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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Sep 06. 2021

A Beautiful Mind

프린스턴 대학교의 천재 수학자, 그리고 조현병

 2001년, 올해 딱 20년이 된 영화입니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2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어색하거나 촌스러운 구석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을 당시는 결혼은커녕,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기 이전이라 그냥 당시 유명했던 러셀 크로라는 이름만 가지고 극장을 들렸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당시에도 천재 수학자의 실제 이야기, 그리고 난관을 뛰어넘는 사랑 등 다양한 감동을 받기는 했지만 역시 경험의 폭이 좁았던 때의 그 느낌과 지금의 느낌은 사뭇 다른 게 다가옵니다.


 10~20대, 예전에는 학창 시절을 '낙엽만 굴러가도 웃을 때'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사소한 것에도 그 감정의 크기를 크게 느끼는 민감한 때여서 그런 말이 나왔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20대 초반 어린 시절, 어른이라는 딱지를 막 붙이고 여기저기 제약 없이 다니기 시작하던 그때는, 사소한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고, 앞서 비교할만한 대상적 경험이 부재하다 보니 그 크기를 저도 모르게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40대, 지금도 한창 젊고 어린 나이지만, 20대에 겪은 10년간의 경험을 30대 10년 동안 한 사이클 더 겪어봐서 그런지, 이런저런 직간접 경험과 비교해보기도 하고, 내 입장에 비추어서 생각해보기도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마치 고교시절 에는 처음으로 친구들과 가본 대천해수욕장이 뜨거운 여름날 청춘의 전부인 것처럼, 당연히 여름이면 떠나야 하는 폭탄 같은 추억만 품고 있었다면, 지금은 동해 강릉 경포해변, 남해 부산 해운대, 제주도, 또는 해외까지 여기저기 떠올리며 나름의 추억을 곱씹는, 조금은 심심한 인생처럼 보이지만 실제 써먹을만한 것들을 제법 꿰고 있는 아저씨가 된 것처럼 말이죠.


 20년 전에 봤을 때는 '러셀 크로'와 '정신병', '노벨상'만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법 다른 게 보이더군요. '게임 이론이 저렇게 나왔겠구나', '조현병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이런 것이겠구나', '치료가 안된다면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새로운 극복이 될 수 있겠구나' 등등 말입니다. 


 우리말 제목으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개봉했던 스티븐 호킹의 삶을 다룬 영화, The Theory of Everything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불우한 천재와 헌신적인 가족, 그리고 끝내 이룬 성공.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는 성공스토리는 꼭 운동선수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스티븐 호킹은 몸이 무너져 내렸다면, 존 내쉬는 머리가 무너져 내려갔습니다.



 이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주인공 존 내쉬 중심으로, 소설로 치차면 1인칭 시점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주의를 기울이며 보는 것도 또 하나의 흥미였습니다. 과학자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흔들리는 정신으로 인해 나름 반전의 반전이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겠죠.


 프린스턴 대학교, MIT, 국방부 등 동부지역의 다양한 장소가 영화 속에 등장합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약간은 답답해 보일 정도로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던 존 내쉬의 단정한 모습처럼 대부분이 고풍스럽게 지어진 건물들이 즐비한 동부 도시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뉴저지, 보스턴, 워싱턴 D.C. 등 우리에게 제법 친숙한 도시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보니, 1900년대 초중반부터 후반까지 한 세기를 관통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분위기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학생들의 분위기와 행동, 스타일이 변해가는 것도 조금씩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네요. 


 뉴저지는 뉴욕 여행 당시 숙소 때문에 잠시 스쳤을 뿐 제대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프린스턴 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작은 도시들을 들려볼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런 곳에서 하는 공부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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