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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l 24. 2021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현실적인 듯, 좀 과한 듯한 이야기

 오십 대에 혼자 세계여행을 떠난 여성분의 글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 혼자, 여자 등과 같이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아서는 '세계여행'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건들이 많아서 '무슨 또 환상 같은 이야기인가'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가만히 글을 읽으면서 '무자녀, 미혼의 연금 수혜자'라는 것을 알고 보니 오히려 아주 현실적인 '보통 사람의 여행'이었습니다. 그런 현실적인 면이 좋았던 책이었죠. 오늘의 일을 내일로, 내일의 걱정을 모레로 미루는 다소 무책임한 선택 같아 보이는 여행도 제법 있는데, 이 여행은 사실 '잘 준비된, 걱정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긴 여행 가운데, 여행 자체를 즐기시는 분들의 책을 보고 있으면, 사실 맥락을 쫓아가기가 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바쁜 시간 쪼개서 여행기를 펼쳐볼 때, 독자들은 이런저런 기대가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보를 얻기 위함일 것이고, 누군가는 같이 여행하는 듯한 생생한 간접체험을 원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냥 잠시 머리 식힐 거리가 필요했을 수도 있고 말이죠. 사실 혼자 떠난 대부분의 세계 여행기에서는 대부분 토막토막 나있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그냥 한 권의 책에 묶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이고요. 여행 준비의 설렘, 그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 이런 것들은 없습니다. 시간적 순서나, 공간적인 동선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인지 모를 둥둥 떠다니는 이야기들만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우연히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분이 불특정 다수에게 들려주시는 모험담을 띄엄띄엄 듣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읽기 편하게 쓰였고, 책 정리도 잘 되어 있으나, 여행 자체를 느끼기 위해서 읽기보다는 점심 먹고 나른할 때 커피 한잔 마시면서 잠시 머리 식힐 겸 해서 읽기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블로그도 운영하시고 팬이나 구독자도 많은 유명인이신 것 같은데 꾸준히 연재되는 글을 읽으면 조금 맥락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어찌 되었건 책 한 권만으로는 사실 저는 조금 이 여행이 무엇인지 그 깊은 속을 들여 다기 보기가 다른 책들에 비해 조금 어려웠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 재직 당시부터 매 방학이면 일정을 꽉 채워 여행을 하시고, 전국적으로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명하셨다고 하니, 본인의 호불호가 명확한 아주 유쾌하고 직선적인 성격이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에 있는 이야기도 감정적인 이야기가 많고, 수록되어 있는 사진에 본인 사진, 특히 총천연색의 의상과 예상 이상의 콘셉트가 주를 이루고 있는 사진들이 많은 것이겠죠. 제가 가지고 있는 '혼자 떠난 여행'이라는 것에 선입견이 있어서 일 겁니다. 뭔가 너무 환하고, 밝고, 이런 느낌이 좀 익숙하지는 않았습니다. 강렬한 핫핑크의 표지 같은 책이었는데, 책 전반의 분위기도 표지의 그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제목이 참 크게 느껴졌습니다.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 글이 얼마나 많은 독자를 자유롭게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쉬운 것은 저는 이 책에서 작가님께서 '그대(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캐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고, 더더욱 어떻게 '자유롭게'하리라는 것인지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죠. 모든 공적인 부분은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가는데,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적인 부분은 금지되고 있는 요즘, 제가 좀 비뚤어져가고 있나 봅니다.




52. 어렵습니다. 그러면 그건 제가 아니거든요. 나는 나답게 살고 싶습니다. 당신이 당신답게 살 듯이.


244. 눈 뜨면 일출이고, 퇴근하면 일몰이 보이는 곳. 친구들이 그 방에 많이 놀러 왔는데, 하룻밤 자게 되면 딱 두부류로 나뉘었다. "순자야, 자려고 누웠더니 파도 소리가 들리더라. 너무 멋진 방이야." "어이구야, 파도 소리 땜에 시끄러버서 한숨도 못 잤다." 하하. 당신은 어떤 편일까요?


274. 한국을 생각하니 아득하다. 자신감이 자꾸만 없어진다. 무슨 회사 면접 보는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자신감? 그 분주함 속으로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


281. 훔친 카타리나도 나쁘지만 그녀에게 욕심이 일어나도록 원인을 제공한 나도 나쁘다. 견물생심이라 하지 않는가. 가난한 카타리나가 눈앞에 방치된 지갑 속의 돈을 보고 혹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많은 절제를 해야 했을까. 아아, 내가 더 잘못한 게 맞다.


300. 그러다 문득, 여행을 멈추고 집으로,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울음이 터졌다. 약국을 찾아가면서 울었다. 약국에 가서 내 몸의 상태를 설명하고 약을 받았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약을 바르는 대신 비행기 표를 끊었다. 예정보다 무려 3개월을 앞당겨 바로 다음 날 귀국하는 표였다. 표를 끊고 난 후 잠시 눈을 감았다. 이후 거울을 보니 놀랍게도 얼굴에 반점이 없어졌다. 


325. 2009년 8월 31일에 명예퇴직을 했어요.


328. 사람들이 제게 말합니다. "쨍쨍 님은 혼자 세계를 다 도시고, 참으로 대단하세요." 그러면 저도 말하지요. "아이고, 당신이 더 대단합니더. 어찌 그리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양보하며 '함께' 여행을 하는지요. 저는 그게 잘 되지 않아 '혼자' 여행합니더."


334. 내 내이 오십이 되면 무조건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겠다, 라고요. 그리고 실천했습니다. 그럴 수 있는 용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느냐, 물으시면 저는 이리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용기를 냈다기보다는 욕심을 버린 것이라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 게 뭔지, 내가 강렬하게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 아파트 평수를 넓히고 싶은지, 차를 바꾸고 싶은지, 연금을 더 받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그러고는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세요. 다 가지려면 다 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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