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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송 Dec 28. 2024

타워 41

24.09.01_Tower 41

위치 : 멕시코시티 (Av Constituyentes 41, San Miguel Chapultepec I Secc, Miguel Hidalgo, 11580, CDMX)

설계 : TAX

준공 : 2014 (설계기간 : 2010-2011)

연면적 : 1,820 sqm

용도 : 오피스 (업무시설)


타워 41 전경 (출처 : Archdaily)

이번에는 현재 다니고 있는 멕시코 건축사사무소 건물에 대해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지금껏 직장운이 있었다면 내가 다녔던 건축사사무소 모두 회사에서 설계한 사옥에서 업무가 이루어졌다. 대표 건축가가 직접 설계한 건물에서 일하며 그의 집약된 건축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고, 여느 건물과는 다른 공간에서 매일같이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타워 41도 마찬가지로 칼라치가 설계한 건물로, 2층에 사무소가 위치하고 있다. 매일 출근하며 익숙해진 공간을 탐구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글을 적는 것은 꽤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타워 41은 후안카틀란(Juanacatlán) 역에서 0.6km 떨어져 있기에 8분 정도 걸어서 도착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주거지역으로 도로를 중심으로 2-3층 주택이 줄지어있었고, 1층에는 중간중간 음식점, 식료품점, 빵집 등이 위치하고 있어서 활력이 있는 주거지역이었다. 건물은 블록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하여 왕복 6차선의 보조간선도로에 면하고 있고, 도로 반대편은 멕시코 시티의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차풀테펙 공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타워 41 주변 거리 / 타워 41에 접한 좁은 인도

주거지역을 지나 건물을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로수까지 심어진 1.8m 폭의 비좁은 인도를 걸어야만 했다. 꽤 위험하게 느껴지는 인도를 걸으며 보이는 풍경은 대부분이 2-3층 건물이었고, 새롭게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였는지 몇몇 대지에서 10층 정도 되는 건물이 공사 중이었다. 그리고 오묘한 색감의 콘크리트 건물 한 채가 홀로 우뚝 솟아있었고, 그 위에 칼라치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세로로 긴 창이 콘크리트 벽에 불규칙한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그 건물이 타워 41 임을 알 수 있었지만, 이런 요소만으로는 건축가의 독특한 사무소 공간 전체를 상상할 수 없었기에 여전히 호기심을 가지고 이동하였다.

반대편 인도에서 본 타워 41 전경
타워 41 전면

타워 41 앞에 도착하자 정면의 보조간선도로를 막아서는 듯 한 2.5m 높이의 담이 쳐져있었고, 사선으로 파인 공간에서 커다란 문을 열고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느끼게 되었지만, 이 공간은 건물 전체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복선과 같은 요소였다. 

타워 41 입구 / 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치 못한 공간이 나왔다. 들어오자마자 풍부한 식재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정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식물원 안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실내 공간으로 연결되거나, 넓게 펼쳐진 마당을 지나 건물에 진입하도록 계획하기에 생경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식물과 눈을 마주치고 나서 진입로를 따라 올라갔다. 샛길도 있지만 1층 야외로비를 구경하기 위하여 크게 돌아서 이동하였다. 이 와중에 건물 후면부 파사드도 잠시 보고 지나갈 수 있었다. (창이 열린 부분에 잠시 주목)

문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뷰 / 진입로_계단
진입로 / 진입 과정에서 보이는 후면 파사드

계단을 올라 빙 둘러 걸으면 삼각형으로 형성된 로비가 나오고, 드디어 건물 내부로 진입하게 된다. 공간을 막고 있는 벽이 슬라이딩 방식으로 계획되어서 완전히 닫힌 상황에서는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벽을 닫아놓은 적이 없어서 문을 열고 들어온 적이 없었고, 영역을 지났다는 희미한 감각만 느껴질 뿐이다. 이로 인해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 여전히 야외 식물원에 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

