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집 가는 길은 늘 무겁고 힘든 길인데 그게 친한 후배 본인상이라면 그 길에 터벅거리는 몸과 마음은 더욱 무겁다. 상가를 다녀오며 생각들이 ‘꼬꼬무’를 이뤘다.
대학 이후, 잦은 만남은 없었고 SNS 덕에 서로 인연의 끈을 다시 붙잡게 돼 가끔 서로 안부를 전하곤 했는데 최근 후배의 흔적이 SNS에서 사라졌다. 몇 달 만에 후배의 포스팅이 올라와 확인하는데, 본인 부고다.
SNS로 다시 만나 SNS로 영원한 헤어짐을 통보 받았다. 이런 아이러니가---.
상가에서 문상을 마치고 나와 오랜 지인들을 만나면 벌어지는 몇 가지 루틴이 있다. 일단 시작은 적당한 재미를 담아 고인과의 인연,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그럼 그 중에 한 명은 꼭 이런 말을 한다.
“자리가 좀 그렇지만 그래도 OO 덕분에 오랜만에 얼굴들 보네. 잘 지냈지?”
그러고는 같은 시절, 같은 공간을 함께했지만 이 자리에 없는 이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이어 또다른 루틴이 시작된다.
“요즘 뭐하고 지내? 어디어디 다닌다고는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서로 명함을 꺼내 교환한다. 명함을 쓱 보고 한마디 추가한다.
“야 오래 다니네.” 아니면 “오, 상무님 되셨네.” 그리고 사회 전반 이야기를 한 동안 펼쳐낸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이쯤 되면 누군가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마무리 멘트를 날린다.
“난 일어날 건데 더 있을 건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들 일어서며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 한다.
“야 다들 바쁘겠지만 조만간 밥이나 한 번 먹자.”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경우도 많다. 주차권을 받아 각자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다. 나 역시도 그 루틴의 한 장면을 담당했다.
그렇게 상가집 루틴은 다음 상가집까지 휴지기를 가진다. 콘텐츠는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