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로 완성된 탄탄한 원작
이 영화가 벌써 13전 영화라고 하니 새삼 또 시간이 흐른 것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 봤던 ‘델마와 루이스’에서 앳된 얼굴의 브래드 피트를 봤던 재미가 솔솔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희 세대에 브래드 피트는 긴 금발을 휘날리며 말을 몰고 다닌 모습의 ‘가을의 전설’을 통해서 브래드 피트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따지고 보니 브래디 피트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 없더군요. 뭔가 엄청 유명한 대배우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누가 물어보면 대답해 줄만큼 본 작품도 없고,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얼마 전에 오스카 어워드에서 수상한 윤여정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항상 젊은 금발의 배우라고만 생각했던 그도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한 것 같은 사진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구글에 정보를 찾아보니 63년생, 올해 만으로 58세네요, 벌써.
그러고 보면, 동년배는 아니지만 동시대의 영화계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는 제가 거의 다 챙겨본 것과는 좀 대조적이긴 합니다. 제가 즐기는 영화의 성향이 디카프리오가 선택하는 대본의 취향과 더 비슷한 모양이죠. 아, 돌이켜보니 그리 오래지 않은 때 봤던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가 이 둘이 같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번역이 잘 된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The curious case를 바로 번역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다소 긴 듯 하지만 그리 길지 않고, 영화 전반을 아주 잘 보여주는 제목입니다. 워낙 원작이 좋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영화화도 그만큼 잘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작 소설이 미국의 유명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이네요. 위대한 개츠비의 그 피츠제럴드 말입니다. 여기서도 갑자기 디카프리오 얼굴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거꾸로 가는 시간을 표현하다 보니 다양한 철학적 질문들이 생깁니다. 생각할 것들이 많은 작품이죠. 그만큼 해석도 분분합니다. 원작 작가, 영화감독 모두 이런 독자와 관람객의 참여를 의도했을지 궁금합니다.
1차 대전 종전, 2차 대전과 태평양 전쟁, 그리고 그 이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부터 맨해튼, 대서양에서부터 태평양까지. 한 사람의 생부터 사까지 일대를 다루면서 폭넓은 시공간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다 보니, 볼거리가 많아서 좋습니다. 미국의 근대를 훑어보는 재미도 있고, 동일 배역에 다양한 연령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과, CG, 메이크업, 의상 변화 등을 통해서 연령을 표현하는 것을 조금씩 뜯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린 데이지 역으로 잠시 등장한 엘르 패닝의 어린 시절 모습이 반갑더군요. 금발이 아닌 빨간 머리여서 처음에는 못 알아봤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브래드 피트의 인지도에 비해 제가 찾아서 보거나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출생부터 한 사람의 일생을 연기한 그의 폭넓은 연기가 사실 이 영화를 더 빛나게 하지 않았을까요. 조금 긁히는
듯한 목소리가 귀에 잘 꽂히지는 않지만 아마 곧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다음에는 포스터나 주요 장면만 많이 접했던 파이트 클럽을 좀 찾아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