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공감과 나눔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책

"Those Shoes" by Maribeth Boelts

유행하는 운동화를 갖고 싶었던 주인공 소년이 중고샵에서 자신이 원하던 운동화를 발견하지만 사이즈가 작아서 자신의 발에는 맞지 않습니다. 너무나 갖고 싶은 마음에 무리를 해서 샀지만 결국은 신지 못하게 됩니다. 소년은 이 신발로 무엇을 할까요? 


출처: amazon.com


소년은 학교의 모든 친구들이 신고 있는 운동화를 할머니에게 사 달라고 조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우리에겐 원하는 것(want)을 가질 여유가 없어. 필요한 것(need)만 살 수밖에 없어”라고 대답합니다. 부모님이 책에 나오질 않아요. 조부모 가정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그 신발밖에 없던 소년이 중고샵에서 유행하는 그 신발을 발견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사이즈가 작아서 안된다는 할머니에게 신다 보면 늘어날 거라며 억지로 사 온 신발은 결국 옷장에 처박힌 신세가 됩니다. 어느 날 자신과 같은 처지인 다른 친구의 낡은 신발을 본 소년은 오랜 고민 끝에 그 친구에게 신발을 선물합니다. 


친구에게 신발을 주려고 마음먹고 갈등하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렇게나 가지고 싶었던 신발을 보내야 하는 일도 어렵겠지만 그 친구에게 신발을 주게 되면 학교에서 낡은 신발을 신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년에게 가난은 몸으로 체득된 현실이고 남들과 비교가 가능한 뚜렷한 기준입니다. 소년의 형편을 사실적이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이야기의 시작도 매력적이지만 자신에게 이제 잉여가 된 신발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뒷부분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친구의 낡은 신발을 눈여겨보는 것은 공감의 시작이 관심에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 관심은 어른들이 인스타그램으로 남의 인생을 엿보는 마음과는 다를 것입니다. 


잠을 설치면서 친구를 생각하던 소년은 마지막으로 신발을 한번 신어보고는 자신의 결심이 바뀌기 전에 얼른 신발을 친구 집에 두고 옵니다. 자신만큼이나 가난한 친구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친구의 형편에 공감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눔의 원칙은 받은 만큼만 갚고, 받을 만큼만 계산해서 베푸는 직선의 모형이 아닙니다. 내가 베푼 사람에게는 대갚음을 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생각지 못한 다른 곳에서 도움이 오기도 하는 원의 모형입니다. 나에게 보답할 것 같지 않은 사람에게는 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 그런 짧은 계산은 잠시 미뤄두고 타인의 형편에 공감한다면 어떻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want와 need를 구분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사탕을 want로 야채를 need로 구분해서 귀여웠어요. 그런데 그때 “이제 너희의 want와 need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want와 need를 말해볼까?”라고 했더니 갑자기 막막해하더라고요. 자신만큼 남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니 당연히 want와 need를 구분하는 일은 어렵겠죠. 심지어 사랑하는 엄마에 대해서도 구분을 못하더라고요. 이 책을 같이 읽은 아이들이 타인의 want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그 관심이 크고 작은 나눔으로도 실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희망은 누구나 꿈꿀 수 있는 권리임을 알려주는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