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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미 Jan 18. 2022

폭탄 달걀찜이 자꾸만 약을 올리네.

주부 경력 30년인데.

“엄마. 폭탄 달걀찜 만들 수 있어.? “ 딸아이가 동영상을 들이민다.

“달걀찜이 어쨌다고?” 반문을 하며 쓱 보니 뚝배기에 만든 그냥 달걀찜이다.


주부 경력 30년쯤 되면  웬만한 요리는 흉내 정도는 낼 줄 알게 되는 것 같다.

가끔 나는 다른 사람들의 요리 블로그를 둘러보며, 레시피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응용해서 만들어 보는 걸 즐긴다. 아직은 말이다.

똑같은 재료로 같은 요리를 만들어도 조리 방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평소 내가 하던 대로가 아니게 만들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요리할 때 나는 레시피에  없는 부재료 넣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기보다 재료가 남아 뒹구는 걸 그대로 둘 수가 없다. 오랜 주부의 본능일까.

요리에 이것저것 불필요한 재료를 넣어 복잡해지는 것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모르고 있다가  버리게 되면 어쩌나.’ 때로는 ‘이럴 때 안 먹으면 억지로 안 먹게  될 텐데.’

‘몸에 좋은 거니까 …’ 이러다 보면 가끔은 요리가 정체성을 잃을 때도 있다.

이를테면 어묵볶음에 레시피에는 없는 버섯도 넣고, 브로콜리도 넣고, 당근도 넣어주고,

… 있는 거니까 넣어주자… 뭐 대충 이런 식이다.

그렇다고 우리 딸처럼 영  얼토당토않은 재료를 무조건 넣는 초보자는 아니라는 말씀이다.


폭탄 달걀찜 얘기로 돌아와서,

5분짜리 영상인데 제대로 처음부터 보지도 않고 쭉쭉쭉 넘기다가  완성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폭탄처럼 부풀어 오른 달걀찜이 곧 폭발이라도 할 듯이

부글부글 끓어 뚝배기 바깥으로 흘러넘치는 모양이 꽤나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영상 속의 셰프님은 “이거 이거 어쩔 거야~”를 연발하며 늘어나는 치즈를 걷어 올리는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달걀찜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평소 해 먹던 방식과 좀 다른 것은 뚝배기를 이용한 것과, 설탕을 조금 넣었다는 것 정도.

달걀찜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자레인지에다 간편하게, 또는 오븐에 , 아니면 중탕으로 만드는 방법 등.


물을 많이 섞어 아주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달걀이 몽글몽글 뭉쳐 약간 포슬포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기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중, 주로 나는 중탕으로 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달걀물을 1:1로 섞어 풀어준 다음,

-조금 깊은 그릇에 담아,

-냄비에 그릇의 반 정도 선까지 물을 채우고,

-가장 낮은 불에  10분 ~15분 정도 올려 두면 완성.


옆에 지켜 서서 저어주는 동작을 취해야 한다거나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아도 어느새 제 나름대로 부풀어 익어있다.

바닥이 눌어붙어 탈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에 불에 올려놓고 다른 반찬 준비를 하다가 먹기 직전 꺼내면 된다.


폭탄 달걀찜과 맛의 차이는?

일단 시각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뚝배기가 맛도 더 있어 보인다.

크래미도 넣어주고, 파송송, 거기다 치즈도 넣어주면 맛이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다.

그리고 어떤 요리이든 직화로 하는 것이 맛도 더 좋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폭탄 달걀찜 만들기

(1차 시도)

식구가 적어 달걀 세 개를 준비하고 물의 비율을 3:1로 하라던 레시피대로

달걀 3개 165ml에 맞춰 물 55ml를 섞어 풀어줬다.

새우젓으로 살짝 간을 하고, 설탕도 조금 넣고,

이왕이면 영양을 고려한답시고 레시피에 없는 시금치도 총총 썰어 넣었다.


‘센 불에서 살살 저어주다가 달걀이 뭉실뭉실 해지면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어 두라고 했지.’


영상에서 셰프님이 강조했다. 부풀어 오를 걸 대비해서 뚜껑은 제 뚜껑보다 깊은 것을 덮어야 한다고.

뚝배기에 딱 맞는 뚜껑 할 만한 걸 겨우 찾아내 깊은 국그릇을 대신 덮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타는 냄새가 났다.

뚜껑을 열어보니  테두리가 갈색으로 변해 타기 시작했고,

달걀물은  아직 물상태가 더 많이 남았는데 바닥이 눌어붙었나 보다.


‘불을 최대한 줄였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그 와중에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고명으로 올려줄 고춧가루. 파. 치즈를 올려주고 다시 뚜껑을 덮었다.

레시피 대로라면, 마지막 고명을 올려주고 치즈가 녹을 만큼의 시간이 경과돼 불을 끄고

뚜껑을 열어보면 어마 무시한 폭탄이 부풀어 있어야 한다


‘앗, 이거 왜 이래?’ 치즈도 채 녹지 않은 상태로 타는 냄새만 고약하다.ㅠㅠ

부풀어 부글부글 넘치는 폭탄을 기대했던 딸도, 남편도 약간 실망의 눈빛이 역력하다.

