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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Apr 13. 2023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이 있다




카페에 갔다.

메뉴판에 이런 글이 있었다.


가난하고 풍요롭다.

차갑고 뜨겁다.

명쾌하고 모호하다.

가리우면서 드러난다.

기억하고 지운다.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이 있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각각의 문장을 곱씹어 보았다.






그래,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지. 뭐든 그런 법이지.

세상은 모순 투성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법이지.


그런 당연하고 어리석고도

놀랍고 진부해서 더 아름다운

생각들을 했다.








정갈하게 비워낸 마음이

공허함보다는 상쾌함으로 남았음에 감사하면서

나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는 역시나 따뜻하고 포근하고 늘 그렇듯 그 자리에 가지런히 있다.

우리는 별 거 아닌 얘기들로 배가 아프도록 웃고 숨이 가빠질 정도로 웃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끊는다.



짧은 통화에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이 있다.






갓 구운 따뜻한 팬 케이크는

촉촉해서 기분 좋은 감촉을 남긴다.


따뜻하고 촉촉하고 폭신한

은은하게 달콤한  케이크는

쌉싸름한 커피와 함께할 때

그 맛이 배가 된다.


너무 맛있다.


이 한 입 한 입과

소중한 이 순간을 즐겨야지.




팬 케이크가 식어가는 속도에 맞춰

커피와 함께 천천히 음미한다.





어느새 커피는 사라지고

빈 잔만이 남았다.











지금 여기,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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