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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May 05. 2024

주인공은 너야 너!

어린이날 앞둔 우리 반 이야기

5월 5일을 앞두면 매년 교사는 참 고민스럽다. 게임을 진행하며 놀아줄까? 간식 꾸러미를 안겨줄까? 이런궁리 저런궁리 하다 올해는 시간을 선물해 주기로 했다. 모든 걸 아이들에게 맡겨보는거다.


‘스스로 만드는 어린이날 기념 놀이마당’

위험한 것, 돈 드는 것만 빼고 다 된다 했더니 눈빛이 이내 초롱초롱해졌다. 아이들은 단박에 팔 걷어붙이는고 머리를 맞댔다. 모든걸 맘대로 기획하고 계획해서 직접 운영해 보라 했더니 세상 진지해졌다. 티격태격 이견 조율이 안 되는 모둠도 있고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는 무리도 보였다. 이어지는 발표시간. 모둠 대표가 어떤 활동을 어떻게 운영할 건지, 각자의 역할분담과 준비물까지 조목조목 말했다. ‘달걀 아기’(어버이날 기념 우리 반 프로젝트) 용품 만들기, 사격, 힘내자 팔씨름대회, 캐릭터 그리기, 보드게임 등 아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상품은 선생님이 제공해 주겠다는 말에 아이들의 기대감이 상승했다.      


5월 3일 금요일. 어린이날이 일요일인 관계로 놀이마당이 앞당겨 진행됐다. 아침부터 꾸미기 재료가 한 아름 등장했고 장난감 총, 각종 보드게임도 바리바리 싸 들고 5층 교실까지 오느라 낑낑 거렸다.

“선생님, 언제 3~4교시되죠? 시간이 너무 안 가요.”

고작 두 시간이 뭐라고 이렇게 기다릴까. 이런 단비 같은 시간을 자주 만들어줘야겠다.


‘선생님의 메시지를 찾아라.’

아이들이 도서관을 간 틈을 타 작은 이벤트도 비밀리에 진행했다. 교실에 오자마자 아이들은 ‘보물찾기’라는 말에 흥분했다. 여기저기 뒤지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글자가 쓰인 형형색색의 종이쪽지가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서랍안, 필통 속, 우유갑 밑, 뒤판 게시판, 옷 주머니 안에 꼭꼭 숨겨뒀는데 잘도 찾았다. 이내 25개 글자를 찾고서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해, 조합이 안 돼!”

그제야 글자 하나가 빠진 걸 알고는 다시 합심하여 교실을 뒤지기 시작하는 아이들.

“찾았다!”

26개의 글자가 춤추기 시작했다.

세상 즐겁게 살래 내 몫만큼 재미있는 곳이란다은...

어라? 뭔가 이상한데? 단박에 심각해지는 아이들. 다시 이렇게 붙이고 저렇게 붙이더니 순식간에 완벽한 문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성공했다고?  대단한 능력이다!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란다. 내 몫만큼을 즐겁게 살기 바래!’
너희들에게 보내는 선생님의 메시지야.   
   


드디어 놀이마당.

두 조씩 나눠 진행됐다. 과녁을 향해 총을 쏴보고 달걀 아기 유모차를 만들었다. 친구들과 체스를 두고 할리갈리를 했다. 팔씨름하며 힘겨루기를 하다가 결국엔 졌지만 그래도 웃음을 터트렸다. 친구가 그려준 캐릭터가 자기랑 너무 똑같아 민망해서 선생님의 카메라를 피해 도망 다녔다. 사격술을 가르쳐주는 이, 체험을 진행하는 이, 점수를 판독하는 이, 상품을 수여하는 이 등 저마다 역할분담도 훌륭히 해냈다. 한 명씩 다양한 게임을 설명해 주고 같이 놀아주고 또 인원을 배분해서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도 보였다.


천금 같은 80분의 시간이 후딱 지났다. 선생님의 어떤 개입도 없이 스스로 만들어낸 시간에 대한 아이들의 소감을 들어왔다.

‘하나에서 열까지 직접 하니까 힘들면서 좋았다.’

‘학교에서 총을 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체스를 30분 몰입해서 둬서 졌지만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내 캐릭터를 정성 들여 그려주는 친구에게 감동했다.’

‘체험 부스가 잘 운영될까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잘 돼 뭔가 뿌듯하다.’

‘우리 반이 뭔가 잘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마지막 비장의 선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갈피’를 나눠줬다.  선생님의 짧은 편지를 보고 감동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환한 표정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옜다! 어린이날 기념 특별 보너스 50파워 준다.!”

“와!!” “대박이야.”

“오늘 결석한 **,**이 불쌍해.”

입이 귀에까지 걸리는 아이들.

늘 오늘처럼만 늘 웃기를!

함박웃음과 함께 내가 더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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