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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 Aug 21. 2024

읽는 기쁨


평생 공부의 시작은  뼛속 깊이 느낀 ‘열등감’ 때문이었다.

자유롭게 영어 구사하는 내로라하는 석학 틈에서 쪼그라들고 자책할 때가 있었다.  

그러다 ‘나는 뭘 잘하나?’ 생각하게 됐다.

그때 발견한 게, 비교적 꾸준히 책과 함께 해 온 시간이었다.

그냥 읽었다. 특정 분야 고르지 않고 호기심 나는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된 거다.  

‘공부’라는 게 종이 가득 글자 적어 외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기쁨이라는 것을 말이야.


다양한 독서법이 있지만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남들 다하는 미라클 모닝이 나한테는 안 맞더라.

바쁜 아침시간은 간단하지만 든든한 끼니 챙겨 먹고 나간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편안히 마주하는 책상이 더 낫더라. 내 마음이 안심되고 가장 편안한 시간을 찾아 보면 좋겠다.

단 서너 쪽의 책을 읽더라도 읽는 기쁨으로 하루를 마감하니 스스로 뿌듯하고 기쁘더라.


얼마전 대형 서점들렀다.

대여섯살쯤 보이는 여자아이가 그림책을 집어 펼쳤다 접었다 했다. 똑단발에 동그란 눈이 얼마나 예쁘던지, 나홀로 감탄사가 나오는 어여쁜 아이였다. 옆에서 지인과 얘기 나누던 아이 엄마로 보이는 이가 아이 책을 집어 들며 말했다.

"책은 그냥 보는거야. 접었다 폈다 하는거 아니야."

그럼에도 아이는 또 다른 책을 꺼내 들었다. 살짝 그 옆으로 갔다. 아주 작은 소리로 물었다.

"책 볼거예요?"

낯선이의 물음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펼쳐진 책을 고이 접었다. 아이 엄마는 대화가 길어지는 눈치였다. 귀가 길죽한 핑크색 토끼와 베버처럼 생긴 동물이 환하게 웃고 있는 표지였다.

키에 맞춰 쪼그리고 앉았다.

눈이 마주치자 아이가 배시시 웃었다(그 예쁜 미소가 어쩜 이리 아직도 기억이 날꼬).

나는 날카로운 책에 아이 손이 베이지 않도록 꼭짓점을 기준으로 검지 손가락을 넣어 책장 넘기는 법을 알려 주었다.

'자아. 이르케, 이르케 넘겨 보는거야.' 하면서.

글이 거의 없는 그림책이었다.

아직 어려 글을 능숙히 알고 책장 넘길 수 있는 나이는 아닌 듯 보였다. 그럼에도 책을 집어든 아이가 그저 예뻤다. 가르쳐 준대로 꼬박 한장씩 책을 넘긴 아이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아. 책 다 봤다."

나와 아이를 번갈아 보던 아이엄마가 가는 지인에게 손인사를 하며 급히 말했다.

"아이고, 애가 귀찮게 했죠?"

"아니오. 아니오. 전혀요."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자리를 떠났다. 등 뒤에 낭랑한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책은 이르케, 이르케 넘기는거야."

아이가 넘기는 그 책장이 훗날 읽는 기쁨으로, 자라나는 아이 키만큼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 싶더라.


요즘은 전자책도 시간, 장소 구애 없이 휴대폰만 있으면 볼 수 있다. 시립 도서관 전자 도서는 무료 이용도 가능하다. 인터넷 신문에 칼럼과 논평도 충분히 읽을거리가 된다. 어느 곳을 봐도 읽을 글자는 넉넉하다. 활자가 넘쳐 난다. 온 세상 글자 잔치다.


너와 책 읽고 이야기를 주고받은 지 근 5년 넘어간다.

처음 읽은 책을 나눔 할 때 넌 말했지.

“나는 읽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지금의 넌. 읽고 생각하고 나와 의견을 나누지.  소소히 책 속에서 알게 된 크고 작은 지식과 느낌을 말하는 너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시작과 계기가 어찌 됐건 책과 만나는 일은 설레고 즐거운 일이기를, 길라잡이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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