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어글리 24화

어글리 24 _어글리즈 (최종회)

by 햇빛투게더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선호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고은애가 서있다.

“어르신.”

“보고차 왔습니다.”




선호, 은호, 고은애가 소파에 둘러앉았다.


“엄마는요? 부산에 있나요?”


은호의 질문에 고은애는 놀라운 말들을 쏟아냈다.


“그 아인 미국으로 갔어요.”

“그럴 리가요. 할머니를 속였나 보네. 집착증 장난 아니세요.”

“공항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공부가 하고 싶다네요.”

“공부요?”


한동안 은호와 선호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a/s를 의뢰하긴 했지만 그녀의 집착을 꺾을 순 없다고 믿었다. 특히 은호는 더욱 그러했다.


“그 아이... 집착할 다른 분야가 생겼나 봐요. 서양음악사 쪽으로.. ”

“어떻게 설득하신 거죠?”

“안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아이가 내게 했던 질문으로 역질문을 했을 뿐이죠.”

“어떤..?”

“딸을 내쳤던 과거를 후회하느냐.” 하길래 “그닥”

“선호 군 아기 때 영상 보고도 연락 안 했던 거.. 후회하느냐” 하길래 “약간.”

“여생에 본인이 존재하길 기대하느냐..”


대답을 기다리며 은호와 선호는 은애를 주시했다.


“두 분의 대답이 같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 아이도 나도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말했어요. [절대.]”

“아...”

“며칠 방에서 꼼짝 안 하더니 바로 티켓팅을 하더라고요.”

“놀랍네요.”

“이만 가볼게요. 밤운전은 자신이 없네요.”

“주무시고 가세요. 내일 제가 운전해 드릴게요.”


선호의 말에 은애는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다음에 다시 만나요.”


은애는 은애답게 건조한 미소와 함께 나갔다.


“나도 다음 주에 유럽으로 떠나.”

“얼마나 가 있어?”

“꽤 오래겠지. 이 집 사람들은 뿔뿔이가 어울려. 오빠 넌 앞으로 어떻게 살 거야?”

“하던 대로. 또는 안 하던 대로.”

“뭔 계획이 있나 보다?!”






몇 년 후-


해령>

해령은 맨 앞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솜털 보송한 학생들 사이에서 해령보다 훨씬 어린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에 해령은 두 눈 반짝이며 메모를 한다. 진동음이 들리고 동영상 알림이 뜬다.

캠퍼스를 걸으며 해령은 동영상을 구동하는데 아기를 재우는 선호의 모습이다. 아무런 메모도 없이 그저 자장가를 부르는 선호의 모습에 해령은 가느다란 미소를 보일 뿐 답장을 하지 않는다.


은애>

은애는 침실에서 선호의 동영상을 받았다. 은애는 그녀답게 “좋군요.” 딱 한마디만 보낸다.


은호>

몇 년에 걸쳐 연주여행을 떠났던 은호는 은퇴무대만큼은 고국에서 하길 원했다. 큰 예술극장에서 열정적으로 마지막 연주를 한다. vip석에는 선호와 봉이, 정민, 은애, 봉이아저씨가 뿌듯한 얼굴로 은호를 지켜본다.


선호>

몇 년 간 약간의 변화들이 생겼다. 선호와 봉이는 스몰웨딩을 했고 세상 귀한 아이를 얻었다. 그 옛날 해령이 품었던 그 아가와 똑 닮은 또 하나의 천사가 꼬물거렸다. 선호의 집 내부는 선호가 그토록 원했던 온기와 윤기가 가득했다.

선호는 바이올린 동호회 레슨과 기존에 하던 대로의 연주스케줄, 그리고 유튜브 10만 돌파로 봉이와 아기와 소박한 파티를 준비 중이다.


은호의 방은 약간의 방음시설을 해서 라이브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선호는 독주를 시작하고 라이브 공연이 진행되는데 선호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케이크에 불을 켜고 들어온 은호다. 케이크를 한쪽 테이블에 올려놓고 은호도 바이올린을 집어든다.

선호의 선율에 은호가 합류하면서 세상 근사한 합주가 이어지고 채팅창은 그야말로 폭주하고 만다.


선호와 은호는 발코니에서 맥주 한 캔 씩 한다.

“누구 맘대로 내방을 라이브공연장으로 만들어. 응?!”

“걱정 마, 잠은 재워줄게.”

“당분간 이 집 소파 내꺼야.”

“출국은 언제야?”

“며칠은 민폐 끼칠 거야. 이 집에 찐짜 붙어야지.”

“얼마든지.”

“엄만 공부 재밌나 봐.”

“다행이네.”

“넌?”

“내년부턴 독일 음학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려고.”

“근데 어글리 닉넴 계속 쓰네? 오빠 너 어글리 아니라니까.”

“사람은 다 어글리한 부분이 있어. 너도, 미국에 있는 그분도, 부산의 여사님도..

난 그 어글리함을 인정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애. 그래서 그 닉넴이 부끄럽지 않아.

우린다, 어글리즈잖아.”


봉이가 아기를 안고 다가왔다.


“아빠, 꼬물이 이제 잘게요.”


봉이는 아기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내가 재울게.”


선호는 아기를 번쩍 안아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 흐뭇하게 바라보는 은호와 봉이인데..


“잘 컸어, 한선호.”

“말은 바로 합시다. 절반은 내가 키웠어, 아가씨.”




에필로그


악마도 천사를 낳을 수 있다.

한때 그 악마도 천사였기 때문이다.

‘엄마’를 거룩하게 조명하는 기존 질서와 달리 소설 어글리에서는 극악함을 다루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세상의 어느 한 곳에서 부모의 숭고한 사랑이 실재하지 않음에도 온전히 자신의 빛으로만 자가발전을 해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유독 현생과 일정이 겹쳐 울퉁불퉁한 연재였네요.

읽어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신 작가님들, 갑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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