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원자탄

< 나는 왜 쓰는가 > - 문명 비판 및 지적 자유

by 그림책미인 앨리



© thepghtraveler, 출처 Unsplash


You and the Atom Bomb

1945년 10월 <트리뷴>지에 게재한 글이다.

일본 원폭(8월 6일) 두 달여 뒤에 발표한 글이다. 원자탄 제조 기술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 글은, 원폭 전쟁으로 폐허가 된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1984』를 설정하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해 9월 오웰은 스코틀랜드의 한적한 섬 주라 Jura에 얻은 농가와 런던을 오가는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내의 사망 이후, 친구들의 예상과는 달리 입양한 아들 리처드를 포기하지 않고 유모를 두어 가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1. 처음, 중간, 끝으로 나누어 읽어 내용 정리


1) 처음 : p209 ~210

앞으로 5년 안에 우리 모두가 그것 때문에 산산조각이 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자탄은 뜻밖에도 그리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신문들은 도표를 엄청나게 그려댔는데, 일반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어찌어찌 된다는 식의 것들이었다. (중략)

원자탄은 터무니없이 비싼 무기인 듯하다. 그리고 그것을 제조하는 데 어마어마한 산업적 노력이 필요해서, 만들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서너 국가밖에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원자탄의 발명이 역사를 역전시키기는커녕 지난 10여 년 동안 명백해 보였던 추세를 강화할 뿐이라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탄을 제조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의 문제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았다. 다만 원자탄은 터무니없이 비싼 무기였으며 이것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산업적 노력이 필요해 전 세계에서 만들 수 있는 곳은 서너 국가밖에 안 된다. 원자탄의 발명이 역사를 역전시키기보다는 지난 10여 년 동안 명백해 보였던 추세를 강화할 뿐이었다.

최근 '원자 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펜하이머에 대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재조명한 영화 <오펜하이머>가 큰 이슈다. 그 영화를 관람한 후 오웰이 말한 원자탄을 만들기 위한 나라 중 미국이 선택된 이유를 알 수 있었으며 그 당시 독일에 대한 다른 나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2) 중간: p210~213

문명의 역사는 대체로 무기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주장은 이제는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특히 화약의 발명과 부르주아에 이한 봉건제 전복의 연관성은 누가 지적된 바 있다. (중략)

한때 라디오는 국제적인 이해와 협력을 증진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결국 한 나라를 다른 나라로부터 단절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원자탄은 피착취 계층과 민족의 저항 능력을 전부 빼앗아버리는 동시에 그것을 보유한 자들을 군사적으로 대등하게 해 줌으로써 그런 과정을 완수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서로를 정복할 수 없기에 그들끼리 세계를 계속해서 지배해 나갈 것이며, 더디고 예측하기 힘든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균형이 어떻게 깨질지 알기 힘들다.


문명의 역사는 무기의 역사가 되었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시대는 폭정의 시대인 경향이 있고, 가장 강력한 무기가 싸고 단순한 시대에는 서민들에게도 기회다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무기(탱크, 전함, 폭격기)는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고, 단순한 무기는(소총, 머스킷 총, 긴 활, 수류탄) 약자에게 갈고리발톱이 된다. 모든 군사기술의 발전이 국가에는 유리하고 개인에겐 불리하게, 또 산업화된 나라엔 유리하고 후진국엔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전쟁이 점점 더 커지고 끔찍해짐에 따라 기계문명이 종말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식의 다소 성급한 해석을 낳았다. 권력이 더 소수의 수중에 집중되고, 피지배 민족들과 피억압 계급들의 미래는 더 암담해진다.

라디오는 한 나라를 다른 나라로부터 단절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원자탄은 피착취 계층과 민족이 저항 능력을 전부 빼앗아버리는 동시에 그것을 보유한 자들을 군사적으로 대등하게 해 줌으로써 세계를 계속해서 지배해 나가며 균형이 어떻게 깨질지 알기 힘들었다.


3) 끝 :p213~214

지난 40~50년 동안 H.C 웰스 씨 등은 인간이 무기로 자멸함에 따라 개미처럼 군집 생활을 하는 다른 종이 인간을 대체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해왔다.(중략)

만일 원자탄이 자전거나 자명종처럼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단, 그랬다면 국가 주권과 고도로 집중화된 경찰국가의 시대도 끝났을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 지금 그래 보이듯 원자탄이 전함처럼 만들어내기 어려운 귀하고 값진 물건이라면, '평화 아닌 평화'를 무한히 연장하는 대가로 대대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



원자탄이라는 무기는 무질서가 아닌 노예제가 부활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고대 노예 제국처럼 끔찍하게 안정된 시대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복 불가가 냉전 상태로 되면서 어느 국가에서 어떤 세계관이 신조나 사회구조가 만연하게 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자탄이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면, 국가 주권과 경찰국의 시대가 아닌 야만의 시대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자탄이 만들기 어렵고 귀하며 값진 물건이라면, 대대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


2. 원자탄 시대의 미래에 대한 오웰의 전망은? (p214)


원자탄이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함처럼 만들어내기 어렵고 귀하며 값진 물건이라면, "평화가 아닌 평화'를 무한히 연장하는 대가로 대대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오웰은 원자탄을 만들려면 비싸고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그 무기를 만들기까지는 전쟁이 무한 연장이 되거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했지만, 역사는 오웰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싼 원자탄을 만들 수 있는 나라 중 한 나라가 원자탄을 만들었다.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 먼 조차 원자탄을 만들고 나면 전쟁이 끝날 거라 생각했지만 오웰도, 오펜하이머 생각은 현실적으로 그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3. 작가가 이 글을 통해 논의해 보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평화가 아닌 평화를 연장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원자탄을 만들어야 할까?



