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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사이로 Jul 11. 2023

돌아볼 때만 보이는 것

주간보고를 쓰는 지금은 일요일 오전이고, 서울에는 세찬 소낙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이번 주 내내 비 소식이 있습니다. 한참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을 때부터 여름이다 싶었지만, 세찬 비와 장마를 접하고 나니 7월이라는 여름의 새로운 스테이지에 접어든 기분입니다.


지난주엔 일기장을 뒤적거리며 지난 2분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 상반기 가장 큰 변화는 (고민할 필요 없이) 퇴사입니다. 작년 하반기에 이미 퇴사를 결심하고, 회사와 퇴사 여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으니- 작년부터 이어져 온 이슈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은 것이기도 하네요.


상반기 중 1분기는, '퇴사 → 갭모먼트 → 이직 → 다시 퇴사 결심'으로 분주했어요.

그리고 2분기는 '(완전한) 퇴사 → 프리 에이전트 결심 → 퇴사 이후의 삶 꾸리기'로 바빴습니다. '오롯한 나'로 살며 일하기를 꾸준히 연습하고 실습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주간보고에는 본격 퇴사원이 되어 보낸 첫 분기, 2분기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합니다.



기록생활


어느 아침은 출근하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기뻤고, 어느 아침은 막연히 불안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노트를 펼쳐, 모닝페이지를 썼습니다. 기록하고 보니 제 자유로움과 불안에는 패턴이 있더라고요. 그걸 기록해서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두 권의 책을 계약해서 열심히 썼고, 쓰는 중입니다. 첫 책을 쓸 때 보다 부담이 커져선지, 쓰는 시간보다 쓸 준비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라고요. 쉽진 않겠지만 더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삶에 대해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퇴사원 주간보고 또한 성실히 보냈습니다.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쓰겠다고 했지만, 종종 힘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때마다 보내주신 답장에 기운 내어 쓰고 있습니다. 인스타(@merrymiry)로 멘션하여 보내주시는 감상들도 반가운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재정상태


완성되지 않은 책은 쓰는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주지만, 실시간 생계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일들을 열심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12월까지 계약된 회사에서 주 2, 3일을 일하고 컨설팅・멘토링, 강연, 콘텐츠 제작 외주, 광고 콘텐츠 진행, 청탁 원고 작성 같은 일을 합니다.


2분기 결산을 해보니, 소득은 회사원일 때의 3분의 2 수준이더라고요. 생각보다 괜찮은가도 싶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높은 강도로 일했다는 점, (회사 다닐 때 썼던 책의 인세의 지급처럼) 과거로부터 비롯된 수입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적을 수도 있겠습니다.


분기 정산을 하며 재정상태에 대해 세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1. 소득이 증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퇴사 후 소득이 줄었지만 지출이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에 불안을 최소화하며 제게 맞는 템포로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퇴사 전 생활비 줄이기 연습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고요.


2. 가능하다면 2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콘텐츠 분야와 커머스 분야, 이 두 가지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야에 일이 줄어들거나 페이가 하락해도, 다른 분야가 보강을 해 주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인 모드로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영역이라면요.


3.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 퇴사했는데,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일들을 잔뜩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월급이 사라졌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어요.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스스로를 고용한 제가 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복리후생이라는 걸요.


운동생활


회사원 시절, 퇴근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꾸준히 운동하는 게 힘들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요가나 필라테스, PT, 심지어는 방송댄스 같은 걸 다녀보기도 했는데요. 운동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려고 애쓰는 게, 운동 자체보다 스트레스였습니다. '퇴사하고 나면 무조건 운동할 거야. 나는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하는 거야.'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나 퇴사 후 4개월 차... 여전히 저는 운동 안 하는 사람입니다. 의지가 없었던 게 맞더라고요. 어떤 상황에서도 하루 한 시간은 운동하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꾸준히 운동해서 라운드 숄더 + 거북목 교정하기! 3분기 목표입니다.


반려생활


대부분의 시간을 소망이와 함께 보냅니다. 소망이는 요구사항이 있을 땐 '마앙' 하며 목소릴 내는 수다냥이인데요. 요즘 '마앙. 마앙~ 망! 망망!' 하면서 종일 저를 쫓아다녀요. 제가 잠시 외출했다 돌아오면 세상 차가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기도 하고요. 퇴사원 생활의 귀여운 부작용이랄까요.


그러다 이번에만 용서해 줄게,라는 라는 제스처를 취하는데요. 그것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좌우로 데굴데굴 구르는 행동이에요. 뭐 이런 부작용이라면 얼마든지요.




이렇게 길게 적으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었는데 적다 보니 너무 길어졌습니다. 앞을 바라보며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지만, 돌아볼 때만 보이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구독자님의 2분기는 어떠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장을 보내주시면 답장의 답장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간보고에도 소개하고 싶어요. 혹시 비공개를 원하신다면 답장을 보내실 때 기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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