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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Oct 11. 2024

제너시스, 자동차라고요?

창조의 비밀을 품은 창세기

 제너시스(genesis) 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한국인이라면 자연스레 현대 자동차를 떠올릴 것입니다. 럭셔리한 자동차, 프리미엄 세단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시작점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차종의 이름이기에 그렇지요. 그렇다면 '제너시스'는 원래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일까요?


<출처: 제너시스 공식 웹사이트>
Genesis는 그리스어로 '기원, 창조, 생성'을 뜻하는 단어인 '게네시스(γένεσις)'에서 유래되었다. 세계 창조를 비롯한 여러 사건을 다루고 있는 구약 성서의 첫 번째 책을 칭한다. 멋있는 뜻과 어감 덕에 여러 곳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이며 2020년도부터는 여자 아이 이름으로도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 출처: 나무위키 및 어원사전

 

 제너시스는 처음, 창조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성경 맨 앞을 차지하고 있는 [창세기]를 뜻하기도 하지요. [창세기]는 인간의 기원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책입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는 한방에 모든 것이 창조되는 터무니없는 공상일 수 있으나 창조론의 관점에서는 기막힌 신비로움이기도 하지요. 인류의 첫 창조뿐만 아니라 타락과 회복, 그리고 메시아의 필요성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방대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창세기의 창조 하나님과 함께 시작하는 인류의 출발, 인간을 향한 그의 마음에 더 초점을 맞춰보려고 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 1:1)



 태초, 하나님, 천지, 창조.

창세기 첫 장부터 현실과의 괴리가 쏟아지는 키워드들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성경을 펼쳐 들었을 때 낯선 영역의 설컹함 때문에 먼발치에서 서성였던 기억이 있어요. 빼꼭하게 들어차 있는 까만 활자들, 경직된 표지와 페이지 구성, 구약 39권 신약 27권 총 66권이라는 방대한 분량. 이 모두 흥미를 몰아내기에 충분하지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이유들을 손꼽으며 책을 덮을 수밖에 없는 정당 사유를 끌어안고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지극히 독자 비친화적이라 생각했던 성경이 판매량을 기준으로 전 세계 베스트셀러 1위에,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읽힌 스테디셀러라고 합니다. 신비롭고 놀라운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창조의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는 'create'인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물질계에서는 완전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창조란 기존의 것을 재결합하는 것이며 창의력 역시 기존 것들을 기반으로 세워지는, 유에서 유로의 재구성인 셈이지요. 어휘력-표현력-사고력으로 이어지는 창의성이 발현되려면 재료가 되는 어휘력이 있어야 가능 것처럼 완전한 무에서 무엇인가 창출하기 어려운 것이 물질세계입니다. 하지만 창세기 1장 1절의 창조는 완전 무에서 유로 창조된다는 의미인 히브리어 'bara'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지요. 이렇게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그런 뜻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어요)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여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창 1:2-3)

 


 무의 상태(Nothingness)로만 존재하는 어둠의 세계에 빛이 생겨났습니다. 깊은 혼돈과 공허함에 '빛이 있으라' 말씀으로 단번에 어둠이 걷힌 것이죠. 김상욱 교수님의 <울림과 떨림>에서 우주의 질서는 빛이 아닌 어둠이 디폴트 값이라고 말합니다. 즉, '어둠은 빛의 부재'가 아니라 '빛은 어둠의 부재'인 것이죠. 상식을 뒤엎는 명제입니다. 우주에 1조 개의 은하가 있고 한 개의 은하에 1,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보면 태양과 같은 별들(1조 X 1,000억 개)이 무수히 널려있는 곳이 우주라는 공간입니다.


 태양계의 8개 행성을 감안하여 전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의 수는? 얼추 따져보아도 어마어마한 숫자가 도출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셀 수 없는 행성들에서 지금껏 외계 생명체가 발견된 곳은 없다는 점입니다. 즉, 우주의 자연스러운 현상은 생명이 아닌 죽음인 것이지요. 우주는 어둠과 죽음의 기운으로 충만하기에 오히려 지구상의 생명은 이상 현상이라 할 수 있어요.


 이런 기적적인 창조가 지구상에 하나님의 말씀 하나로 이루어진 것을 창세기에서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nothing'에서 'something'을 만들어낸 것은 창조라는 기적에 숨겨진 비밀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그 절정인 인간 창조에는 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됩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창 2:7)


 지구상에 하늘, 바다, 땅, 동물, 식물 등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여섯 번째 날, 드디어 인간이 창조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흙으로 빚어 코에 생기, 즉 생명을 불어넣으셨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무에서 유, 암과 명의 극적인 만남을 표현하고 있는 인간 창조의 장면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 미켈란젤로의 손끝에서 재탄생되기도 했습니다.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을 감상해 보실까요?


<천지창조>,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소성당 천장에 그려진 아담의 창조는 <천지창조>라는 제목의 오역에서부터 시작하여 미켈란젤로가 천장벽화를 그리게 된 사연, 그림에 대한 해석 등 많은 뒷 이야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시대를 거쳐 회자되는 만큼 대작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아직 맞닿지 않았지만, 닿을까 말까 한 하나님과 아담의 손끝은 미켈란젤로의 천재적인 상상력이 낳은 역작으로 꼽힙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넣기 직전의 장면을 단순히 입술을 통해 전달하는 물리적인 과정이 아니라 손끝을 타고 흐르는 듯 생생하게 시각화한 영적 상상이 감탄을 부르지요.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창 1:31)



  인간을 지으신 후, 하나님은 단지 '좋았다'가 아니라 '심히 좋았더라', 'very good'이라고 탄복하셨습니다. 다른 창조물들과 대비되는 더 큰 특심을 보여주신 것이죠. 하나님이 보시기에 인간 특별합니다. 몰입이 희열이며 그래서 사랑입니다.



 사진을 찍고 나면 누구나 사진 속의 나를 먼저 확인합니다. 함께 찍은 다른 누군가를 더듬어 보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 자신이 일 순위입니다. 창조자의 몰입과 희열의 흔적이 우리 안에 선천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나에게 집중하여 나를 흠향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내재된 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랑으로 만들어졌으니 사랑으로 나를 대하는 것이 창조 질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결론은 '창조는 곧 사랑이'가 되겠죠.



  나도 너도 사랑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 개개인 모두는 특별하니까요. 어떤 모습이건 창조의 의미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인간은 판단받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특별함이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어요. 하나님이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절대 실수하지 않는 분이시니까요. 당신이 특별하다는 걸 절대 잊지 마세요.



너는 특별하단다.
 내가 널  창조했기 때문이란다.
나는 절대 실수하지 않거든.

- 너는 특별하단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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