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첫 번째

제10화 결혼에 돈 얼마까지 써봤어?

by Henry Hong
내 경험 중 가장 비싼 웨딩들


뉴욕에서 영화 연출 공부를 하고 나름 뉴욕에서 촬영 경험이 쌓였다. 한국의 공중파 방송사와의 프리랜서 촬영 경험과 미국 방송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뉴욕에서의 911 사태 이후, 살벌했던 분위기의 미 국방부 취재. 인터뷰 촬영을 하면서는 세계의 석학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유명 연예인을 만날 수 있는, 누군가 부러워할 촬영도 경험했다.

웬만해선 어느 장소에서 촬영을 하건 기죽는 법이 없다. 카메라 뷰 파인더를 통해 피사체를 볼 때는 내가 목표로 한 영상에 집중할 뿐이다.


피사체를 피사체로만 보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지만 촬영 외적인 것으로 놀라는 경우가 있다.


신랑, 신부의 돈 쓰는 규모가 내 상상 이상일 때 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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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일류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 롱아일랜드의 캐슬에서 열리는 파티, 철저히 멤버들만 이용할 수 있는 컨츄리 클럽에서의 파티 같을 것들이 그렇다. 그런 곳의 파티는 웨딩커플의 의견에

따라 콘셉트가 100% 맞춰지고 언제나 일류급 웨딩 플래너가 같이 한다.


몇 번 같이 일해 본 A급 웨딩 플래너들의 특징은 한결 같이 친절함과 참을성 그리고 체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결혼과 연결된 수많은 밴더들을 총 관리하며 한치의 오차도 없는 진행을 목표로 했다.


예를 들자면 드레스 샵, 화장, 머리, 리무진 서비스, 꽃, 음악 밴드, 조명, 음식, 사진 그리고 비디오 등 많은 협력 업체를 오가며 웨딩 날을, 유려하게 진행할 총책임자의 역할,

어쩌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모습.

모든 일이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디 서건 사고가 터질 확률이 있고 사고의 위험을 줄이려고 확인에 확인,

백업 플랜까지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A급 웨딩 플래너들이 할 일이다.


그들이 받는 웨딩 수당은 미화로 3-4 천 달러를 받기도 하고 웨딩 플래너에 따라서는 웨딩 비용의 5-10% 까지 커미션을 받기도 한다.


신랑, 신부는 웨딩 플래너를 통해 소통의 창구를 하나로 만들어 자신들의 시간 절약을 하는 것이 목적이고

돈 씀씀이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인다.


나를 압도했던 결혼을 이야기해보자면….

맨해튼 5 에비뉴의 세인트 페트릭 대성당에서의 결혼식이 있다. 그렇다 매년 성탄절 특별 미사를 진행해

전 세계로 생중계를 하는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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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성당의 규모와 신랑, 신부의 퇴장 신을 찍을 때는 끝없이 뒷걸음을 쳐야 하는 곳에서의 결혼.

결혼식이 끝난 커플은 성당 앞 축하 하객들을 뒤로하고 백마가 이끄는 마차에 올라탔다. 만약 영화라면 새 출발을 하는 커플의 뒷모습을 찍으면 컷 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나겠지만 결혼 촬영팀은 또 다른 시작.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이 부자 커플은 네 사람의 촬영팀을 위한 마차를 따로 준비해 주었다. 실제로 말이 끄는 마차였고 숙달된 마부는 신랑, 신부가 탄 마차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촬영을 용이하게 까지 해 주었다.


아무리 주말이라고 해도, 교통 체증이 세계 으뜸인 맨해튼 한복판에서 일어 난 일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센트럴 파크의 베데스다 분수광장. 미리 준비 중이던 진행 요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커플이 사진과 비디오를 찍는 동안 상황 정리를 해주었다. 언제나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고 뜻밖의 웨딩 커플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진행 요원들이 통제를 잘해주었다. 함부로 신랑, 신부를 찍는 것도 친절하게 혹은 엄격하게 통제를 했다. 이 모든 것이 돈을 쓰면 되나 보다.