원자탄이 전함처럼 만들어내기 어려운 귀하고 값진 물건이라면,
평화 아닌 평화를 무한히 연장하는 대가로
대대적인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더 크다.

오웰은 어쩜 이렇게 허를 찌르는 관찰력과 통찰력을 가졌을까.


오늘날 여전히 원자탄(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은 존재한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는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 북한, 파키스탄, 인도 등 9개국이다. 이렇게 많은 나라가 핵을 보유하고 있다니. 선진국이 아닌 나라도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어릴 적, 김진명 작가가 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핵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비밀리에 핵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착각했다. 우리나라가 너무 약해서 주변 국가들이 건드리는 점이 영 마음에 안 들어 한 생각이었다. 오웰이 이미 말한 것처럼 원자탄인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도 인해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아닌 평화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 '핵'을 언급할 때마다 세계 국가들은 긴장한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해 주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기후 위기로 빠르게 드러나고 있는 자연재해와 진행 중인 전쟁을 지켜보며 전 세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두 긴장한 채 숨죽이며 살아간다. 핵보유국들이 평화 아닌 평화를 연장하는 대가로 과연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큰지는 장담할 수 없다.


https://youtu.be/AL-WRlEr54M?si=x7D3FozNipoYBaYS



남다른 그림책 큐레이션


'원자탄(핵)'에 대한 에세이를 읽고 나니 내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핵 실험 그림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수업한 그림책으로 핵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핵 실험을 하기 위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알려주기 위해 수업했다. 겉으로만 보이는 이미지가 전부가 아님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미국'에 대한 강한 긍정적인 프레임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놀라웠던 것은 그걸 씌워준 사람이 다름 아닌 부모님이었다. 한쪽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된 일이었기에 한쪽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

또한 다른 한 권은 그림책이지만 만화 기법을 이용해 한 편이 연극처럼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나이 든 노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핵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독자가 함께 등장인물과 호흡하며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그림책이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레이먼드 브릭스 (지은이), 김경미 (옮긴이) 시공주니어 1995-11-07
원제 : When the Wind Blow (1970년)


<< 바람이 불 때에 >> 그림책은 일반 그림책과 다르다. 작가는 그림책에 만화 기법을 도입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독자들은 등장인물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며 위기 상황에 따라 숨을 죽이며 마주한다.

세계 대전으로 영국에 핵폭탄이 투하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또한 작가의 부모가 모델인 순박한 영국 노동자 계급의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핵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조너 윈터 (지은이), 지넷 윈터 (그림), 마술연필 (옮긴이) 보물창고 2018-03-20



- 출처: 알라딘 서점 -

영화 <오펜 하이머>를 보면서 딱 떠올리던 그림책이다.

오웰과 오펜 하이머가 한 시대에 함께 살았다면 '원자탄'에 대해 어떤 토론을 펼쳤을지 궁금해진다.


까만 책표지에 적힌 글자만 있는 그림책이 아이들 시선이 집중되는 그림책이었다.

비밀 프로젝트라는 말에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했지만 사실을 안 아이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초특급 비밀 프로젝트>>그림책은 '핵'을 소재로 다룬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게 접근한다. 핵폭발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을 이야기하지 않은 대신, 과학자들이 모여서 핵 실험을 진행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1943년 3월, 미국 정부는 물리학자·화학자·연구자들을 한데 불러 모은다. 그리고 그들을 뉴멕시코의 어느 사막에 있는 마을로 데리고 가 ‘장치(Gadget)’라 부르는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곳에서 일한 점원, 요리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과학자들이 무엇을 만드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뉴멕시코에 도착하기 전 개명을 할 정도로 이 프로젝트의 비밀을 지키겠다는 굳건한 맹세를 하고 왔다. 정부는 실험실에 오가는 편지들을 모두 검열하고, 스파이가 있는지 없는지 매우 철저하게 감시했다. 철저한 보안과 감시 속에서 진행된 이 비밀 프로젝트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프로젝트였을까?
오늘날 ‘트리니티’라 불리는 이 ‘초특급 비밀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원자 폭탄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었다.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지휘 아래, 전 세계에서 모인 과학자들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를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쏟았고, 마침내 1945년 7월 16일, 그들이 ‘트리니티’라 부르는 뉴멕시코 남쪽 사막에 위치한 미사일 성능 시험장에서 첫 번째 원자 폭탄 실험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초특급 비밀 프로젝트, 프로젝트명 'Gadget'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비밀 프로젝트가 시작되는지 독자에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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