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m Jun 06. 2021

타인의 해석

Talking to Strangers

 미국의 유명한 경영저술가인 말콤 글래드웰이 2019 발간했고, 번역본이 다음 해인 2020 국내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번역서의 제목 '타인의 해석' Taking to Strangers(낯선이  대화하기)라는 원서의 제목이  정리된 느낌입니다.  책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겪을  있는 오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도로에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단속된  젊은 여성이 경찰관과 시비 끝에 유치장으로 연행되고 며칠 뒤에 자살한 이야기, 미국 정보기관을 흔들어 놓은 이중간첩의 사례, 오래도록 이어졌던 성범죄자 사건  미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낯선이 와의 대화에서 발생한 오류' 인한 문제점을 찾아보는 시각에서 아주 세세하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친절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인식합니다. 초면에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선뜻 의심을 먼저 품지 않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 자체가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이 말콤 글래드웰의 문제제기입니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판결을 내리는 인간 판사보다, 데이터만 가지고 판결을 내리는 인공지능 판사의 정확도가 더 높다고 합니다. 낯선 이를 처음 만나면 그 사람의 옷차림, 피부색, 말투, 표정 등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펴보게 되는데, 이것이 범죄의 내용과 사실 관련이 없다는 것이죠. 반성하는 기색이 보인다고 하더라도 범죄의 동기가 덜 악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책 전반에 걸쳐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진실인지 알 수 없다는 의심에 대해서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캠퍼스의 성범죄 사례를 통해서, 블랙아웃, 소위 필름이 끊긴 이들의 증언은 실제 일어났던 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고문을 통해 끌어낸 적군의 진술도 지어낸 말이 될 수 있고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낯선 이와의 대화에서는 맥락을 짚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번역서 기준으로 4백 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이었지만, 어떻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책의 구성이 독자로 하여금 계속 몰입하게 합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쭉 끌고 가면 지루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같이 살펴볼 수 있는 사례를 교차로 보여줍니다.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처럼 말이죠.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례를 다시 끄집어내서 다른 방향에서 다시금 살펴봅니다. 더욱 세세하게 말이죠. 마치 아주 설명을 잘해주시는 과외선생님이 중요한 부분을 다시 짚어주시는 것만 같습니다.


 경찰관 엔시니아가 깜빡이를 안 켜고 차선을 변경한 블랜드를 정차시키고, 사소한 경범죄일 뿐이었는데, 둘 사이의 대화가 격해지면서, 경찰관이 여성을 끌어내리고 유치장에 가두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살하죠. 낯선이 와의 대화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말콤 글래드웰은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이런 '소통'의 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룸메이트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에서 수년을 보냈던 폭시 녹스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오류에 빠질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단순히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낯선 이가 행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확한 증거도 없이 한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버릴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 사례를 비롯해서, 블랙아웃과 관련된 챕터를 쭈욱 읽어나가면서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사건이지만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반응도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래서 타인을 대할 때, 특히 처음 만나는 이를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답을 제시해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이죠. '뭐야? 답이 없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섣불리 이런 문제에 답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을 거짓으로 인식하는 긍정 오류(False Positive)와 반대의 경우인 부정 오류(False Negative)는 계속되어온 문제입니다. 이러한 오류들은 특정 해법을 통해서 0으로 만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개방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이죠. 세상 항상 내 기준대로 보아서는 안된다,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진리를 '사람'의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10. 둘째, 낯선 사람을 보고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중략) 셋째, 낯서 이와의 대화에서는 대화 내용보다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60. 히틀러에 관해 제대로 파악한 사람들은 그를 개인적으로 거의 알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히틀러에 관해 잘못 파악한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눈 이들이었다.


65. 누군가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얻는 정보가 대체로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바이올린 연주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키가 큰지 작은지, 외모가 잘생겼는지 수수한지, 백인인지 흑인인지 하는 정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정보는 편견을 불러와서 당신의 판단을 한층 어렵게 만들 뿐이다.