그대로 따라 하면 실패 없을 레시피 라던 폭탄 달걀찜은 보기 좋게 실패였다.




갑자기 자존심이 상했다. 고작 달걀찜 하나에.

주부 30년 경력이라고 너무 자만했나?. 아님 오만했었나?


어느새 나는 달걀을 또 깨뜨리고 있었다. 약간 씩씩거리며.

별 일 아닌 것에 혼자 열 받아한다고 간장종지라 놀리는 딸이 보고 있든 말든.


다시 영상을 봤다. 이번엔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봤다

내가 놓쳤던 부분은 시금치도 아니고, 첨부터 너무 센불 이었거나, 뚝배기 크기에 비해 달걀물 양이 너무 적은 탓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달걀 다섯 개로 2차 시도를 했다.


(2차 시도)

이번엔 실패 안 하려고 좀 다른 레시피를 함께 적용했다.

달걀 5개에 물 1컵 반.

방법은 똑같이 새우젓으로 간하고 설탕 1작은술, 하지만 약간 찜찜했던 시금치는 뺐다.

첨부터 불을 센 불에서 조금 낮추고 달걀물이 몽글몽글 해질 때 뚜껑을 닫고 불도 최대한 줄였다.


‘제대로 했으니 이번엔 실패 없겠지.’


다행히 타는 냄새도 안 난다. 거의 막바지에 다진 파. 당근 조금, 치즈도 조금 올리고 뚜껑을 닫고 기다렸다.

뚜껑 너머로 김이 나고 물이 흘러내리면 불을 꺼줄 타이밍이라고 했으니까 지금이다.

불을 끈 뒤 야심 차게 뚜껑을 열었더니 … 결과는…또 실망!




이번엔 실패라고 할 수는 없지만, 힘이 들어 부풀어 오르기를 중간에서 그만뒀는지 그저 그런 비주얼이다.

이쯤 되니 약이 오르기 시작한다. 살살 오기도 생긴다.

뚝배기 두 개째 달걀찜을 먹었더니 질린다


“속에서 닭 울음소리 들리겠다ㅋㅋㅋ”

딸의 농담을 귓등으로 돌리고 될 때까지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또 달걀을 깨뜨렸다.

“달걀찜이 자꾸 약을 올리네~~”

폭탄 달걀찜 성공하려다 스트레스로 오히려 폭탄 맞은 느낌이다.


그래서 3차 시도 결과는?

폭탄처럼 부풀어 오르기를 포기한 달걀찜을 꾸역꾸역 집어넣고는 속에서 달걀 폭탄이 터지는 줄 알았다.

“달걀 통이 비었어. 또 사야겠네~”

실실 웃으면서 약을 올리는 남편이 얄미워 눈을 흘겼다.


3차 시도에서도 여전히 부풀어 오르리라는 꿈은 사라지고…

‘그래. 이건 분명 뚝배기의 문제일 거야.’

달걀찜을 먹어 줄 식구들의 저항이 너무 거세 결국 3차 시도에서 아쉽게 막을 내리고, 속으로 나는 며칠 뒤를 기약한다.

‘끝까지 해 보리라!’




<언젠가 성공할 폭탄 계란찜 레시피>


(재료)

뚝배기 2개(뚝배기 1개 대신 깊은 그릇으로 대체)

달걀 5개 : 물은 달걀의 1/3 (컵으로 계량하기)

새우젓 1/2큰술. 소금 1/2작은술 (정확한 계량은 없었음)

 설탕 1작은술. 크래미 조금


고명으로-고춧가루. 쪽파. 모짜 치즈. 통깨 조금씩


(만드는 법)

1. 달걀 5개를 깨 볼에 담아 새우젓과 소금 조금으로 간하고, 설탕 1작은술을 넣어 달걀을 풀어 준다.

(달걀을 깨뜨릴 때 편편한 바닥에 대고 깨면 껍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함)

2. 달걀 양을 계량한 후 물은 달걀의 1/3 붓고 섞는다(달걀 3: 물 1 -포슬포슬한 달걀찜 버전)

4. 달걀물을 뚝배기에 붓고 크래미(게맛살)를 비벼 올려준다

(달걀물의 양은 뚝배기의 70~80% 정도 채우는 것이 좋다고 함)

5. 센 불에 뚝배기를 올리고 계란물을 저어 바닥을 살살 긁어 주면서 익힌다.

(너무 저으면 안 된다고 함)

6. 가장자리에 기포가 생기면 약불로 줄이고 같은 크기의 뚝배기를 뚜껑처럼 덮는다.

(같은 크기의 뚝배기가 없으면 집에 있는 적당한 깊은 그릇으로 대체함)

7. 뚝배기 사이에서 물이 떨어지면 30초 기다렸다가 뚜껑을 열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있는데,

계란찜 위에 송송 썬 쪽파, 통깨, 고춧가루 , 치즈를 고명으로 올려 주고 뚜껑을 덮어 치즈를 녹여주면 끝.

(불은 아주 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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