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브런치를 만든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엄마의 아이패드에서 생소한 알림이 울렸다.
'조회수가 3000이 돌파했습니다!'라는 브런치로부터 온 알림이었다.
원래 이런 알림이 오는 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브런치를 보는구나' 생각했다.
몇 시간 간격으로 계속해서 알림이 왔다.
4000명, 5000명, 6000명.
천명 단위로 조회수를 돌파했다는 알림이 와있을 때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간 걸까? 싶어서 켜본 브런치에서는 엄마와 내가 쓴 글을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이 글을 보고 읽은 걸까 궁금해졌다.
노트북을 열어 방문 통계를 확인해보니 대부분이 다음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것도 메인 화면에서 바로 들어온 것으로.
우리 글이 다음 메인에 있다고?? 놀라며 포털 메인 화면을 훑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몇 번을 더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찾으려고 작정을 해도 찾아지지 않는 이 글을 몇 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은 어디서 보게 된 걸까? 브런치 알람이 뭔가 착각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내 눈에도 보였다.
다음 화면에 익숙한 엄마의 그림이 있었다.
메인화면 중 홈&리빙이라는 카테고리에 우리 브런치 글이 있었다.
하단에 아주 아주 작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
저 작은 몸집으로 이 많은 사람들을 오게 하다니..!
포털의 위엄을 다시금 실감하며 가족 단톡에 이 내용을 공유했다.
역시나 엄마의 반응이 가장 빨랐다.
"세상에나 이게 도대체가 무슨 일이야!"
엄마는 사실 은근 글과 그림에 대한 타인의 피드백에 굉장히 일희일비하며 신경 쓰는 편이다.
대수롭지 않은 척 '모두가 내 글과 그림을 좋아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조회수에 의미를 두기보단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라고 말하지만 나와 우리 가족 모두는 알고 있다.
뻥이라는 것을.
엄마는 그럴 사람이 못된다.
우스갯소리로 엄마는 절대 공인은 될 수 없겠다고 할 만큼 타인의 반응을, 특히나 좋지 않은 코멘트를 오래오래 담아두며 울적해하다 분해하다를 반복하곤 한다.
그런 엄마에게 조회수 10000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으쓱할 거리였다.
엄마뿐만 아니라 나 역시 브런치를 만든 지 채 일주일밖에 안되었을 때 마주한 이 소식을 얼떨떨해했다.
브런치 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신입들의 글을 한 번씩 올려주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봤지만 답을 알 수는 없었다.
이유야 무엇이든 조회수가 10000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에 나도 기분이 좀 좋았던걸 보면,
'그 엄마에 그 딸'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다.
조회수가 만 명을 넘었다는 건, 잘못 누른 사람을 제외하고서라도 무려 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이 글의 한 문장 정도는 읽었다는 것이다.
우연히 쓴 글을 무려 만 명이나 읽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부끄럽기도 했고, 괜히 이유모를 책임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좀 더 신중히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이제와 작년의 일을 추억하며 다시금 이 다짐을 해보는 건, 요즘 엄마와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사회활동으로 바쁘지만 동시에 반복적인 시간을 살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이 없어 브런치에 적을만한 글감이 없다는 핑계 속에서 말이다.
주기적으로 브런치를 적는 이곳의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우리도 그들처럼 분발해 더 자주, 더 많은 이야기를 적어보자고 새삼 약속한다.
그렇게 모인 글은 분명 나중의 우리를 웃게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