1층 로비 삼각형 내부공간 (움직이는 가벽으로 인하여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함)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공간으로 인하여 다른 건축적 요소에 관심이 가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나서야 건물 내부로 진입한 것 같은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사무소가 위치한 2층에서 내리니 가장 먼저 사선 각도로 서있는 책장과 그 옆으로 환한 빛이 들어오는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통로를 지나 전면 유리 너머로 숲이 펼쳐졌다. 건물이 도로에 면하고, 반대편에 차풀테펙 공원이 위치하다 보니 유리 너머로 거대한 차풀테펙 공원의 뻥 뚫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1층 로비는 3개층 층고이고, 2층이 4층 높이에서 시작되다 보니 아래의 도로와 차는 보이지 않고 차풀테펙 공원만 보였다. 진입하는 과정에서 큰 도로에 면하고 있다는 점이 위험하게 느껴졌지만, 층고 조절을 통해 오피스에서는 공원을 품고 있는 공간을 디자인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보이는 풍경 / 사선 각도로 서있는 리셉션
내부에서 본 전면부 풍경 (Feat, 차풀테팩 공원)

전면 창을 바라보니 멀리언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직원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이 멀리언이 또 다른 칼라치의 시그니처라고 한다. 한 프로젝트에서 클라이언트가 일반적인 멀리언으로 시공을 완료하니 칼라치는 그 건물을 작품집에서도 소개하지 않고, 자기가 설계한 건물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이니, 멀리언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리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십자가 형태로 디자인된 멀리언이었다. 물론 양쪽 면의 너비는 일반적인 사각형 멀리언과 비슷하지만, 지지하는 수직면이 얇아서인지 그 면이 더 얇게 느껴졌다. 커튼월 파사드이기에 멀리언이 필수적으로 유리를 잡아주어야 하지만, 이를 얇게 느껴지게 함으로써 전면의 공원 풍경을 왜곡 없이 보이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독특한 십자가 형태의 멀리언

이렇게 전면부를 자세히 살펴보고 나니 다음으로 사선의 철골구조와 책장이 눈에 띄었다. 왜 사선으로 계획되었나 궁금해하며 오피스 전체를 둘러보다가, 평면이 사각형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평면은 평행사변형 형태로 계획되었고, 이 평면을 해결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선으로 구조가 계획된 것 같았다. 구조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양 쪽의 콘크리트 벽이 모든 힘을 땅으로 전달하고, 그 사이에는 기둥 없이 사선 철골빔으로 구조를 해결하였다. 단순하게 말하면 콘크리트 벽에 철골 구조빔으로 계획된, 일반적인 건물이지만, 평행사변형 평면구성을 통하여 독특한 구조로 인한 공간이 구성되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저녁이 되어 철골에 붙여진 LED로 인하여 도드라지게 표현된다. (추가로 매 홀수층에는 부차적인 가새 구조를 통해 구조를 보강하고 있었다.)

작업공간 풍경
사선 철골빔 / 홀수층 내부 가새 (출처 : Archdaily)

평면이 평행사변형 형태이다 보니 세 가지 축이 교차되고 있었다. 하나는 평행사변형으로 인해 형성된 축이고, 다른 하나는 전면에 수직인 축이고, 마지막은 대지에 수직 한 축이다. 앞선 두 개의 축은 '리셉션-작업실'이 교차되는 공간에서 부딪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모든 가구를 커스터마이징 하여 제작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두 개의 축은 처음 입구에서 복선처럼 느껴졌던 홈이 만들어지는 축이었다. 평행사변형의 평면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축은 단조로운 공간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평면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사선 간이 부엌 / 화장실 (시그니처 세면대)
커스텀된 소나무 가구 / 조명 디자인

