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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Feb 11. 2023

냥줍, 가족이 된 첫날

5월의 묘연


따뜻한 온기가 어색하지만 싫지는 않았나 보다.



생명을 살리는 데는 생각보다 참 작은 정성이 필요했다.


스티로폼 상자와 핫팩 하나,

한 캔이 안 되는 분량의 고양이 습식,

그리고 병원비 몇 천 원이 꺼져가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의 생명을 살리는데 필요한 전부였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에게 젖을 주기 위해 회사 창고에 드나들었다.

한눈에 보아도 얼마나 정성을 들여 그루밍을 해주었는지 새끼고양이들이 뽀얗다 못해 빛이 난다.

사람이 목욕을 시켜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젖을 주던 어미의 방문이 어느 순간 뜸해지기 시작했다. 새끼들은 하나 둘 시들어갔다.

어미와 함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였던 냥줍을 결심했다.

처음으로 나만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었다.


단지 목숨만은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어온 녀석.

모르는 척해왔던 묘연에 손을 내민 순간이었다.


"집에 가자!"

내 손바닥에 꼭 맞게 들어오는 녀석을 수건으로 감싸 안았다.

자꾸만 꿈틀거리며 빠져나오려는 녀석.

녀석이 땅에 떨어질까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녀석은 고개만 수건 밖으로 내밀더니 내 손목에 턱을 괸다.

따뜻한 체온이 느끼고 싶었나 보다.

새끼고양이의 작은 행동 하나로 마음에 온기가 돌았다.



언니와 만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아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언니는 병원기록지에 <오래>라는 이름을 적어 넣었다.

무명이었던 새끼고양이가 우리의 '오래'가 되는 순간이다.



병원에서 준비해 주신 스티로폼 상자 안, 따뜻한 보온팩에 둘러싸인

'오래'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140g의 하찮고 소중한 아기 고양이와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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