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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Aug 02. 2021

삶을 바꾼 계기가 된 게임

넷플릭스 <아리스 인 보더랜드>

미국의 정신과 의사 골드버그는 1996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IV, 1994)'의 물질 중독 기준을 준거로 '인터넷 중독 장애(Internet Addiction Disorder)'라는 용어와 개념적 진단 준거를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은 개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하려는 충동, 욕구, 유혹에 저항하지 못하는 행동장애로 충동조절장애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물질을 사용하는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금단과 내성, 사회적 또는 직업적 손상이 뒤따른다. 이후 2013년 출간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는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라는 용어로 등재되었다. 현재 '추가 연구 필요'로 분류된 상태다. 아직 게임 중독에 대한 의학적 진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통칭 게임 중독을 인터넷 중독이라 부르기도 한다. 게임 중독(Game Addict)이란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게임에 몰두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심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병적인 게임 과몰입 혹은 과잉의존이다.


게임 중독에 빠지면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 등 일상생활뿐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생활습관이 게임을 중심으로 형성되다 보니 항상 잠이 부족하고, 제때 식사하는 일도 잊어버리게 된다. 컴퓨터나 게임기와만 마주하고 있는 까닭에 대하인 관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게임 문제가 다른 질환들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인해 보다 높은 자극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충동조절의 어려움 때문에 게임 중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으로 인해 의욕이 저하되거나 다른 관계에 소홀해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게임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어떠한 원인이든 게임에 중독되면 시간 개념이 모호해지고,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돈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적응력이 하락하며, 가족 간에 갈등이 생김은 물론 촉력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에 쉽게 길들여질 수 있다. 을지의대 신경정신과 구영진 교수 팀은 2008년 인터넷 중독 청소년을 대상으로 뇌신경 자극성 변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뇌를 PET(양전자방출 영상진단창지)로 촬영한 결과 시각 정보 처리의 활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자극에 노출된 신경경로는 자극이 없을 경우 큰 폭으로 감소한다. 장기간 게임 등에 몰두하던 사람이 게임보다 덜 재미있는 걸 하게 되면 뇌에서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전두엽 활성은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 연구에서 나오는 갈망 상태와 비슷했다.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김상은 교수 팀 역시 2012년 인터넷 게임 중독자를 대상으로 PET를 이용해 대뇌 포도당 대사와 충동성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인터넷 게임 중독자는 대뇌에서 비정상적 포도당 대사 징후가 나타나고, 충동조절 물질인 도파민D2도 낮게 방출되는 것을 확인되었다. 인터넷 게임 중독자 역시 충동조절장애를 겪는 사람이나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환자와 동일한 형태의 뇌 구조 변화를 보인 것이다. 또한 오른쪽 안과 전두피질, 왼쪽 미상핵, 오른쪽 도회에서 정상 사용자에 비해 높은 대뇌 활동성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충동조절, 보상처리, 중독과 관련된 인지기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대뇌 영역으로, 인터넷 게임에 과다하게 몰입한 경우 대뇌 포도당 대사 및 활동성과 연관되어 물질 남용, 행동중독 및 충동조절장애 등과 흡사한 뇌신경학적 기전을 보인 것이다.


2019년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게임 중독을 '다른 생활보다 게임을 계속하거나 오히려 더 하게 되는 경우'로 정의한다. 게임에 대한 통제를 잃은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면 게임 중독이 명확하지만, 증상이 심각하면 이보다 짧은 기간에도 중독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권고안이어서 게임 중독을 실제 병으로 규정할지는 개별 국가에서 정하게 된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려면 의료계와 게임 업체들을 비롯한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하는 건 시대적 흐름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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