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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Aug 29. 2021

Knives out, 살인사건 그리고 가족

반전이 있고 무겁지 않은추리 영화,나이브스 아웃

 성공한 할아버지 작가가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날, 생일 파티를 마치고 사망한 사고가 발생합니다. 영화는 이 사건을 시작으로 추리와 반전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 어느 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화려한 캐스팅만큼이나 화사한 포스터처럼 살인사건을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중심 이야기는 사망사건이라기보다는 성공한 할아버지 작가를 둘러싼 가족 간의 금전적인 불화에 대한 시대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겠죠. 반전이 있는 영화이다 보니 영화 내용 자체는 다루지 않을 예정입니다. 반전과 관련이 없는 선에서 몇 가지만 이야기를 해보자면, 수많은 자녀, 손자, 가족들을 두고 간병인에게 전재산을 상속한 할아버지라는 설정 자체가 '남보다 못한 가족', '가족과도 같은 친구'라는 존재가 영화의 중심 소재이겠죠.


 007로 익숙한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재미 넘치는 약간은 헐렁해 보이는 탐정으로 등장합니다. 주름 깊은 이마만큼이나 항상 엄격하고 진지한 표정만 익숙했었는데, 이런 역할도 이렇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영화 보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이제는 은퇴했지만 캡틴 아메리카로 이미지가 굳은 크리스 에반스도 건들대고 깐죽거리는 망나니 손자로 나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도 은퇴한 마당에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해서였을까요.


 노란 글씨로 큼지막하게 제목이 쓰여있고, 화사한 색상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나란히 서있는 포스터를 보고 있음, 봄 꽃이 잔뜩 올라간 식용꽃 비빔밥에 초장을 한 바퀴 돌리고 반숙 달걀 프라이를 살포시 올려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조화된, 한철에 맛볼 수 있는 비빔밥 같다고나 할까요.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소감도 그랬습니다. 제철 나물이 조화롭게 들어가 있는 잘 비벼진 비빔밥 같은 느낌. 어색할 것 같던 것들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작은 화면에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계 한번 쳐다보지 않고 순식간에 몰입해서 보았습니다. 마치 한 숟가락씩 맛을 음미하며 먹다 보니 텅 비어버린 비빔밥 스테인리스 대접처럼 말이죠.


 이 정도 느낌, 이 정도 무게, 이 정도 분위기의 영화가 또 있으면 좋겠네요. 집을 가득 채운 가구들과, 빽빽한 인테리어의 미국 동부 저택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집에서 벌어진 사망사건이다 보니, 당시에 있었던 사람들로 한정된 인물들, 그리고 그 공간으로 한정된 이야기가 집중도를 높여주었습니다. 속편과 관련된 기사들이 조금씩 눈에 띄는 것 같던데, 빨리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음번 작품은 다른 제목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칼이 꺼내어지는(Knives out) 이야기일까요. 매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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