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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n 02. 2021

Nomadland

떠도는 삶, 미국

 올해 아카데미는 작년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로 인해 국내에서도 제법 인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판데믹의 영향인지, '미나리'도 그렇고 작품상을 받은 이 '노매드랜드'도 그렇고 뭔가 스케일이 큰 영화보다는 미국의 다른 한 면을 보여주는 인디영화 느낌의 작품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자꾸 '미나리'가 생각이 납니다. 똑같이 바퀴 달린 집에서 벌어지는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나리'는 이민 1세대 가정이 바퀴 달린 집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나가고 미나리처럼 뿌리를 내려가는 과정이었다면, 이 '노매드랜드'는 미국에서 계속 살아오던 소위 '백인'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바퀴 달린 집에 의지해서 여기저기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미국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성조기가 휘날린다거나, 히어로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나, 총기가 난사되면서 차량이 폭발하는 액션 영화만 미국 영화가 아니라, 미국의 사회상을 이렇게 섬세하게 다룬 영화들이 어쩌면 '요즘' 미국 영화이지 않을까요.


 남편과 사별한 이후, 캘리포니아, 유타, 애리조나 등등 미 서부 내륙을 오가면서 이런저런 시즌제 일자리를 통해 살아가는 예순이 훌쩍 넘은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차에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된 상황. 집이 아닌 차에서 지내면서 겪게 되는 환경적, 안전적 어려움. 차량 유지와 경제적인 문제. 인간관계 등. 이 영화는 그랜드캐년이 보이는 캠핑장에 캠퍼밴이나 트레일러를 타고 다니면서 아름다운 추억과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낭만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그 뒤편에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죠. 안정적인 지붕 아래 있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에도, 오히려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차도 점차 낡아가는데, 이 삶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길을 따라 펼쳐지는 로드무비이지만, 길을 따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로드무비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흘러 다니며 자유로움을 만끽할 것 같은 삶이지만, 시기에 따라, 계절에 따라 몇 푼의 돈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에, (조금 큰)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결국은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는 로드무비 아닌 로드무비였습니다. 감독도 '여행' 보다는 '어쩔 수 없는 떠돎'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을 까요, 분명히 압도적으로 비출 수 있는 미 서부 대륙의 장엄한 풍경을, 그렇게 오버스럽게 그리지 않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선 자리가 다르면 풍경이 다르듯이,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가슴 벅찬 여행지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눈 앞에 둔 묘지일 수도 있겠죠.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 비하면 '미나리'의 화염에 둘러싸인 창고신 어쩌면 쌓여만 가던 문제를 한번 짚고 넘어가는 행복한 장면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밴 한켠에 몸을 뉘인 노매드 라이프,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솔직히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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