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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펠 Rup L

기차가 베이징을 출발한 그날, 미국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기차에서 뉴스를 틀 때마다 시끄럽게 헤드라인에 올랐던 그 뉴스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아니, 무관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좀비는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바로 비감염자 옆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미국의 한 기업이 이를 이용해 사망자들을 바로 화장시키는 대신 노동력으로 활용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자가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오늘 우리 정부도 해당 업체가 밝힌 제안서 검토가 끝나고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고위 공무원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도 나왔다.
"우리 정부 검토 결과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그럼에도 새로운 전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격리 기준을 준수하도록..."
무슨 정신병자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뉴스가 전세게를 휩쓸었다. 자세한 설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힘들 지경이었다. 두 시간을 들여 검색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제약 회사들은 박테리아가 뇌의 어느 부분을 자극하는지 찾아내었고, 동일한 방법으로 자극해서 단순 노동 작업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죽은 지 3,4일이면 피부가 폭발하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감염시키려 하는데, 일종의 활성 방부제를 주입하고 나노로봇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시체가 썩지 않게 하면서도 영양분을 공급해 최대 6년까지 노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미세한 조종을 통해 특정 동작을 지시하고 박테리아가 자극하는 부위를 알맞게 조작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낸 신호를 나노로봇이 실행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은 6년 내내 이루어지고 박테리아는 6주 이내에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고 체내에서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뉴스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중국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로 나오고 있었다. 이미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미 비밀리에 해당 노동력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있었다기에 파리에 도착해서 살다 보면 로봇 대신 시체 시종을 보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도 했다. 그러나 아까 밝혔듯이 이 뉴스를 듣고 나서 파리에 도착하는 그 사이에 천지가 뒤집혔다.
그날은 9월 6일이었다. 중국 국경 검문소에 대형 스크린이 있었는데 날짜와 시간만 띄워 놓았기에 아직도 기억이 난다. 가슴에 오성홍기를 붙인 로봇이 돌면서 여권과 홍채 검사를 했다. 로봇이 자동으로 검사를 한 것이 아니라 공안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이었다. 그게 확실하긴 하지. 로봇의 힘을 빌리되 결국 사람이 하는 게. 국가는 사람의 것이니까.
중국 로봇이 나가고 잠시 후 똑같은 모델인데 가슴에 라오스 국기를 단 로봇이 들어와 여권을 검사했다. 스피커로 여권 페이지를 넘기라는 목소리가 나오면 페이지를 넘겼다. 두세 번 넘기자 로봇이 해당 페이지에 비자 도장을 찍었다.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로 자꾸 말을 하려고 해서 간신히 대답을 하고 수속을 마치니 기운이 빠져서 그날은 저녁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도 꺼놓은 상태에서 책만 읽었다.
저녁이 되어 로봇이 식사를 가져오자 테이블에 식사 준비를 하고 그제야 텔레비전을 다시 틀었다. 여전히 전염병 소식, 감염시신 재활용 소식이었다. 미국이 600만 구, 중국도 2,000만 구, 한국도 20만 구나 현재 투입되어 있다고 했다. 물론 당분간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충격을 완화하는 일시적인 용도이기도 하고 유족들 같은 경우에는 멀리서나마 일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인지 슬픔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고 했다. 며칠 전까지는 뉴스가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발표였는데 이미 운영을 하고 있었다는 건 전염병이 한창 퍼지고 있을 때 시체를 납치해다가 연구에 착수했다는 뜻이었다. 화장을 하겠다며 시신을 가져가서 화장을 하지 않아 형의 시신이 거리를 돌아다녔던 것이 생각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은 모두 그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노예가 필요해서 연구를 알면서 막지 않은 게 아니냐고도 했고, 죽은 사람은 쉬게 놔둬야 한다는 종교계 성명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나도 이미 운영 중이면 막는 건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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