래의 기류는 확실히 느껴졌다.
"나는 자연스러운 건강이다"
사과는 그렇게 믿었다.
"나는 선택받은 건강이다"
아보카도는 그렇게 연출했다.
사과는 어디에든 어울렸다.
샐러드, 잼, 주스, 심지어 파이까지.
그는 변신에 능숙했고, 오래 보관되었으며,
한입 베어 물기 쉬웠다.
하지만 그건 아보카도에겐
지나치게 '대중적'이었다.
'무난하다'는 말이
가장 무서운 말이란 걸,
아보카도는 알고 있었다.
그는 덜 익었다가,
너무 빨리 익고,
그다음엔 바로 죽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시간을 기다렸고,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건 일종의
사랑받는 방식이었다.
짧고, 강렬하며, 자주 실패하는,
그 모든 것이,
브런치 감성으로 포장되었을 때,
매력으로 작용했다.
사과는 그걸 못 견뎠다.
"나는 365일 준비돼 있다."
그가 말했다.
아보카도는 웃었다.
"그게 문제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싸움은 없었다.
그러나 둘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냉장고의 첫 칸을 두고,
사람의 손이 어디를 먼저 향하는지를 두고,
포장지에 적힌 문장의 길이를 두고.
사과는 자신이 과일의 본질이라 믿었고,
아보카도는 이 시대의 과일이라 믿었다.
시간을 흘렀고,
둘 다 갈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서로는 서로를
어쩐지 조금 닮았다고 느꼈다.
하나는 추억이었고,
하나는 유행이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는
언제나
씹히는 무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