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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Apr 12. 2024

엄마, 더 사달라고 해도 돼.

전화기에 미수신이 있어 확인해 보니 엄마다. 나이가 들며, 예상하지 못한 시간-새벽 혹은 이른 아침-에 부모님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라도----. 평상 시 전화를 자주 하는 분들이 아닌데, 이럴 경우 2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잘못 누르셨거나 뭔가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예를 든다면 스마트폰 사용 같은 것들. 

전화를 드리니 으레 하시는 말씀,

“밥은 먹은겨?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며느리도 잘 있지? 전화해도 돼?”로 시작하신다.


“아 그럼요. 엄마, 아버지도 별 일 없으시죠?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어디 안 좋으신 데라도.” 무뚝뚝한 아들의 응대도 늘 같다.


“엄마가 나이가 드니 살이 자꾸 빠져. 근데 너무 많이 빠지는 거 같아서 엄마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활력단백질을 먹으면 근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 연세대학교에서 나온 게 좋다고 하는데 아들은 알어?”

“아뇨. 들어 보진 못했는데 집사람도 비슷한 얘기해서 산양단백질을 사준 적 있었어요. 사서 보내 드릴까요?”

그 말을 하면서 아차 싶었다. 아내를 챙기며 왜 엄마 생각은 못했을까? 역시 나는 효자는 못되나 보다.

후회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엄마의 단호한 답이 돌아온다. 

“아녀, 아녀. 돈 쓰지마. 괜찮은 지만 알아봐서 엄마한테 전화 줘. 전화번호도 알아봐 주고.” 

여기서 이야기를 더 끌면 안 된다. 엄마가 원하는 답을 하고 마무리하면 된다. 

“네, 네. 알아보고 전화 드릴께요.”


팔순의 애미는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하고 자식 돈 쓰는 게 여전히 안스러워한다. 당신들은 평생 자식들 공부시켜 주고, 결혼시키고, 집 살 때 보태 주면서도 말이다. 부모님은 어떻게 자식 셋을 공부시키고 그 중 둘은 유학까지 보내고 집 사는데 도움도 주시고. 화수분도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세계 8대 불가사의에 오를 일이다. 난 죽어도 못한다.    

      

검색을 해 보니 엄마가 말씀하신 제품이 괜찮아 보였다. 아니 플라시보가 돼도 괜찮다 생각했다. 사용 후기를 보니 나 같은 자식들이 많은가 보다. 쇼핑몰에 들어가 노인들이 드시기 편한 파우더 형태 제품 4개월 분을 부모님 주소로 배송 신청하고 전화를 드렸다.


“엄마, 엄마가 말한 그 제품 괜찮아서 주문했고 수요일 오후 정도면 도착할 거야. 받으면 전화줘요.”

예상한 답이 돌아온다.

“미쳤네벼. 니 돈을 왜 써. 엄마가 사도 되는데. 비싸지? 얼마여?” 기관총처럼 돌아오는 말 속에 ‘아들 고마워’가 들리는 듯 하다. 

“안 비싸. 일단 4개월 치 주문했으니 드셔보고 좋으시면 더 보내 드릴께요.” 

“아이구, 아들 돈 써서 어쩐댜. 너도 50줄인데 돈 저축해야 하는데. 근데 아들, 파우더로 주문했지?”  

웃었다. “네, 엄마. 노인네들이 분말이 좋다고 하더라고 드시기에. 잘 챙겨 드시고 살 찌세요”  


며칠 지나 전화를 드리니 깜박 잊고 전화를 못했다고 미안하다 하신다. 엄마 괜찮아. 

친구들에게 단백질 효능을 이야기하기 전에 큰아들이 사서 보냈다고 자랑 먼저 하실 것이다. 그런데 죄송하다. 왜 매번 미리 챙겨 드리지 못할까? 사는 게 바쁘고 마누라 챙기는 게 바쁘다 할 수 있지만 그분들은 나를 50년 넘게 챙기고 있지 않은가?


유교, 부모 공경 그런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그리고 부모 자식 사이가 바터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 나이에 그분들에게 필요한 사소한 것 하나 챙겨드리지 못한 것에 죄송할 뿐이다.


엄마한테 문자 하나 보냈다. “엄마 더 사달라고 해도 돼. 걱정 마시고 시켜요. 엄마 덕에 아들 여전히 살만 해.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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