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네게 편지는 처음 써 봐.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고 너에게 짝사랑의 아픔을 호소하며 칭얼댔지.
난 동네 친구인 네가 편했고, 재밌었고 언제든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네가 내게 좋아한다 하고 우리가 연인이 되기 전까지.
너를 좋아해. 그건 사실이야.
처음엔 긴가민가 했지만 지금은 매일 조금씩 네가 더 좋아져.
어제 봐도 오늘 또 보고 싶고, 목소리 듣고 싶고,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도 좋아하고 싶어.
그렇지만 여전히 그 사람도 보고 싶어. 아직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그 사람을. 이미 내 일상에 너무 많이 들어와 버린 사람이라 같이 논 기억, 여행 간 거, 그 사람에게 받은 물건, 같이 썼던 물건 모두 무시할 수가 없어.
그 사람을 잊지 못하겠어. 영원히 그 사람 편을 해주기로 했거든.
네가 불안해하는 거 알아.
네가 상처받을 것도 알고 나를 많이 좋아하는 것도 알아.
싫으면서도 내게 싫다고 화내지 못하는 것도 알아.
내가 나쁜 거야. 너와 같이 보내는 시간 문득문득 그 사람을 생각해. 너를 보고 싶은 만큼 그 사람도 보고 싶어.
이 쓰레기 같은 나쁜 마음이 주체가 안돼.
너를 좋아하기 이전부터 그 사람을 좋아했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 상태에서 너와 연인이 됐고.
이 마음을 나도, 너도, 그 사람도 아는데
그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지.
너에게 거짓말도 했어. 네가 속상해할 걸 아니까.
그런데도 그 사람을 못 잊는 내가 나쁘지.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돼.
너를 좋아하는 건 분명한데, 그 사람을 저버리진 못하겠어.
오늘도 답답해서 눈물이 났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감정과 죄책감과
네가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아는 게
그냥 눈물이 나.
미안해.
그럼에도 많이 좋아해.
내 마음을 뜯어다 어딘가에 버려줄래?
너무 아파서 버틸 수가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