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4절기 중 소설(小雪)이었다.
첫눈이 온다는 날인데, 기온은 15도까지 올랐다.
봄 같은 오후였다.
늦가을의 차가움은 사라지고, 햇살은 마치 되돌아온 계절처럼 따뜻했다.
올여름이 워낙 길어서인지, 가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입동은 건너뛴 기분이다. 아직 추위가 시작되지 않아 늦가을이 오래간다.
가을을 이렇게 오래 붙잡을 수 있다니, 여름 더위마저 고마울 지경이다.
해마다 입시철이면 찾아오던 찬 기운도
올해는 봄바람처럼 가볍다.
우리 삶도 사계절을 비켜갈 수 없다.
나의 계절은 아직도 한여름이다.
회사라는 뜨거운 볕 아래서
부지런히 열매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여름이 그렇게 싫었는데,
인생의 여름은 더 길게 붙잡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