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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Nov 22. 2024

솔로몬의 지혜를 얻는 비결?

3일 간격으로 출산한 두 명의 창녀가 왕 앞에서 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지요. 한 여인이 자면서 아기를 깔고 눕는 바람에 아기가 죽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한밤중에 몰래 자신의 죽은 아기와 살아있는 아기를 바꿔치기합니다. 집에는 갓 태어난 두 아이의 엄마 밖에 없었기에 누가 누구의 아들인지 분별해 줄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출산이라는 일생일대의 대사를 치를 때 옆을 지키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니, 신분제도의 가장 밑바닥에 속한 창녀라는 소외 계층의 비애가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여인들은 갓난쟁이가 자신의 아기라고 우겼습니다. 지금처럼 유전자 검사를 해볼 수도 없고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니었지요. 게다가, 천민 취급을 받던 여인들이 감히 왕 앞에 나와 논쟁을 하다니요. 그럼에도 왕은 그들을 내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준 후, 놀라운 판결을 내립니다.



살아있는 아이를 둘로 나누어서
반쪽은 이 여자에게 주고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
(왕상 3:25)


<솔로몬의 재판>, 라파엘로


아기를 둘로 쪼개라는 명령에 아기의 생모는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성경 상의 표현)' 친권을 포기하면서 까지 아기를 살려달라고 매달립니다. 가짜 어미는 "저 여자의 것도 내 것도 되지 못하게 둘로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박한 모성을 드러내었고요. 누가 친모인지 확연하게 판명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남성인 왕이 평생 가져본 적도 없는 모성애를 건드리는 혜안을 가질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퍼뜩이는 명철과 지혜에 혀를 내두르게 하는 명판결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지혜' 하면 떠오르는 이름, 바로 솔로몬 왕이었습니다.



열왕기상: 지혜를 소유하는 비결


 성경을 처음 읽던 시절, 솔로몬 왕을 가장 부러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윗과 밧세바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난 솔로몬은 전대미문의 부, 명예, 지혜를 가진 왕이었거든요. 하나만 갖기도 힘든데 모든 것을 다 가진 그가 마냥 부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운명주의를 내세워 타고난 천운으로 돌린 채 맥없이 돌아서기에 아쉬움이 크게 남았지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비밀의 열쇠를 발견하여 동일한 축복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쉽고도 어려운 그 비결이 바로 성경에 있습니다.


솔로몬이 여호와를 사랑하고...
(왕상 3:3)


 솔로몬은 왕이 되어 가장 먼저 하나님께 일천번제를 드립니다. 일천번제란, 살아있는 짐승 천마리를 불태워 드리는 제사를 의미하지요. 말이 쉽지 천 마리의 번제물을 준비하는 것은 특심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솔로몬은 그만큼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왕위에 오른 넷째 해에, 부왕 다윗의 숙원 사업이었던 성전 건축을 시작하였습니다. 왕위를 이어받은 후, 자신을 위한 왕궁을 짓기도 전에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먼저 건축했습니다. 삶의 우선순위에서 얼마나 하나님을 먼저 사랑하고 경외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솔로몬이 7년에 걸쳐 완공한 성전은 당대 건축물 중 가장 호화롭고도 신식 스타일의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성전 모형,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솔로몬의 마음을 기쁘게 받으신 하나님은 일천번제를 드린 바로 그날 밤, 그의 꿈에 나타나십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기로 작정을 하신 것이죠.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지니가 뿅 하고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지니가 나타나면 소원 100개를 들어달라는 소원을 말할 거예요!"


 아들의 엉뚱하고도 기발한 답변이 떠오릅니다. 세 번의 소원을 빌 수 있으니 무려 300개의 소원이 성취될 수 있는 기가 막힌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한하게 원하는 것을 들어주길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담은 '완벽한' 대답이기도 하고요. 보장된 개수만큼 평생소원을 하나씩 빌면서 갖고 싶은 것을 채워갈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솔로몬 왕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하나님께 어떻게 반응하였을까요?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왕상 3:9)


 그는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었습니다. 장수를 구하지도, 부를 원하지도, 원수에게 복수하고자 하지도 않았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거나 겉치레가 필요 없는 꿈에서조차 은밀한 욕심을 내세우지 않고 타인을 위해 '듣는 마음'을 요청하였습니다. 히브리어로 '듣는 마음'은 샤마, 즉 지혜를 일컫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 그 뜻을 잘 분별하여 듣는 것을 의미하지요.



  더 많은 소원 성취를 해볼 요량으로 지니에게 어떻게 답을 할까 머리 굴렸던 것은 축복의 영역에 한계를 짓는 우매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신 보다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해 지혜를 구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자 함일 때 솔로몬에게 다른 복까지 몽땅 받는 기적이 일어났거든요. '축복의 경제'라는 나름의 용어를 붙여봅니다. 수여자 입장에서 볼 때, 그 규모와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두고두고 남는 장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네 앞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네 뒤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내가 또 네가 구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광도 네게 주노니 네 평생에 왕들 중에
너와 같은 자가 없을 것이라
(왕상 5:12-13)



솔로몬 왕은 그의 앞뒤로 더 나은 현자가 없을 만큼의 지혜를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구하지도 않았던 부귀와 영광까지 누리는 복을 덤으로 받게 되었지요. 마음의 방향이 내 안으로만 쏠려있지 않고 하늘 위로 향하고, 또 밖으로 향할 때 복이 쏟아졌습니다. 솔로몬은 지혜는 물론이거니와 부귀영화의 독보적 존재로 역사의 산 증인이 된 것이지요. 하나님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할 때, 전무후무한 뜻밖의 복을 선물처럼 받게 되는 일, 지니와는 분명히 다른 하나님 나라의 소원 법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도서: 진짜 지혜란


 얼마 전, 20년 전에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분의 지인 중에 CEO로 젊은 시절 세상의 온갖 좋은 것들을 경험하고 누렸던 분이 계셨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았지만 은퇴를 한 후 70대의 쇠약한 노년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현직에서 근무할 때는 넘쳐났던 인간관계가 다 끊어지고 지금은 연락하는 사람 한 명  없는 초라한 노인이 되었습니다. 거품처럼 날아가버린 지난날의 허상이 얼마나 헛된지 생의 늘그막에 깨닫게 되셨다고 해요. 아직 가보지 않은 인생의 황혼기이지만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라는 솔로몬 왕의 고백과 흡사합니다. 인생 시계를 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에서 성경의 현답을 발견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잠 9:10)




 역사상 최고의  현자였던 솔로몬은 잠언에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고 말합니다. 전혀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사실, 이 말씀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튕겨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럼에도 성경은 단순 명료하게 말합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 그것이 다라는 것을요.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은 답답이 취급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바보처럼 손해를 볼 때도 있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가려는 몸부림이 융통성 없는 경직성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누리는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이 나은 선택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어떤 것이 지혜이고 어떤 것이 우매함일까요? 모든 것을 다 누려보았던 현실의 CEO와 과거의 솔로몬이 생을 다 살아본 인생의 끄트머리에서 힘주어 말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뿌리와 근본임을.


 우리 삶에 필요한 진짜 지혜는 '누구'를 믿을지  '어떻게' 살아갈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아는 것입니다. 이미 거룩한 자(하나님)를 알고 있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알기를 원한다면, 진짜 지혜를 갖게 될 가능성에 또 고마운 일이지요. 가짜가 아닌 진짜 지혜를 소유하는 것이야 말로 인생을 제대로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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