그 후 몇 군데 레인보우 브리지, 보트 하우스 등에서 촬영을 좀 더 했다. 진행 요원들은 골프 카트를 타고 다니며 주변 정리를 해줬고, 커플은 백마 두 마리가 이끄는 마차에, 촬영팀도 계속 마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보통 마차 타기 요금은 10여분 정도의 거리를 오가고 한국 돈, 약 5만 원으로 시작하는 비싼 가격이다. 비싼 가격 때문에 평소에는 관광객들에게나 인기 있는 여행 상품이다. 자동차 진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센트럴 파크에서의

촬영이라 다른 선택이 없기도 했지만 결혼 커플 덕분에 비싼 마차를 실컷 탄 경험이 되었다.



센트럴 파크에서 촬영이 끝나고는, 그 옆 플라자 호텔에서 리셉션 파티가 있었다. 눈치껏 우리의 마차가 커플의 마차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신랑, 신부가 호텔 앞으로 도착하는 장면을 찍을 계획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고 보니 이미 하객들이 호텔 앞에 대기 중이었다. 신랑,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약속된 서프라이즈 시간. 마침내 커플이 탄 마차가 도착하고 그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하객들. 얼떨결에 호텔로 들어 서던 낯선 이들도 박수로

그들을 맞아 주었다. 평생 잊지 못할 신혼의 기억이 될 거라고 새삼 생각됐다.


신부와 신랑을 동화 속 공주와 왕자로 만드는 철저한 연출


대망의 리셉션 파티.


솔직히 이들의 파티가 어느 정도 일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몇 명의 재즈 뮤지션이 연주하고 있는

칵테일 룸을 지나 메인 파티룸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를 비롯한 촬영팀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정 중앙 스테이지에는 20여 명의 악단 멤버가 준비를 하고 있었고 노래를 부를 가수만도 일곱 명쯤 되었다.

가수가 일곱? 인턴들까지 데리고 왔나?

그리고 보이는 실내 장식.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꽃 무더기, 센터피스는 규모가 상당히 컸는데 꽃 때문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시야가 가릴까 봐 높이는 사람 키보다 높았다. 거기다 20여 개의 테이블 모두가 다른 종류의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혼자서는 들 수 없는 큰 규모의 꽃 장식을 테이블마다 다른 콘셉트로 장식을 해 놓은 것이다. 꽃 장식만 보고 있어도 기획과 제작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더구나 꽃꽂이는 모두 사람 손으로 해야 할 일. 시들기도 쉽고 운반에도 애로 사항이 많은 작업. 이 모든 게 결혼 날,

단 하루를 위한 것이라는 게 믿기 힘들었다.

높은 높이의 꽃들과 중간중간 공중에 매달린 꽃 장식을 보고 있자니 파티룸 전체가 공중 정원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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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눈에 띈 건 정교하게 컨트롤되는 조명이었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은은하게 색깔이 바뀌는 조명은 세심하게, 꼭 비추어야 할 곳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정작 놀라게 한 것은 다른 것에 있었다.

이 모든 것에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들. 그랬다 한 치의 이질감도 안 보이는 사람들이 나를 가장 놀라게 했다.

영화 기생충 속의 주인공 기우가 부잣집 사람들의 파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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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게츠비"의 파티 장면을 연상시키는 사람들. 파티가 시작되고 보니 이 사람들은 정말 놀기도 잘 놀았다.

20여 명이 연주하는 생 음악에 맞춰 스윙부터 힙합까지 춤을 잘 췄다. 물론 그때그때 음악에 맞춰 스테이지의 하객들 연령층이 바뀌긴 했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에 몸을 맡긴 듯이 보였다.

왜 가수가 일곱 명이나 필요했는지 이해가 됐다.

신부는 이 날 드레스를 세 번 갈아입었다. 드레스가 바뀔 때마다 헤어 스타일과 화장도 바뀌었다. 어깨선이 들어 나고 폭이 좁은 드레스를 입었을 때는 헤어 스타일을 올백으로 넘긴 스타일을 했는데 , 아침부터 봐 왔던 같은 사람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길지 않은 시간에 카멜레온처럼 변신하고 나온 신부가 하객에게 모습을

보였을 때, 모두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옆에는 신부에게서 한시도 눈을 안 떼는 헤어와 메이크 업 아티스트가 있었지만....

