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도 괜찮아
2025년 10월 09일 목 맑음
나의 시간은 현재와 현재가 아닌 것으로 정확하게 나뉜다. 약속 시간을 맞춰 장소에 나가는 것이나 업무의 마감 기일을 지키는 것이 언제나 어려웠다. 아날로그 시계를 손목에 걸고 수첩에 일정을 매일 기록하는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어느새 시계도 수첩도 있으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함정이다.
미래를 핑계대며 현재의 흥미만 쫓으며 사는 나에게, 사람들은 진취적이며 큰그림을 그리는 실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해주지만 미래를 위한 큰그림은 사실 핑계고 좋아서 몰입하고 좋아서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좋아하는 일 앞에서 해야할 일들은 처참히 무너진다. 지금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 보다, 지금 너무너무너무너무 하고 싶은 일이 눈 앞에 있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 밀려버린다. 불안과 죄책감을 잔뜩 떠안으면서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보면 그 불안과 죄책감이 연료가 되어 폭발적인 벼락치기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좋아하지 않는 해야만 하는 일은 음미하는 것도 싫어 번갯불에 콩 볶듯 와자작 끝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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