구조는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항상 설계하는 과정에서 천장에 계획되는 다양한 설비로 인하여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타워 41에서 오피스 영역에는 소방시설(연기/열 감지기)을 제외한 모든 설비를 제거하였다. 특히 오피스 내부에 천장조명이 없고, 전선을 길게 늘어뜨린 조명이 중간중간 배치되어 오피스 전체를 밝히고, 개인 스탠드를 통해 저녁에도 작업을 이어나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천장조명을 싫어하지만, 오피스에 까지 천장조명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못했기에 무척 인상적인 해결책이었다. 또한 화장실을 코어 가까이에 위치하여 전기, 위생, 통신 설비가 모두 코어부에 위치할 수 있도록 계획하여 작업 공간과 철저히 분리하였다. 그리고 후면부의 테라스와 창을 이용하여 환기를 함으로써 기계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패시브 건축으로 디자인을 완성하였다. (후면부의 창으로 인해 전면부 커튼월에 창을 설치하지 않아 깔끔한 파사드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후면부 풍경 / 테라스
시그니처 세로로 긴 창 / 시그니처 계단부
코어부에 집약된 설비 계획

오피스 내부를 둘러보고 이제 옥상으로 이동하였다. 엘리베이터에서 옥상이 R(roof)이 아니라, G(garden)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는 칼라치가 의도적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옥상 일부에 정원을 만드는 옥상정원이 아니라 온전한 정원 그 자체가 되고 싶은 의지의 표현인 것 같았다. 이를 통해서 옥상의 조경이 무척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우아한 정원이 나타났다. 그리고 전면에 차풀테펙 공원과 그 너머에 위치한 성과 고층건물은 도시의 가장 아이코닉한 전망대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철골빔 구조가 옥상에까지 계획되어 캐노피로 활용되며 내부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공간이 형성되었다. 직원들은 매일 이곳에 올라와서 점심을 먹으며 정원을 느끼고 있는데, 이 풍경이 건물에서 일하는 가장 큰 복지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옥상정원 01 / 02
옥상정원 03 / 04

건축 답사를 마무리하며 건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 배치도를 살펴보면 대지가 사다리꼴 형태이기에, 도로에 면하며 공원 풍경을 바라보는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평행사변형 형태로 매스를 계획하고, 사선으로 구조를 디자인하였을 것이라 해석하였다. 다시 말하면, 대지의 상황에 따른 평면구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구조가 디자인된 것이다. 하지만 칼라치와 일을 하며 인과관계가 뒤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일반적인 격자 공간에서 벗어나 사선구조를 고안하며 평면 형태가 평행사변형으로 결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명확한 인과관계라기보다는 이 둘은 상호보완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일을 하며 건축가에게 구조는 건물을 지탱하는 요소 이상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측은 도면에서도 표현이 되고 있는데, TAX에서 일하며 첫 번째로 지적받은 부분은 평면도를 그릴 때 항상 상부의 구조를 일점쇄선으로 표현해 달라는 요구였다. 평면을 그리며 상부의 오픈스페이스를 표현한 적은 있지만, 빔을 표현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 요구가 무척 인상 깊었다. 이 요구는 도면에서 공간과 상부 구조를 항상 함께 고려하고있다는 그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칼라치에게 구조는 단순히 건물을 지지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공간의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축 요소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옥상에서 보이는 전면 풍경 01 / 02
옥상에서 보이는 전면 풍경 03 / 04

요약해 보면, 구조는 대지의 상황, 평면구성, 공간의 분위기 등의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는 가장 핵심적인 건축 요소이고, 조경은 건축과 불가분의 관계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의 작업을 통해 축적된 그의 시그니쳐 디자인 (세로로 긴 창 패턴, 멀리언, 계단실, 콘크리트 색감 등)이 타워 41에 적용되었다. 이를 통해 타워 41은 칼라치의 건축관이 뚜렷하게 드러난 건물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건물에서 일을 하며 또 다른 그의 특징을 이해하고싶다.

타워 41 전경 (출처 : Archdaily)
타워 41 모형



<참고 도면 및 자료들>

배치도 (출처 : Archdaily)
지하 1층 평면도 / 1층 평면도 (출처 : Archdaily)
기준층 평면도 / 옥상층 평면도 (Archdaily)


단면도 (출처 : Archdaily)



#세줄요약

- 내-외부의 경계가 흐릿한 로비와 조경디자인 (1층 / 옥상)

-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는 독특한 구조 디자인 & 이를 위한 설비 최소화

- 건축가의 시그니쳐 디자인 적용 (세로로 긴 창, 계단실, 멀리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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