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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Apr 01. 2023

좋은 집에 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이사를 가기로 했다.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아니고,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하루종일 찾고 또 찾아도 죽어도 안 보이다가 모든 걸 포기하고선 '에라, 모르겠다. 언젠가 찾겠지' 하고 널브러져 있으면 갑자기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던 물건이 툭 나왔던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아무리 애써도 안 되어서 다 포기하고 내려놓고 앉아 있었더니 무언가 확실한 걸 찾았다. 찾고 말았다. 깨달았다. 깨닫고 말았다. 느꼈다. 느끼고 말았다. 알았다. 알고 말았다. 


모든 것을 내려 놓으니 확실히 보이는 것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말과 가장 불확실한 말,

내가 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착한 말과 가장 나쁜 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말과 가장 모호한 말,

내가 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솔직한 말과 가장 거짓인 말,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다 필요없는 말이다. 말은 말일 뿐이니까.







최근 행복한 일들이 많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가벼운 외투를 입어도 벌벌 떨지 않아도 되는 일,

새로 산 샴푸의 향이 썩 마음에 드는 일,

테니스 실력이 늘고 있는 일,

부서를 옮기면서 직장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든 일,

벚꽃이 만개한 일,


매일매일 행복한 일들이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나고

구름처럼 몽글몽글 생겨난다.


구름은 단지 수증기의 응결일 뿐야,

그렇게 말하는 널 보며 못 말려 하고 웃을 수 있을만큼 나는 여유를 찾았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해도, 가까이 가보니 실체가 없어 안을 수 없다해도

그런 구름같은 행복이라 해도 그건 충분히 값지다.






나는 너를 아꼈지만, 정말 아꼈지만, 아끼고 아꼈지만, 아꼈지만, 아꼈지만,


문장은 거기서 계속 맴돌았다. 아꼈지만, 아꼈지만… 




그때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모든 잡생각이 싹 사라졌다.


"와, 너무 맛있어."






나는 너를 아꼈지만

너는 소중했지만

너는 나와 친했지만

나는 네게 부끄러울 것이 없었지만

너는 내게 부끄러울 것이 없었지만

나는 너와 막역했지만

나는 너를 언제든 돕고 싶었지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어도 상관없었지만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그냥 받아 들이기로 했지만

나는 너에게만큼은 그럴 수 있었지만



나는






좋은 집에 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웬만한 일은 집에 오면 다 극복이 되니까.


어느 드라마에 나온 대사를 나는 그냥 흘려버릴 수 없었다. 

다 극복이 되니까, 다 극복이 되니까, 되니까……


그 이후 대사들도 귀에 날아와 꽂혔다.


자본주의는 심리게임이거든? 있는 사람들은 극복할 수 있지만, 없는 사람들은 극복할 수 없는 감정이 있어. 

-그게 무슨 감정인데요?

상실감. 

-아…

잃을 수 있어야만 큰 돈을 만질 수 있어. 더 많이 리스크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니까. 난 말야. 모든 걸 잃어도 이런 (좋은) 집만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정말, 그럴 거 같아요.


네, 정말.

비단 자본주의 뿐이랴.




잃을 수 있어야지. 나는 흔쾌히 잃는다. 이런 상실은 내게 유익하다.






나는 너를 아꼈지만

너와의 대화는 웬만한 일을 다 극복하게 했지만

너를 처음 알게 됐을 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너를 아꼈지만

너를 아꼈지만

아꼈지만






슬슬 이삿짐을 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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