도대체 이 웨딩의 끝은 어디일까? 촬영 내용이 많아 몸은 힘들었지만 촬영자에게 어떤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결혼이었다.

사람의 키 보다 높았던 웨딩 케이크 그리고 신랑이 좋아하는 것들로 꾸민 엑스트라 케이크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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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정쩡한 자세로 추는 부모님 댄스를 멋진 프로 볼륨 댄서의 모습으로 연출한 부모님.

하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댄스 학원이라도 다닌 거 같았다. 이 들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이 있었나 보다.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끝나 갈 무렵이었다. 우리는 새벽 2시까지가 스케줄이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촬영이 새벽 1시까지 였다.


촬영 책임자였던 나에게 웨딩 플래너 신디가 다가왔다. 오늘 촬영 어땠냐는 의례적인 질문을 해 와 즐겁게 촬영할 수 있어 좋았다 라는 대답을 간단히 했다. 신디는 신랑, 신부가 친구들과 호텔의 바를 빌려 애프터 파티를 할 예정인데 촬영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내가 피곤한 기색을 보였는지 신디는 파티가 끝날 때까지 있을 필요는 없고 1 시간 정도만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캐주얼하게 찍어 주면 된다는 거였다. 5명의 촬영 팀 중 비디오 1명, 사진 1명만 있으면 된다고 덧 붙였다. 돈은 둘째치고 하루 종일 촬영 때문에 피곤했지만 거절하기 힘든 부탁이었다.

결국 애프터 파티 촬영은 다음 날 촬영이 없었던 사진사 한 명과 내가 남아 촬영을 하게 됐다.

그 후, 촬영은 술 마시라고 권하는 신혼부부의 친구들 사이에서 가볍게 이루어졌다. 그들의 즐기는 모습을 있는 듯 없는 듯 섞여서 찍으면 되는 거였다. 그때 나는 이 사람들이 마시는 술에 관심이 더 쏠렸다. 사실 미국에서 한국 사람처럼 고급술을 마시는 민족은 별로 없다. 무슨 날이다 하면 최소 12년 산 위스키를 찾는 게 뉴욕의 한국 사람들이다. 오늘 이 사람들은 위스키 아니면 코냑을 마셨고 모두가 12년이 더 된 술에 위스키는 모두 싱글 몰트였다. 일일이 브랜드 이름을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술도 최고급이었던 애프터 파티였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술도 정말 셌다. 물론 술 취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기분 좋게 취한 모습이었고 알아서들 갈 길 가는 듯이 보였다. 떠날 때는 술에 취했어도 신혼에게 인사하는 걸 잊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몸을 흐느적거려도 인사는 하고 가는 게 법?


그날의 촬영이 의외의 촬영이긴 했지만 그 외에도 몇 번, 그 들만의 리그에서 촬영을 했던 적이 있다.

왜 나를 촬영자로 섭외했는지는 묻지 마시길..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어느 유명 가수의 콘서트 홀처럼 꾸며 놓았던 록펠러 센터의 레인보우 룸 파티.

호텔 전체와 정원이 성으로 꾸며진 롱아일랜드 오헤카 캐슬에서의 결혼.

결혼 하객 100여 명을 모두 바하마 여행지로 데리고 가 치렀던 결혼.


나로서는 돈 쓰는 규모를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

1인당 밥 값만도 미화로 350달러가 넘는다. 하객을 200명으로 만 계산해도 7만 달러.

저녁밥 값을 한화로 계산하면 자그마치....!!

세금 포함하면 더 나올 텐데..!!

참고로 뉴욕 시내의 평균 웨딩 비용은 미화로 6만 5천 달러 정도라고 한다.

전세 비용 같은 건 물론 미포함이다.


라떼는 말이야.. 냉수 한 그릇 떠놓고 백년가약을 맺었다고!....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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