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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May 03. 2024

그녀의 그림자 7

결혼서약

신부의 큰 목소리 때문에 아침부터 시끄러운 분위기였다.

"엄마! 화장대 위 목걸이 좀 가져와!"

"아빠! 꽃은 이따가 달아, 꽃 망가져!"

수지야! 들러리 옷 구겨지지 않았나 확인해 봐!"


신부의 에너지가 대단했다. 밝은 성격이라는 표현으로 모자람이 많은 여자였다.

그리 크지 않은 몸집인데 튀어나온 광대뼈에 눈, 코, 입이 커 드세 보이는 느낌이었다.

바로 옆 사람에게도 고함을 지르듯 목청을 높였다. 거기다가 과장되어 보이는 몸짓.

떠들 때도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입과 손으로 동시에 말한다.

이런 여자와 평생을 살기로 한 남자가 궁금해졌다.

평생을 피곤하게 살겠다고 결심한 남자에게 호기심이 생길 때,

신부와 너무도 똑 닮은 신랑과 인사를 나눴다. 남매 같은 인상의 커플.

하지만 느낌을 이야기할 순 없었다. 두 사람의 기분을 해치기 싫었다.

생김새뿐만이 아니었다. 키도 비슷했다.

백칠십 센티가 안 돼 보이는 키에 큰 목소리로 나를 맞아 주었다.

오늘 하루 잘 부탁한다며 그는 나를 형님이라 불렀다.

악수를 하며 이 사람이 힘을 아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게 웃는 남자의 은색 어금니가 훤히 보였다.

내 팔꿈치를 잡아끌며 가족들에게 인사를 시켜 주기까지 했다.

시간이 흐르며 신랑의 친화력과 배려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사람 끌어 모으기 힘든 단체사진 촬영 때에는 사진사 형님 힘들게 하지 말라고 하객들에게 고함을 쳤다.

"아! 빨리들 나오라니까요! 뒤풀이 갈 시간 줄어요!"


그 옆 신부는 주먹을 내 보이며 사진사 오빠 파이팅이라고 소리친다.

무안함은 내 몫이었고 어설프게 지었을 내 표정에 귓가가 닳아 올랐다.

나는 어설픈 삼류 배우 연기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

연기자가 부럽다. 내 집의 그녀가 생각났다.


너무도 닮은 여기 두 사람은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을까?

두 사람은 클럽에서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만났다고 한다.

"저기요! 나 어때요?"

"나쁘지 않아요.."

"지금부터 시작?"

"그러든가 말든가.."

누가 먼저 말을 걸었는지는 듣고도 금방 잊고 말았다.

중요치 않은 내용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만났고 죽을 때까지 같이 하겠다며 오늘 결혼서약을 했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게 문득 떠 올랐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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