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앞에서, 어른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아마 한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혹은 직접 해봤을 법한 말이다.
“이제 AI가 다 하면,
우리는 이제 뭐 하죠?”
이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 경력이 있으신 분들은 괜찮으실거에요.
그건 신입사원이 더 걱정해야 할 일이에요.
아직 우리 일은 아니에요"
강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지지 않게
농담처럼 꺼내는 말이다.
대개는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 말은
농담이 아니다.
지금의 경력자들은
AI라는 파도를 만나
오히려 유례없는
‘뒷심’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경력이 오래 되고 연차가 쌓이다 보면
‘도태’라는 단어를
한 번쯤 떠올려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기술의 속도는 빠르고,
시장은 늘 젊은 감각을 원한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변화 앞에서
괜히 한 번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AI는 이 조심스러움을
무력화시키기는 커녕,
경력자가 오래 쌓아온
'도메인 지식'을
다시 앞으로 불러낸다.
AI는 수 많은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답이
정말 현실적인지
지금 이 조직에 맞는지,
감당 가능한 위험인지까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걸 가려내는 힘은
여전히
축적된 경험에 있다.
얼마 전 읽은 기사에서는
AI의 확산이
경력자의 일자리는 더 오래 유지시키고,
신입의 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충분히 공감 가는 분석이면서도,
마음 한편이
조금 불편해진다.
진짜 문제는 신입이다.
신입에게는 아직
경험이 없다.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몸에 배어 있지 않다.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경력자들은 지금
AI 덕분에 다시 날개를 펴고 있지만,
그 날개 아래에서
누군가는 더 불안해지고 있다.
기술의 진보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저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더 편해지고
더 오래 살아 남는 것으로
충분 할까.
뒷심을 얻은 사람들이
해야 할 역할은,
앞서 달려 나가며
격차를 벌리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함께 만들어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AI는
인간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주었다.
그렇게 덜어낸 생각의 여유를,
다음 세대와 나눌 준비가 되었는지
종종 자문해 본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나는
뒷심이라는 단어를
힘이 아니라 책임에
더 가깝게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