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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한키 Oct 15. 2021

마크 디온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서울 전시회 리뷰 • 바라캇 컨템포러리 갤러리


기후위기에 따른 미술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몇 년 전부터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창작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가면 좋을 것인가?

라는 질문부터 수도 없이 방향을 바꿔가고 수정했던 것 같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많이 느린 편이지만,

이번에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진행한 미국 작가 마크 디온의 전시를 통해

미국인이 바라본 환경오염 중 해양오염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녀왔다.




마크 디온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골칫덩어리인 "플라스틱"

플라스틱이 주범인 이유는 바로 플라스틱은 썩지 않기 때문인데,

기름에서 추출해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을 완벽하게 썩는 자연물질로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처음 만들어진 날부터 지금까지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지구 어딘가에 제대로 썩지 않은 채 분포되어있다는 말과 똑같다.

(태우는 방법도 있지만, 태우는 건 완전한 재생이 아닐뿐더러 태울 때 나오는

환경 호르몬과 기타 나쁜 물질은 결국 오염에 문제가 된다.)





마크 디온은 <해양 폐기물 캐비닛> 제작을 위해 한국의 해양 잔해물을 수집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민간 환경단체 및 공공기관과 협업을 하기도 했다.


작가가 말하는 오늘날의 생태계 파괴와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참 인상 깊고 공감이 되었는데,

"환경문제가 사물이 인간의 삶을 뛰어넘어 더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다." 

라고 역설했다.


사람의 삶은 유한한데 비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미디어와 정치, 경제 시스템을 보면,

깨끗하고 아름답고 무한할 것들만 과시하고 홍보하는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더 

자각하게 만든다.




형형색색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듯한 해양 잔해물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으니,

아름답게 느껴지는 동시에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다.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원인의 주범은 사실 플라스틱 빨대보단 어망이라고 하는데,

빙산의 일각을 보기 좋게 진열해서 전시를 관람한다고 생각하니-

불편한 마음은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의 해양생물> 2021


1층 맨 구석에 설치되어 있던 연구실이 있었는데, 바로 <한국의 해양생물>이다.

작가의 취향과 노력, 감수성이 최대한 반영된 20세기 초 해양 선박 연구실을 재현한 신작 디오라마다.


전시 기간 동안, 작가는 시장에서 구한 해양생물의 신선한 형태를 기술하는 세밀화가 들을 전시 공간에 초대했다는 내용이 팜플렛에 적혀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전시 마지막 주에 방문해서 그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박물관이나 연구를 하면 동물의 해부도와 세밀화를 통해 기록하는데,

작가는 관습적인 기록 방식을 이용해 어떻게 종의 멸종과 생태계 파괴가 이뤄지는지에 대하여

하나하나 나열해서 한눈에 다 들어왔다.








1층을 어느 정도 다 둘러본 다음, 2층에 올라가 남은 전시를 마저 감상하기 시작했다.




<브론토 사우루스> 2016


석유는 아주 먼 옛날 공룡들의 잔해를 통해 만들어진 기름덩어리인데,

오늘날 새로운 방식으로 공룡의 모형이 석유 원료를 기반을 해서 제작되는 아이러니를 꽤나 목격한다.

그만큼 석유는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 안 되는 물질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작품 <브론토 사우루스>는 박물관이 예술 작품의 성역이 되기 위해 감춰왔던 이면을 폭로하기도 한다.

깔끔하고 번지르르한 전시를 위해 숨겨진 노동력과 청소도구들이 

(사진에는 없지만 브론토 사우루스가 놓인 흰 상자에는 문이 달려있고 안에는 청소도구가 숨겨져 있다.) 

쉽게 은폐되는 방식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브론토 사우루스>는 박물관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한국의 노동시간 최대•저임금 문제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감상하면서 계속 겹쳐 떠올랐다.




<황새> 2016



작품을 바라보자마자 누구나 알고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 같았다.

해양 기름유출 사건이 생각보다 세계 여러 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그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그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는 많은 동식물과 생태계다. 사람은 먹이사슬에서 가장 위에

속하기 때문에 위험과 부작용이 천천히 밀려오지만, 즉각적으로 죽음으로 몰아가는 수많은 동식물을

생각하면 정말 우울한 마음뿐이다.




작가 마크 디온은 자연을 사랑하는 예술가로서 인간이 이룩한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자연 세계와

자멸적 관계를 발전시켜 왔는지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사람은 꽃이 좋으면 꽃을 꺾어서 화병에 꽂는다. 결국 애정과 파괴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셈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사용된 대부분 재료들이 이미 사용된 것들로 구성하였고,

전시를 구성하는 것들은 한국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이었다.

사실 마크 디온뿐만 아니라 2017년 카셀 도큐멘타에서 알게 된 작품 여러 가지도 쓰레기로만

구성된 작업이었는데,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직업을 가진 나는 당시 그 전시를 보면서

많은 생각과 질문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미 새로운 것들이 과다하게 넘치는 사회에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어쩔 수 없는 거라며, 뒷세대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기에는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 그렇다면 나는 뭘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그 고민의 답으로 행동으로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진행한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 전시는

최근에 봤던 그 어떤 전시보다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https://Instagram.com/imsuperstar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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