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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 펄 Apr 07. 2023

여태 뭘 한 건지....

씁쓸하다는 것은 1


나는 남들이 들으면 쓸데없는 건지 모를 것들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 들쑤시고 다녔다.

마치 이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꼭 알아야 될 것만 같았다.

나는 열정은 넘쳤으나 끈기가 없었다.


악기를 배울 때도 그랬다.

초급까지는 그렇게 열심이다가 중급으로 넘어가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었다.

애당초 내가 이걸 왜 배우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열심히였는지가 한심할 정도였다.

그리고 핑계일지 모르나 그걸 너무 열심히 하면 내 직업이 될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러면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마다 그 일은 내 간판이 될 것이고

사람들이 나를 한낱 '뭐 하는 사람'으로 인식할 텐데.. 그게 왠지 시시했다.

거기다가 그렇게 지루해졌을 때 다른 것이 하고 싶은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하다가도 지겨워지면 다른 것을 배우기 위해 난 쉽게 포기했다.

그때는 내가 정말 뭐가 되고 싶은 것을 하기보다는

그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배웠던 것 같다.

사실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좀 두렵고 자신이 없었다.

'너무 거창해서 감히' 그러나 생각해 보니 지금은 더 힘들어졌다.

나이가 들어 늙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잠시 맛만 보는 정도로 조금 하다 말다 하니. 

여태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나이 들어 외로울 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려고 

배운 기타는 아직도 그 수준이다.

피아노도 곡하나 외운 게 없고 플루트는 또 어떠한가. 

그렇다고 1년도 못 배운 것은 아니다.

적어도 꾸준히는 아니어도 기타는 5년, 피아노 7년, 플루트 5년....

그런데 악기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연주를 할 수가 없다.

거기다가 나는 1년 하다가 몇 개 월을 쉬고..

특히 클래식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볼 게 못 돼.

처음부터 아예 십 년은 해야 된다고 못부터 박아서일까?

그 말부터가 질려서 중급으로 넘어가기 무섭게 접는다.

악기를 예를 들었으나, 

이 외에도 운동, 책, 영화, 음악, 연기, 요리... 등등

들쑤시고 다닌 거 종류도 가지가지라 기억도 안 난다.


이렇게 가지가지 조금씩 배워서 인생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다양한 대화가 가능했으니까.

그러나 경험은 해보았으나, 깊이가 없어 난감하다.

젊을 때는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어찌나 지루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난 청개구리처럼 여기저기 얕게 파고 다녔다.

그러나 한 가지도 제대로 잘하는 것이 없을 때, 

여태 뭘 한 건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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