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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Apr 06. 2023

비가 미친듯이 퍼부었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나는 자꾸 기억의 편린들을 짜깁기 하고 있었다.



짙고 두툼한 예쁜 모양의 눈썹,

눈썹, 눈썹, 눈썹들.




피곤할 때만 생기는 쌍꺼풀,

피곤할수록 진해지는 쌍꺼풀,

있다가 없다가 하는 너의 쌍꺼풀


너 3년 전 그날도 꼭 그랬었던 것도 같고.



우리 그날엔 밤새 얘길했었지,


짙어지던 쌍꺼풀.




섹시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제와 기억을 조립하다보니 그건, 섹시한 게 맞다.




까만 속눈썹, 너는 아랫 속눈썹이 특히 촘촘하고 길고 예뻤지.






러닝하러 갈랬는데 비오네

-그러게

러닝화 새로 샀는데 개시를 못하네

-그러게

영 파이다


너는 일부러 사투리로 얘기한다. 경상도 사람도 아니면서.


덕분에 억양이 엉망이다.




러닝하러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 너무 많이.






너는 내 어깨를 깨물고 나는 아, 하고 반사적으로 내뱉는다.

아파?

-아니.


비가 너무 많이 와.





우리는 말도 안되는 사투리들로 말도 안되는 대화를 나눈다.


무신거랜 고람신지 몰르쿠게?

-뭐야, 한국말이야?

-께가 뭐야, 깨?

께. 당연하지란 뜻이야

-아, 영 파이네







그릭콜로지와 시티펍 호가든로제와 예거라들러


2년 전으로 기억 강제소환.


3년 전인가, 몰라 모르겠네.

데자뷰 같아. 옛날 생각 나네 데자뷰 -




의도한 건 아닌데.

당연히 우리는 아무 의도도 안했는데.




데-자-뷰--우






진실된 선택을 하자, 매 순간. 그럼 적어도 후회는 없잖아, 안 그래?

-그래

후회할 것 같아?

-좀 그래

나는 네가 후회 안 하는게 좋아

-나도 그래

그래는 뭐 라임 맞추는거야?

-그래






회사에 이렇게 입고 갔어?

-응

진짜?

-응, 왜?

파이네

-뭐가

확마

-어어?

팍씨

-어어어?

확마, 팍씨

-확마 팍씨 차이점 괜히 알려줬네. 이렇게 남발하다니

너무

-응?

위험해

-뭐가

영 파이네






빗소리를 들으면서 이렇게 있으니

중간 중간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들어, 이상하다. 몽롱한 느낌 -






한강 러닝하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아쉽네

-그러게

내일도 비온다는데

-그러게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내 발을 정성스럽게 마사지 하는 너를 내려다 보고 있다.

눈썹, 속눈썹밖에 안 보인다.

물론 전에도 예쁘다곤 생각했는데 되게 예쁘네.

내가 부르면 응? 하면서 나를 올려다 볼 때만 생기는 그 쌍꺼풀도 되게 이쁘네.



눈썹과 속눈썹의 잔상만이 짙게 남아

이 비오는 밤을 채우고 있다.







비는 퍼붓고

나는 네 속눈썹 한올 한올을 떠올릴 수 있기라도 한 것마냥 정성스레 그 장면을 소환한다. 섬세하게.



음악이 흐르는 그 공간, 우리는 그 누구보다 편안한 상태였지. 흘러내리는 액체처럼. 그 고즈넉한 그 바이브.






너의 눈썹들, 결,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 가까워지는 눈동자




노란색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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