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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Apr 26. 2024

그녀의 그림자 6

감정과 이성

첫눈에 사랑에 빠질 수 있듯이, 첫눈에 사랑이 멈출 수

있을까?

그녀의 사랑은 어디서 멈췄을까?

그녀의 불만 토로는 나의 먹는 모습에서 시작됐다. 나는 인식 못하는 오래된 버릇들.

입속 밥을 빨고 있단다. 음식을 씹으며 입으로 숨을 쉰 단다.

먹는 모습이 처먹는 걸로 보이면 미움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젓가락질 못하는 내 검지가 거슬린단다. 숟가락을 지나치게 움켜 잡는단다.

그녀의 말 마디마디가 사실이었다. 나는 모르고 있던 사실들.

오래된 나의 버릇들이었다.

낯 선 익숙함이 내 목을 죄여왔다. 어머니의 집요함.

불편해진 상대가 입을 먼저 열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인내심.

시작된 싸움에서는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아집. 그리고 그 빌어 먹을 지독함.

타협 없는 그녀의 지독함은 언제나 내가 봤던 그녀의 첫 모습을 연상시키며 끝이 났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토록 살갑던 그녀의 장미꽃 가시 같던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그녀는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와의 싸움에 나는 감정적이었고 그녀는 이성적이었다.

 "나에게 다가와 줘." "내 눈을 봐줘."

"나에게 말을 걸어 줘." "내 말을 들어줘." "부드럽게 대해 줘."

"나를 너의 인생에서 인정해 줘, 나도 너를 인정할 수 있을 거야.. "


그녀는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얘기했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몰라 화를 냈다.

나는 화만 낼 줄 알았고 그녀는 침묵으로 화를 냈다. 그녀의 말수는 급격히 줄었다.

그녀와 같이 있을수록 고독했고 고독은 불안으로 나를 잠식했다.

그녀의 변화는 언제부터였을까?

나만 모르던 나의 악취를 언제부터 맡았을까?

내가 거역할 수 없는 틈으로 균열은 커져만 갔다.

불안한 나는 그녀를 회피하기 시작했다.

저만치의 그녀 뒷모습 그림자가 어머니를 닮아 있었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세상의 두 사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에 너무도 벅찬 두 사람을 나는 외면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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