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사건, 정말 자살일까?

버리지 못하는 화분

by 역사와동화

아이가 화분을 들고 왔다


우리집에는 작은 화분이 하나 있다. 아무것도 없는 화분이지만 버리지 못하는 화분. 나는 그 화분을 왜 못 버릴까?

그 화분은 우리 집에 수업을 하러 왔던 아이가 사온 거다. 하얀 얼굴에 아기처럼 뽀얀 피부를 가진 아이, 가끔 핏줄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 더 맑아 보이는 아이. 보조개가 들어가는 아이, 얼굴에 선함이 가득한 아이, 잘 웃는 아이.

그 아이는 또래보다 키도 컸지만 그 힘으로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먹는 걸 좋아해서 조금 통통했다. 인사는 왜 그렇게 잘 하는지, 수업에 올 때 화분을 들고 오다니,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것이겠지만 그것을 들고 와서 수줍게 건네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만약 그 아이가 죽지 않았다면 이 기억은 더 흐릿해졌을까. 그리고 나는 화분을 버렸을까?



그 아이가 신문에 나왔다


그 아이가 어느 날 신문에 나왔다. 사인은 자살.

얼마 전까지 수업을 같이 했는데. 남자애들만으로 이루어진 팀이라 몸을 더 많이 썼던 수업. 짖굿게 장난도 많이 치던 아이들이었다.

자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그 아이는 죽기 몇 시간 전에 웃으면서 학원에 갔다. 어두워도 돌아오지 않아 부모님이 찾아 헤맸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다음날 어둑한 골목의 한 주택가에서 인터넷 케이블선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아이의 아버지가 발견했고 경찰이 조사를 나왔다. 아이가 발견된 장소는 다니는 학교에서 100m, 집에서 500m 가량 떨어진 곳으로, 아이가 다니던 두 학원 사이에 위치한 골목길이었다.

아이는 본인의 새 운동화가 아닌 인근 담벼락 화분에 놓인 동네 주민의 운동화를 신은 채 발견됐으며 자신의 신발은 아래 놓여 있었다. 부검을 실시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는 전혀 타인의 힘이 작용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폭행 흔적, 본인의 저항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골목길 CCTV에도 어린이 혼자 걸어가는 모습만 나왔다고 했다. 미스터리한 사건이었다.

얼마 전에 엄마가 사준 좋은 운동화를 놔두고 남의 신발을 신고, 그렇게 이상한 죽음을 맞이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살로 결론내리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자살을 뒤집긴 힘들겠구나,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부모의 경제와 사회적 지위가 영향을 미치겠구나, 가슴 아프게 깨닫기도 했다.

무엇이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정말 자살이라고 결정내려도 되나?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는데, 자살을 할 정도였다면 나는 왜 눈치를 못챘을까?


아이 장례식에서 엄마를 만났다. 외동 아들이었다는데 어떻게 살아갈까. 감히 그 슬픔을 위로할 수도 없었다.좀더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기만 할 뿐이었다.


남자아이들은 일찌감치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나도 그래서 사정사정해서 찍을 때도 있다. 그리고 가끔 이런 자연스러운 사진을 전달하면 아들의 뜻밖의 모습에 기뻐하시는 분도 있다. 그 아이가 죽기 몇 달 전 수업한 사진이 있다. 전달해야 할까? 아픔을 더 건드리는 건 아닐까? 그 엄마가 아이와 추억을 나누고 싶을 텐데 나는 겨우 수업 시간의 모습만 갖고 있는데 실망만 안겨드리는 건 아닐까.

상처는 묻는 것보다 드러내어 어루만질 때 치유가 더 잘 된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나는 계속 망설이기만 했다. 그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괜히 슬픔을 다시 끄집어내서 힘들게 할까 봐, 어머니랑 수업 시작 전 수업 끝나고 잠깐 이야기한 게 다인데,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고, 화분을 버리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실례인 건 아닐까 해서..., 화분도 못 버리고 사진도 전하지 못한 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다.


버리지 못한 화분을 보며 두 손을 모아본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더불어 어른도 행복하기를.'


* 이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아 결국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글이 전빈적으로 무거워진 것 같다. 재미있게 못 쓰는 재주가 있기는 하지만...

이 글은 처음에 썼지만 마지막까지 발행할까 말까 망설였다.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어쩌나해서...그래도 처음 이런 글을 쓰고싶다고 생각하게 한 이야기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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