 101.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 우연보다는 훨씬 유능하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학생을 제대로 맞히는 데는 우연보다 훨씬 무능하다. (중략)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다. 우리의 가정은,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것이다.


151. 하지만 기억하자. 의심은 믿음의 적이 아니다. 의심과 믿음은 동반자다.


162. 나사르가 성적 약탈자로 승승장구하는 내내 권한 있는 지위의 사람들이 그의 낌새가 좋지 않다는 경고를 받은 일이 무려 열네 번이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2016년 9월, <인디애나폴리스스타>지는 덴홀렌더의 고발로 뒷받침된, 나사르의 과거 기록에 관한 통렬한 설명을 공개했다. 나사르와 가까운 많은 사람들이 이 보도가 나온 뒤에도 그를 지지했다. (중략) 이와 같은 스캔들이 터지면, 우리는 우선, 범죄자를 감싸거나 또는 비호하거나, 의도적으로 못 본 체하거나, 진실보다 조직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려 한다. 우리는 침묵 뒤에 숨은 음모를 찾는다.


197. "우리가 가장 놀란 점은 서구 사회에서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 즉 겁먹은 사람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트로브리안드에서는 위협에 더 가깝게 인식된다는 겁니다." (중략)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그 느낌을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205. 그리고 왜 우리는 누군가 슬픈 표정을 하고, 눈을 내리깔고, 머리를 떨어뜨리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상전벽해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중략) 워커를 직접 본 것은 판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가 되었다. 워커가 여자 친구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고, 단지 총이 발사되지 않아서 살인에 실패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해명하고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보석 중이던 워커는 여자 친구를 총으로 살해했다.


216. 모든 사람이 초조한 넬리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223. 인터뷰는 커처 사건이 사법부의 오심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진행된 것이다. 녹스는 자기 룸메이트가 살해된 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죄 때문에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4년을 보낸 끝에 이제 막 석방된 상황이었다.


264. "우리는 술에 취했을 때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블랙아웃 상태에서 할 수 있습니다."


271. 근시의 교훈은 정말 무척 단순하다. 만약 사람들이 낯선 사람과의 사회적 조우에서 자기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면, 인사불성으로 취해서는 안된다.


301. "그리고 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은 것처럼, 많은 스트레스는 주로 '정답이 뭔지 모르겠다'는 진정한 내적인 불안감 때문에 생겨난 겁니다."


309. 신경과학자 셰인 오마라는 저서 <왜 고문은 효과가 없나>에서 장기간 잠을 재우지 않으면 "일종의 표면적인 복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심문자가 접근하기를 원하는 뇌의 기능을 지탱하는 바로 그 뇌 시스템의 구조가 장기적으로 개조되는" 대가가 따른다. 중앙정보국 전 고위 관리 로버트 베어는 이 자백을 읽고는 KSM이 "말을 지어내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330. 전국 단위의 어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분의 3이 금문교에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면 다리에서 죽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다른 식으로 자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자살은 결합된다. (중략) 우리는 그 낯선 사람이 움직이는 배경이 되는 맥락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335. "도대체 왜 텔아비브 전체 거리의 5퍼센트에서 범죄의 50퍼센트가 발생하는 거지? 전혀 다른 장소에서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군." 와이스버드는 이런 현상을 범죄 집중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343. "같은 장소에 있으면 사람들에 관해 높은 수준으로 정확한 예측을 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장소로 가면 어떨까요? 이 사람들이 어떤 이들인지 알지 못합니다. 악질처럼 보이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 있어요. 호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그들 눈에는 악질일 수 있고요."


359. 1차 캔자스시티 실험에서는 예방 순찰이 아무 쓸모가 없다고, 경찰 순찰차를 늘려도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2차 캔자스시티 실험에서는 그런 입장이 바뀌었다. (중략) 다만 경찰관들이 재량권을 갖고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누구든지 정차시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차에서 내리게 하고, 무기를 찾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경찰관들이 바쁘게 일해야만 순찰이 효과가 있었다.


401. 낯선 이와 이야기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만약 낯선 이와의 대화가 틀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그 낯선 이를 비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