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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 아마 Jan 07. 2025

노을이 지는 따뜻한 시간

다홍빛과 따뜻한 파랑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노을이 지는 시간이다.


서울의 노을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슬프기도 하다.


다들 그랬겠지만, 스무살의 나는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만을 봤다.


밤새도록 켜져있는 불빛들이 모여 만드는 야경이 나에게는 서울의 낭만이었다.


너무나 힘든 가장의 무게와 서울의 삶을 견뎌내지 못하고 울컥울컥 검은 푸른빛으로 넘실대는 한강 밑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수없이 지나쳤던 마포대교마저 서울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었단 걸,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 삶은 힘든게 아니었다. 버텨내야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삶을 살았고 즐겼다.


서울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며 버스를 타고 한강 다리를 지나고 있는 나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차디찬 유리창 너머 한강을 바라보는 스무살의 어린애가 아니었다. 나는 지칠대로 지친 마음을 뉘일 곳 없이 움켜쥔채로 허망하게 창밖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나는 이제 삶을 버티고 있다. 모두가 그렇게 어거지로 버티며 만들어낸 공간이 서울이겠거니하며 산다.


서울의 노을은 이제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있으면 이제 설레기보다는 슬퍼진다.


잠깐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서울의 노을의 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눈물이 난다.


좀 적당히 아름다웠다면 좋으련만, 그 아름다움이 내리비치는 곳은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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